박성호 / 동덕여대 교수

추석이 다가왔다. 추석은 가배·가위·한가위 또는 중추절(仲秋節)이라고도 불리며 우리 민족의 가장 큰 명절 중의 하나로 꼽히어 왔다. 봄에서 여름 동안 힘들여 가꾼 곡식과 과일들이 익어 수확을 거두게 되었고 더구나 1년 중 가장 큰 달과 함께 할 수 있으니 이날의 분위기가 어떠할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 속담에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큼만’이라는 말이 있어 추석의 풍요로움을 상징하기도 하였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은 다문화가정 주부 등을 대상으로 추석을 앞두고 한국고유 명절 문화를 체험하는 '송편 만들기와 차례 지내기' 행사를 열어 다른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가정 주부들이 추석을 맞아 송편을 빚고 차례를 지내보면서 한국문화를 이해하고 체험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추석이 이주민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신라 제3대 유리왕 때 도읍 안의 부녀자를 두 패로 나누어 왕녀가 각기 거느리고 7월 15일부터 8월 한가위 날까지 한 달 동안 두레 삼 삼기를 하였으며 마지막 날에 심사를 해서 진 편이 이긴 편에게 한턱을 내고 회소곡(會蘇曲)을 부르며 놀았다고 한다. 추석을 명절로 삼은 것은 삼국시대 초기이었으니,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추석은 이미 우리 삶의 자연스런 한 부분이 된지 오래이다.

먼저 추석이 되면 사람들은 여름옷에서 가을 옷으로 갈아입는다. 추석에 입는 새 옷을 ‘추석빔’이라고 하는데 추석은 한국인이 고운 우리 한복을 입는 몇 안 되는 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일본인들이 기모노나 유카타 등을 입고 마쯔리 등 축제나 행사에 자연스럽게 참여하는 데 비해 한국의 경우 한국인이 생활 속에서 한복을 입는 모습을 보기가 참으로 어렵다. 정부 관료도 양복을 입고, 국회의원들은 양복을 입고 국회의 각종 회의에 참여한다. 이주민이 추석을 통해 알게 되는 한국의 문화 중 첫 번째는 이렇게 이상한 모습의 문화로 비춰지게 된다.

두 번째로 접하게 되는 것은 한국인이 추석날 아침 일찍 일어나 차례를 지내는 일이다. 주로 여성들에 의해서 수일 전부터 미리 준비한 제물을 차려놓고 차례를 지내며 설날과는 달리 떡국 대신 햅쌀로 밥을 짓고 햅쌀로 술을 빚고 햇곡식으로 송편을 만들어 차례를 지내게 된다. 추석의 여러 먹거리 중 특히 송편이 인기가 있다. 송편 속에는 깨를 넣기도 하고 팥이나 콩을 넣기도 하는데 대체로 콩을 넣은 송편은 환영을 받지 못한다. 그런데 추석준비를 하는 과정에서의 여성주부들의 고난은 이주민들이 보기에 그리 좋은 모습이 아닐 듯싶다. 송편은 추석이나 되어야 맛볼 수 있는 음식이고, 일상생활 속에서의 식생활은 우리 식생활문화와는 점점 거리가 멀어져 가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주민이 추석을 통해 알게 되는 한국의 문화 중 두 번째도 이상한 모습의 문화로 비춰지게 된다.

세 번째로 추석엔 차례를 지낸 후 다양한 놀이들이 있었다. 한국인들은 소놀이, 거북놀이, 줄다리기, 씨름, 활쏘기, 강강술래, 닭싸움, 소싸움 등을 즐기며 이웃과 친목을 도모하며 하루를 보냈다. 그러나 지금은 놀이가 없다. 어쩌다 가족끼리 모여 화투판을 펼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차례지낸 후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저마다의 볼일에 열중한다. 이주민이 추석을 통해 알게 되는 한국의 문화 중 세 번째도 역시 이상한 모습의 문화로 비춰지게 된다.

▲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추석은 우리의 대표적 명절로 한국문화의 정수를 담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의 추석에서 좀처럼 한국문화의 정수를 찾아보기가 어렵게 되었다. 일 년간의 노고를 축하하고 조상과 이웃과 그 정을 나누며 맘껏 즐기던 그 여유와 나눔의 마음은 점차 사라지는 것 같다. 외국인 노동자 임금체불은 해마다 늘어 올해는 사상최대치인 4백억원을 넘을 전망이라는 뉴스도 들린다.

다문화시대를 맞이하여 한국의 문화를 이주민에게 보여주고 이를 통해 한국을 알게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추석에, 이주민들은 과연 한국문화의 무엇을 보고 배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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