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흔적 지우기에 나선 조원태…명분 잃은 조현아, 호텔·레저사업 잃을 가능성 커

사진=대한항공·연합뉴스. 사진 편집=김주경 기자

[뉴스워치=김주경 기자] 한진그룹의 장남인 조현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의 남매 간 경영권 다툼이 오는 3월 24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본 궤도에 접어들었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이 누구의 편을 들어줄지 관심이 모아진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경영배제에 불만을 품고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KCGI(강성부펀드), 반도건설 등과 손잡고 동생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상대로 연일 압박 작전을 펼치고 있다.

앞서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지난 1월 31일 KCGI, 반도건설과 ‘반(反)조원태 3자 연합(이하 3자 연합)’을 결성했다.

조 전 부사장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태평양은 이날 3자 공동 입장문을 통해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 경영이 심각한 위기에 놓여있으며, 현재의 경영진으로는 개선될 수 없다”며 “조원태 회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지난 3일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지난해 12월23일 '남매의 난'이 수면 위로 부상한 이후로 이 고문과 조 전무가 특정인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조원태 회장의 지분은 현재 33.45% 수준이다. 조 회장 지분 6.52%와 이명희 고문 5.31%, 조현민 전무 6.47%, 오너 일가 및 인척 등 특수관계인 지분 4.15% 등이다. 여기에 ‘백기사’로 분류되는 델타항공(10%)과 카카오(1%) 지분, 우호 지분(0.67%) 등을 포함한 수치다.

반면 조현아 전 부사장은 31.98%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6.49%이며, 여기에 KCGI(17.29%), 반도건설(8.2%) 지분을 모두 합친 것이다.

이것만 놓고 보면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이 근소한 차이로 지는 상황에서 조 전 부사장 측이 제시한 카드가 약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진칼 지분현황. 그래픽=연합뉴스

반(反)조원태 3자 연합, 사외이사 물색에 난항…명분없는 경영권 분쟁 되나

당초 3자 연합(조현아·KCGI·반도건설)이 세운 전략은 실력 있는 전문경영인과 사외이사를 추천해 조 회장 중심의 경영 구도에 타격을 주겠다는 것이다. 

주주들이 수용할 만한 전문경영인과 사외이사 후보명단을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조 전 부사장 측은 이렇다 할 대응에 나서지 못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3자 연합 동맹이 이뤄지기 전에 조 회장이 제시할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사전 대응책을 마련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반격카드는 바로 한진칼 이사진 구성이다. 한진칼 정관에 따르면 사외이사 정원에 별다른 제한이 없다. 

조 전 부사장만 결정해준다면 얼마든지 공신력 있는 인물을 사외이사로 추천할 수 있다. 기관투자자들과 개인 주주들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당초 조 전 부사장 측이 주주제안과 함께 사외이사 후보명단을 지난주 공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당초 예상과 달리 사외이사 명단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조 전 부사장 측이 마땅한 사외이사 추천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 전 부사장의 편에 서서 자신을 사외이사로 추천해도 좋다는 중량급 인물이 없다는 의미다.

지난해 6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항공 미디어브리핑에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회심의 일격’ 조원태 회장, 조현아 흔적 지우기에 나서…“지배·재무 구조개선에 집중”

반면 조 회장은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재무구조 개선안과 함께 본인이 맡아왔던 한진칼 이사회 의장 자리도 잠정 반납하는 등 회심의 일격에 나섰다.

한진그룹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한진칼은 최근 이사회에서 결정한 자산매각방침을 실현하기 위해 본격적인 수순 밟기에 들어갔다.

지난 6일과 7일 각각 대한항공과 한진칼은 이사회를 열어 재무구조·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내놨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왕산레저개발 △칼호텔네트워크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부지 등 유휴부지와 비주력사업 매각에 나서기로 했다.

이는 유휴자산과 비주력 사업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호텔· 레저사업은 조현아 전 부사장이 애착을 가졌던 만큼 ‘조 전 부사장 흔적 지우기’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대한한공 측은 개발 가능성이 큰 토지를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부동산 개발사업에 관심이 있는 반도건설에게도 타격을 입혔다는 평가다.

아울러 KCGI가 주장해왔던 송현동 부지 매각과 호텔·레저 사업 정리 등의 일부 요구를 수용하면서 KCGI가 조 회장에 반대할 명분을 약화시켰다. 주주연합에 참여하고 있는 세 주체를 모두 겨냥한 대안을 제시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조원태 회장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안도 내놨다.

지주회사인 한진칼 이사회 의장을 기존에 대표이사가 맡던 것과 달리 외부인사가 맡도록 했으며,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거버넌스위원회 등 이사회 산하 위원회도 모두 사외이사로 구성했다. 이사회를 외부인사가 주도하도록 하면서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업계 전문가들은 “앞서 조 회장은 미국 LA 월셔그랜드호텔 등 적자 사업에 대한 매각을 선언한 데다 주주들을 설득할 지배구조 개선안도 마련한 만큼 조 전 부사장 측에선 공격할 명분을 찾기가 어려워지게 됐다”며 “이대로라면 3자 연합 중 KCGI와 반도건설의 출구 찾기가 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반(反)조원태 3자 연합이 내놓을 ‘경영개선안’ 들여다보니

한편 주주연합은 7일 낸 입장문에서 “한진그룹의 계열사들이 내놓은 개선안들은 현재 심각한 위기상황에 대한 진지한 검토와 문제 의식 없이 단지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들의 표를 얻기 위해 만든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반(反)조원태 3자 연합’은 이르면 이번 주 내 경영혁신 방안을 제시해 주주 설득에 나선는 전략이다.

업계에 다르면 이들이 내놓을 혁신 방안에는 △전자투표제 도입 △일반주주 사외이사추천제 △전문경영인제 도입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전자투표제는 KCGI가 지난해부터 꾸준히 요구해 왔으며, 지난 5일에도 보도자료를 통해 재차 도입 요구를 강력하게 주장한 바 있다.

KCGI측은 “한진칼과 한진의 이사회 및 이사들을 상대로 오는 3월 개최 예정인 이들의 정기주총 및 이후 주총에서 전자투표를 도입해야 한다고 이사회에 요청했으나 한진칼과 한진의 이사회는 이 요청에 대해 어떤 답변도 하지 않은 채 묵살했다”고 비판했다.

서울 중구 한진그룹 본사. 사진=연합뉴스

칼자루 쥔 국민연금·소액주주…그들이 향한 칼날은?

이처럼 남매 간 갈등이 격화된 가운데 국민연금이 결정적인 칼자루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지난해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는 국민연금의 반대로 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대표이사직을 잃은 바 있다. 

이와 더불어 지분 2% 안팎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타임포트폴리오 자산운용과 소액주주들의 입장도 주요 변수다.

대한항공 사정에 밝은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을 포함해 캐스팅보트를 쥔 주주들이 누구 편에 서는지에 대한 여부가 한진 경영권 분쟁의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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