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3구역재개발조합 “유독 우리만…정부가 강행해 입은 피해 누가 보상하냐” 분통

서울시 용산구 한남3구역 일대.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김주경 기자]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시공사 선정을 놓고 과열경쟁을 부추긴 대형 건설사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불기소 처분으로 종결했다.

이를 놓고 일부 조합원들은 정부가 물증없이 심증만으로 무리하게 강행했기에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며 정부의 과도한 규제는 때로 더 큰 피해를 불러온다는 것을 새길 필요가 있다고 작심 비판했다.

또한 이들은 결국 별다른 성과없이 시공사 입찰만 지연되는 등 사업 차질에 따른 부담은 고스란히 조합이 떠안게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태일)는 GS건설·대림산업·현대건설 등 건설사 3곳에 대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위반과 입찰방해’ 등 혐의로 수사한 결과 혐의없음으로 처분했다고 21일 밝혔다.

앞서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20여건의 사례가 도정법 등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정부당국은 건설사가 입찰참여 제안서에서 사업비와 이주비 무이자 지원 등 직간접적으로 재산상 이익을 약속하고, 분양가 보장 등 사실상 이행이 불가능한 내용을 약속하는 방식으로 입찰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남3구역에 입찰한 건설사들은 입찰과정에서 이주비 전액 지원(공통), 3.3㎡당 분양가 7200만원 보장(GS건설), 조합원 인테리어 비용 5000만원 환급(현대건설), 자회사를 통한 재개발 임대주택 매입(대림산업) 등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정법 제132조에 따르면 조합 임원 등의 선임선정 시 행위제한을 들어 재산상 이익 제공 의사를 표시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 수사를 의뢰한 서울시는 입찰제안서에서 이사비와 이주비 등 시공과 관련 없는 재산상 이익을 제안하지 못하게 한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국토부 고시) 제30조 1항 위반이라고 주장했으나 검찰은 이와 관련, 형사처벌 규정이 없다고 판단했다.

도정법이 금지한 내용은 계약체결이 아닌 계약 관계자에게 뇌물을 지급해 계약을 성사시키는 행위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단순히 입찰제안서에 이익을 제공한다고 명시한 것은 뇌물이 아니다라는 것이 재판부가 내린 결론이다.

아울러 건설사들이 입찰제안서에서 ‘분양가 보장' 등 실현 불가능한 내용을 약속해 입찰을 방해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혐의없음’으로 판단했다.

건설사들이 입찰제안서에 쓴 항목 중 일부를 이행하지 않아도 이는 민사상의 문제이지 형사법상 입찰방해죄에서 규정하는 위계나 위력 등의 방법으로 입찰 과정을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건설사들이 입찰제안서에 거짓·과장광고를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관련법상 광고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검찰은 이번 불기소 처분에 대해 입찰제안서 등의 내용만으로 도정법 위반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일 뿐 입찰 과정 전반에서 범법행위가 전혀 없었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검찰의 불기소 처분 소식을 접한 조합원들은 결국 어떠한 범법행위도 밝혀진 것 없이 공사만 지연됐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조합원 A씨는 “집값 잡겠다고 정부가 나서서 막바지 입찰 앞둔 재건축 지역에 퇴짜놓더니 이번 검찰 결과 위법행위가 나온 게 아무것도 없지 않느냐”며 “정부가 한남3구역 입찰무효를 어거지로 밀어붙인 결과가 고작 이거냐며 이번 사태로 조합원들의 반발은 극에 달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향후 진행될 시공사 재입찰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합 내부에서는 시공사 선정과 관련, 의견이 팽팽히 갈리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국토부와 서울시가 주장한 피의사실에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만큼 건설 3곳이 제시한 원안대로 강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GS건설·대림산업 등 건설사의 잘못이 없다고 결론이 났기 때문에 굳이 원안에 포함된 제안사항을 제외하고 새로운 내용으로 재입찰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

반면에 외부에서 한남3구역을 바라보는 관심이 워낙 높은 데다 이왕 재입찰하기로 결정했으면 논란이 될 만한 사항을 다 제외하고 시공사를 선정해야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검찰 수사 결과, 위반소지가 있다는 결론이 나오면 정비사업 입찰 제한 등 후속 조치에 돌입할 예정이었으나 불발됐다.

하지만 조합원 측이 원안대로 시공사 선정을 강행할 경우 즉시 규제조치에 착수한다는 입장이다.

22일 정부당국은 입장문을 통해 “시공자들이 조합원들에게 제시한 이주비 지원, 반분양가 보장, 임대주택 제로 등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도 행정청의 입찰무효 등 관리당국의 행정처분이 가능한 사안이므로 관련 조치에 따르지 않으면 사업시행자(조합)과 시공사 모두 처벌받을 수 있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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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건설사들은 한남3구역 수주와 관련,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입장이다.

입찰에 참여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아직까지 관련 사업부서에서 결정된 사항은 아무것도 없다”며 “우리로서는 인·허가권자의 의견이 가장 중요한 만큼 이들이 어떻게 방향을 결정할 지에 따라 입찰여부가 정해질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조합이 재입찰을 하겠다고 한 만큼 건설사 입장에서도 기존안을 그대로 진행하기에는 위험부담이 큰 것은 맞다”며 “행정당국 관리감독권을 서울시와 국토부가 가지고 있어 인·허가권을 마냥 무시할 수 없어 여러모로 고민이 크다”고 전했다.

한남3구역재개발조합은 지난 13일 대의원회의에서 내달 1일 시공사 재입찰 공고를 내기로 결정했다. 내달 10일 현장 설명회, 3월27일 입찰 마감 등을 거쳐 5월 16일 시공사를 확정할 방침이다.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은 한남동 686번지 일대 38만6395㎡를 대상으로 하며 분양 4940가구, 임대 876가구 등 총 5816가구를 짓는 대형 정비 사업이다. 총 사업비 7조원으로 공사비만 2조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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