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수급 ‘적신호’…동남아 등 대체 부품 찾아 ‘삼만리’

중국 현지 근로자들이 베이징1공장 자동차 부품을 조립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김주경 기자] 국내 자동차 업계가 우한폐렴(신종 코로나) 여파에 따른 중국산 부품 수급이 어려워져 국내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셧다운' 사태가 현실화된 것. 이에 따라 국내 자동차 기업들은 자동차 생산을 전면 중단하는 등 실적에 적신호가 켜졌다.

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자동차기업들 대부분 국내 자동차 조립공장 전체에서 배선 뭉치로 불리는 '와이어링 하니스' 등 주요 부품 재고가 바닥나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와이어링 하니스는 자동차 조립 초기 공정과정에서 설치되는 부품으로 차량 바닥에 모세혈관처럼 배선을 깔아 그 위에 다른 부품을 얹어 조립하는 방식이다.

차량 모델·트림(등급)에 따라 배선 구조가 모두 달라 호환이 어렵고 종류도 많아 관리가 까다롭다.

대부분 완성차업체가 보유한 재고치는 통상 1주일치가 전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중국산 부품 재고가 소진되자 현대·기아차는 노사는 4일 공장운영위원회를 열어 7일부터 울산·전주·아산 등 국내 전 공장에서 생산을 중단하고 전면 휴업에 들어간다. 쌍용차도 4일부터공장가동을 멈추기로 했다.

르노삼성이나 GM대우 등은 추이를 좀 더 지켜본 이후 생산라인 중단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관련업계는 중국 정부가 신종코로나 확산을 막고자 공장 휴업을 연장하면서 사태가 장기화되면 국내 자동차 업계의 피해가 급속도로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현대기아차, 7일부터 국내 공장 휴업…제네시스·그랜저 등 생산 전면 중단

가장 타격이 큰 곳은 현대·기아차다.

현대차 노사는 4일 실무협의를 열어 공장별·라인별 휴업 계획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제네시스를 생산하는 울산 5공장 2개 라인 중 1개 라인은 이날 오전부터 가동을 멈췄으며 오후부터 공식적인 휴업에 착수했다. 포터를 생산하는 4공장 1개 라인 역시 이날 오후부터 휴업한다.

코나와 벨로스터 등을 생산하는 1공장은 내일인 5일부터 휴업에 들어가는 등 울산 5개 공장 모두 순차적으로 휴업에 들어가 7일부터 모든 공장에서 생산이 전면 중단된다. 노사합의를 통해 결정된 제네시스 휴업 일정은 11일까지다. 휴업 임금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평균 임금의 70%를 지급한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주말 예정했던 울산공장의 팰리세이드 라인 특근을 취소했으며, 기아차도 화성공장과 광주공장에서 차량 생산 감축을 실시하는 등 생산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아울러 제네시스의 세단 3종과 투싼 등을 생산하는 울산5공장은 오늘인 4일부터 가동이 멈췄다. 중국 우한 폐렴으로 차량에 탑재되는 부품을 공급받지 못해 문을 닫은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에 있는 와이어링 하니스 공장이 중국 정부가 가동 중단을 지시한 9일 이후 재가동된다는 전제 하에 재가동 시점을 정해놓은 것"이며 "9일 이후 중국 부품 공장이 가동되지 않으면 이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곳은 와이어링 하니스를 납품하는 경신, 유라코퍼레이션, 티에이치엔(THN) 등 1차 협력업체의 중국 공장으로부터 납품에 차질을 빚고 있어 부품수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이 울산·아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승용차의 와이어링 하니스 재고는 오는 6일 소진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남아있는 재고는 통상 1주일 치 정도다. 부족한 물량은 국내와 동남아시아 등에서 해당 부품을 대체 조달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일부 차종에서 와이어링 하니스 부품을 구하지 못하면 상당수 차종은 당장 이번 주중으로 생산에 차질이 빚어져 공장 가동이 당분간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회사 측은 1주일가량 공장 가동을 아예 중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날 하언태 현대차 사장은 공장 게시판에 “중국산 부품 공급 차질로 인해 휴업까지 불가피한 비상사태에 직면했다”며 “휴업시기와 방식은 공장별·라인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공지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생산차질을 최소화하도록 부품 대체 조달 등 다각적인 대응을 통해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공장 가동만은 막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쌍용차 평택공장 렉스턴 자체 생산라인이 가동되고 있는 모습. 사진=쌍용차

◆ ‘속도 조절’ 나선 한국지엠·르노삼성…“추이보고 결정하겠다”

쌍용차는 아예 공장 운영을 중단한다. 와이어링 하니스를 공급받는 레오니와이어링시스템코리아의 중국 옌타이(烟台) 공장이 9일까지 가동 중단을 연장하면서 부품공급이 어려워져 4∼12일까지 8일간 평택공장 문을 닫는다.

이는 중국 정부가 신종코로나 확산을 막고자 춘제(설) 연휴를 이달 2일까지로 연장하면서 벌어진 사태다.

한국지엠은 지난 주말 국내공장에서 예정했던 특근을 모두 취소했다. 다른 곳과 달리 와이어링 하니스 공급이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생산속도 조절이 필요해서다.

한국GM 관계자는 “와이어링 하니스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생산속도 조절이 필요해 불가피하게 취한 조치였으며, 이번주까지 공장은 정상가동된다”고 말했다.

부산 강서구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르노삼성차는 글로벌 공급망이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영향이 불가피해 중국 상황을 우선 지켜보고 난 이후 대응방향을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도 “당장 공장 가동에 문제는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타격 불가피해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와이어링 하니스뿐 아니라 다른 제품들도 중국의 연휴 연장에 따른 공급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와이어링 하니스뿐만 아니라 인건비 등 원가절감을 위해 국내에서 중국으로 생산 라인을 옮겨진 대다수 부품 수혈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며 "국내 업체들이 공급선 다변화 등 위기상황인만큼 하루빨리 후속조치에 대비하기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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