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형 건설사 부과 벌점, 평균 7.2배, 최대 30배까지 늘어나…주택산업 혼선 가능성

지난해 12월 초 경기도 성남에서 발생한 ‘KCC 동분당 스위첸 파티오’ 부실시공 현장. 사진=입주민협의회 제공

[뉴스워치=김주경 기자] 정부당국이 건설업계 부실시공에 대한 벌점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법안 개정 움직임을 보이자 건설업계가 아파트 선분양이 중단될 우려가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행 주택공급규칙에 따르면 부실벌점이 많으면 아파트 선분양이 제한된다.

이 법안이 원안대로 적용되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20개 기업 가운데 70% 이상 선분양이 어려워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벌점은 건설사 사업관리·설계·용역 과정에서 부실공사가 이뤄졌거나 발생 우려가 있는 경우 부과하는 벌점이다.

건설사는 점수가 누적되면 입찰 심사와 사업 진행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개정안에는 부실벌점 산정 방식을 현행 평균(현장별 총 벌점을 현장 개수로 나누는 것) 방식에서 합산 방식이 적용된다.

공동도급(컨소시엄) 벌점은 기존 출자 비율에 따른 개별 부과에서 컨소시엄 대표사에 일괄 부과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예컨대, A건설사가 총 100곳 현장에서 배수 상태 불량, 콘크리트 재료관리 소홀 등을 이유로 3점의 벌점을 받았다면 현재는 이를 현장 개수로 나눠 벌점이 0.03점을 받게 되지만 앞으로는 100배인 3점이 부과된다.

기존에는 건설 사업장이 많으면 평균 벌점이 낮아져 유리했지만, 앞으로는 사업장이 많을수록 불리해진다는 얘기다.

입찰도 제한된다. 주요 건설사들은 벌점이 누적되면 정부가 발주하는 대형 공공공사 사전입찰 자격심사(PQ)에서 감점을 받는다. 

벌점 규모에 따라 최대 2년간 입찰 참가도 제한된다. 아울러 건설업계의 도급순위 서열을 따지는 시공능력평가액도 감액된다.

건설업계가 우려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벌점 누적에 따른 아파트 선분양 제한 조치다.

앞서 국토부 등 정부당국은 지난 2018년 9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부실벌점에 따라 선분양 시기를 제한했다.

‘KCC 동분당 스위첸 파티오’ 단지 누수 현황. 사진=입주민협의회 제공

벌점이 1점 미만이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만약 벌점이 1∼3점 미만인 경우 전체 동 지상층 기준 각 층수 가운데 3분의 1 층수 골조공사 완료 후에 분양해야 한다. 3∼5점 미만은 3분의 2 층수 골조공사 완료 후, 5∼10점 미만은 전체 동의 골조공사 후, 10점 이상은 사용검사(준공) 이후 분양이 가능하다.

아울러 개정안마저 시행되면 반대로 대형 건설사 대부분 선분양 자체가 힘들어진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 시공능력평가(이하 시평) 상위 20대 건설사의 벌점을 취합한 결과 75%에 달하는 총 15곳 기업에서 선분양이 제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건설사 중에서는 8곳이 선분양이 어려워지게 된다.

이 가운데 3개 건설사는 합산 벌점이 높아 골조공사 또는 사용검사 이후에 분양이 가능해진다.

가령, A건설사는 현재 평균 벌점이 0.18점인데 개정안으로는 합산 5점이 넘어 전체 동 골조공사가 끝나야만 아파트 분양이 가능해진다. 

B대형사도 현행 기준 벌점이 0.86점으로 선분양에 문제가 없었지만, 개정안으로는 벌점이 무려 10점에 달해 사용검사 이후에야 분양이 가능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건설협회는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앞으로 중대형 건설사의 부과 벌점이 평균 7.2배, 최대 30배 이상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건설업계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주택·건설산업에 타격이 크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홈페이지 입법 예고 게시판에는 현재 2500여개 이상 반대하는 글이 올라와있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입법부인 국회와 행정당국에 개정안을 수정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법 개정 저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 건설사의 관계자는 “개정되는 벌점제는 단순 합산하는 방식이라 건설 현장이 많은 대형 건설사일수록 불리하다”며 “주택 선분양이 제한되면 주택가격 상승기에 시장의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건설사의 자금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건설업계는 컨소시엄 대표사에만 벌점을 부과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공동 도급 공사는 참여사들이 각각의 출자 지분을 갖고 현장을 공동 운영하는데, 대표사에만 책임을 지우면 나머지 컨소시엄 참여 업체들의 부실 공사를 막을 방법이 없어서다.

중소 건설사들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미 지난해 부실벌점측정 대상이 소형 공사까지 확대되면서 이번 벌점 제도 개편으로 정부 적격심사 대상 공사(국가 100억원, 지자체 300억원 미만 공사) 참여가 제한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반면 국토부는 새로운 부실벌점 집행이 2년 뒤인 2022년 7월 이후인 만큼 일단 개정안대로 제도를 운용한 이후 필요에 따라 추가 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실벌점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법 개정은 불가피하다”며 “다만 정부가 주택 분양 방식이 후분양 전환은 아닌 만큼 제도를 운용하면서 후분양 벌점 기준을 추후 개선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