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연합뉴스, 대한항공

[뉴스워치=김주경 기자] 한진그룹은 지난 5월 故 조양호 회장이 작고한 이후3세 경영 체제를 본격한 이후, 조원태 회장 취임 6개월 만에 ‘남매의 난’이 일어날 위기에 처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동생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상대로 “선대 회장께서 남기신 형제간 공동경영을 강조한 유훈을 어겼다”고 비판하며 선전포고에 나섰다.

고(故) 조양호 회장 별세 후 조원태 회장으로 경영권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묵묵무답이었던 조 전 부사장이 법무법인을 내세워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

조현아 전 부사장은 23일 법무법인 원을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조원태 회장은 고 조양호 회장이 남긴 공동경영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간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앞서 조 전 부사장은 지난 2014년 ‘땅콩회항’ 사건이 불거진 이후 지난해 3월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로 복귀했지만, 조현민 전무의 ‘물컵 갑질’ 논란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바 있다.

이에 조 전 부사장은 조원태 회장이 자신의 복귀와 관련, “어떠한 합의도 이뤄내지 못했음에도 대외적으로는 (복귀하지 않는다는)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공표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조원태 회장은 “조 전 부사장과 법률대리인의 거듭된 요청에도 최소한의 사전협의 없이 경영상 주요 결정들을 독단적으로 결정되거나 발표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그룹 내 3세 간 불화설을 공식화했다.

재계에서는 조원태 회장의 지분율이 낮아 조현아 전 부사장,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 등 가족이 협력해야만 한진그룹 경영권을 지켜낼 수 있다고 분석한다.

대한항공 사정에 밝은 한 재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주요주주인 강성부 펀드와 반도건설 등 외부 주주들의 지분율이 높기 때문에 남매 간 분쟁이 계속 이어지면 내년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 일가가 경영권을 잃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 조현아 전 부사장, 조현태 회장의 독단 경영에 ‘불만’…수백억 ‘상속세’도 부담

‘조현아·조현태’ 경영권 분쟁은 조양호 회장 별세 직후부터 일찌감치 예고되어 왔다. 조 회장이 그룹의 후계자를 명확히 지명하지 않았고 자식들이 각자 어떤 계열사들을 맡을지 교통 정리가 이뤄지지 않아 분쟁의 ‘불씨’를 남겼다는 것.

조원태 회장 취임 당시 한진그룹 측은 조원태 회장이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취임한 것을 놓고 “장례 기간 유족들이 조 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경영을 지속하겠다고 이미 합의된 사안”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한진가 3세 내부적으로 경영권 승계를 놓고 이견이 많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한진그룹은 조 회장 취임 후 공정거래위원회에 ‘대기업집단 동일인(총수) 변경 신청서’를 마감기한일 이틀 앞두고 제출해 구설에 오른 바 있다. 

공정위는 각 기업집단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 인물을 명시하는 서류를 제출받는다. 당시 한진그룹은 ‘내부의견 불일치’를 이유로 정해진 기일에 조원태 회장을 총수로 명시하는 이 서류를 내지 못한 것.

공정위는 어렵게 직권으로 한진그룹 총수를 조원태 회장으로 지정했지만, 재계에서는 조원태 회장의 경영 승계를 반대하는 세력이 많아 일어난 일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이번에 조현아 전 부사장이 동생을 비판하는 입장문을 배포한 것은 현재 한진그룹 경영에서 배제된 데 따른 불만에서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 2015년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대한항공 부사장직을 내려놨다. 3년만인 지난해 3월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했지만, 동생인 조현민 전무의 ‘물컵갑질’ 사건으로 조양호 회장 일가의 갑질 횡포와 각종 비리 의혹이 확산되면서 다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조 전 부사장은 올해 조양호 회장이 작고한 이후 6개월 만에 이뤄진 대한항공 정기인사에서 주요 계열사를 맡아 경영에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조 전 부사장은 1년7개월 간 어떠한 직책도 맡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조현아 전 부사장은 한진그룹의 호텔과 대한항공 기내식 사업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에 견줘볼 때 동생 조원태 회장에게 이 부문의 경영 참여를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 가족 협력 불발시 조현태 회장 경영권 ‘위협’

한편으로는 ‘무직’인 조 전 부사장이 상속세 부담으로 조원태 회장에 반기를 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조양호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한진가 3남매가 부담해야 할 상속세 규모는 2700억원 규모다. 

이 전 이사장과 3남매는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을 포함해 정석기업, 한진정보통신 등 각 계열사의 주식을 각각 1.5:1:1:1이라는 법정 상속비율로 승계받았다. 이에 조 전 부사장이 내야할 상속세는 600억원에 이른다.

조양호 회장 유족들은 일단 1차로 상속세 2700억원 중 450억원을 납부한 뒤 나머지 금액은 5년간 6차례에 걸쳐 나눠낼 수 있다. 다만 조원태 회장은 그룹 총수로서 연봉만 약 40억원에 달해 상속세 부담이 크지 않지만 조 전 부사장은 마땅한 직책이 없다보니 상속세를 부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만약 조현아, 조원태 남매의 분쟁이 장기화되면 고(故) 조중훈 창업주(조양호 회장 선친)가 1945년 창업한 후 70여년만에 한진그룹의 경영권이 위협받게 된다.

현재 한진칼의 지분은 조원태 회장이 6.52%, 조현아 전 부사장이 6.49%를 보유하고 있다. 조현민 전무는 6.47%, 이명희 전 이사장은 5.31%를 갖고 있다. 조양호 회장 유족들과 특수관계인의 지분 합계는 28.94%다.

반면 한진칼의 1대 주주는 ‘강성부 펀드’라 불리는 KCGI의 지분은 15.98%다. 여기에 대호개발 등 반도건설 계열사가 6.28%의 지분을 갖고 있다. 국민연금도 4.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델타항공이 10%의 지분으로 조원태 회장의 ‘우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조현아 전 부사장을 비롯한 다른 가족이 반대하면 조원태 회장은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밖에 없다.

재계에서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가 한진그룹의 경영권이 결정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는 내년 3월 23일 만료된다. 만약 주총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부결되면 조 회장은한진그룹의 경영권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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