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김주경 기자] 2위 국적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이 1988년 이후 31년 만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떠나 범(凡)현대가에 입성한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과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HDC컨소시엄)은 오늘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1.05%(구주 6868만8063주)에 대한 주식매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이날 이사회를 개최해 신주발행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매각 규모는 총 약 2조5000억원이다. 금호산업이 매각하는 구주 가격은 HDC그룹 측과 논의해 약 3200억원대로 합의됐다. 나머지 잔금 약 2조1800억원은 유상증자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신규자본으로 유입돼 경영 정상화에 사용된다.

앞서 금호산업은 지난 12일 아시아나항공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HDC를 선정했다. 양측은 지난 12일 SPA를 체결할 예정이었으나 아시아나항공의 구주 가격과 기내식 관련 과징금 배상책임 등 HDC컨소시엄과 금호산업 간 합의를 이루지 못해 1차례 연기됐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중재에 나선 결과, 협상이 진전돼 ‘연내 매각’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조건을 조정하던 양측은 협상 시한을 연장해 핵심 쟁점에 합의가 이뤄졌다.

매각과정에서 가장 큰 난관이었던 아시아나항공 우발채무 손해배상 한도 관련 구주 매각가격(약 3200억원대)에 통합 손해배상한도인 9.9%(약 317억원)를 명시하기로 정리한 것.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된 이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HDC그룹의 자금 수혈로 아시아나항공은 항공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2조원 이상 증자하면 아시아나항공 부채 비율이 300% 미만으로 내려가게 되고, 재무구조가 개선되면 경영적으로 선순환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항공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할 예정이며, 인수 이후에도 신형 항공기와 서비스 분야에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 대형국적항공사로서 경쟁력과 기업가치를 높이겠다” 덧붙였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은 1988년 출범된 이래 31년 만에 금호산업 품을 떠나 HDC그룹으로 소속이 전환된다.

한편  故정세영 명예회장의 장남인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총수로 있는 HDC그룹은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몸집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준 HDC 계열사의 총 자산은 10조600억원 규모다. 이번에 인수한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에어서울 등 6개 자회사까지 포함하면 총 자산이 약 20조원에 이른다. 재계 순위는 기존 33위에서 17위로 훌쩍 뛴다. 

아시아나 항공은 범 현대가 입성을 계기로 현대차그룹을 포함한 현대중공업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등의 지원도 기대할 수 있게 됐으며, HDC그룹은 아시아나 항공을 내세워 호텔·레저·면세점 사업 등 산업 전반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앞서 현대산업개발은 2015년 호텔신라와 손잡고 면세점 시장에 진출한 바 있으며 지난 8월에는 한솔오크밸리 리조트 운영사인 한솔개발 경영권을 인수했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처리여부는 HDC그룹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손자 회사는 증손회사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하기 때문.

HDC현대산업개발의 모회사는 HDC이므로 아시아나항공은 HDC의 손자회사가 된다. 또한 기존 자회사인 에어부산,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등은 증손회사가 된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HDC그룹이 인수를 완료한 다음 시기를 봐서 자회사 재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 항공은 이번 기회에 부채비율을 낮추고 적자 노선 조정 등 경영 정상화가 진행되면 충분히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