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C&C·SK브로드밴드 등 4곳 계열사 CEO 50대 전진배치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그룹 본사. 사진=SK그룹

[뉴스워치=김주경 기자] SK그룹이 올해 보여준 정기인사 핵심 기조는 ‘안정 속 변화’였다. 

그룹 주요 계열사인 지주사를 포함해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의 사장단 대부분 유임된 가운데 SK㈜ C&C와 SK루브리컨츠, SK브로드밴드, SK머터리얼즈의 수장은 50대의 새 인물로 교체됐다.

SK그룹은 지난 5일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고 신규 선임 108명과 사장 승진 9명을 포함한 총 117명에 대한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장동현 SK㈜ 사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등 주력 계열사 사장단은 대부분 유임됐고 그룹 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는 7개 위원회 중 2개 위원장이 교체됐다.

반면 임원진 인사에서는 역량을 갖춘 젊은 중간관리자들이 신규 등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SK 안팎에서는 이번 정기인사가 안정적인 리더십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혁신과 변화를 이어가려는 최태원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왼쪽부터)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장동현 ㈜SK 사장. 사진=SK그룹

주력 계열사 핵심 3인방 대부분 유임…리더십 안정’ 택한 SK그룹

앞서 SK는 지난해 이뤄진 인사에서도 대규모 교체가 진행되는 등 주요 임원의 역할이나 직제에도 변화가 컸다. 반면 이번 인사는 SK 계열사 조직에 나타난 변화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SK그룹은 지난 5일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에게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에너지·화학위원장을 선임하는 한편 SK주식회사 홀딩스 장동현 사장은 커뮤니케이션 위원장에 신규 보임됐다. 

아울러 수펙스추구협의회 협약사(관계사) 가운데 SK C&C, SK브로드밴드, SK머티리얼즈, SK루브리컨츠 등 4곳 모두 50대 CEO를 임명한 것이 눈에 띈다.

앞서 최태원 회장은 올해 7월 상무, 전무, 부사장과 같은 임원 직급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한 후 이뤄진 첫 인사다. 

인사 규모는 축소됐지만 실질 인사의 폭은 예상보다 훨씬 컸다는 것이 SK 측의 설명이다.

이번 인사의 특징은 CEO를 포함해 ‘C-레벨’ 임원들은 유임시키면서 각 계열사 사업부를 이끌던 임원들이 대거 교체됐다. 

SK그룹 사정에 밝은 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에 보여준 부문장급의 세대교체는 ‘딥 체인지(최태원 회장이 강조하는 기업과 사업 방식의 근본적 변화)’가 크게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또다른 재계 관계자는 “안정인 리더십을 유지하는 한편 신성장 관련 임원과 여성임원의 수도 확대했다"면서 "젊고 혁신적인 임원들이 주요 위치에 배치해 세대교체 속도가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SK C&C와 SK브로드밴드를 포함한 4곳 계열사 신임 사장단은 50대로 전면 배치했다. (왼쪽부터) 박성하 SK주식회사 C&C 사장, 차규탁 SK루브리컨츠 사장, 최진환 SK브로드밴드 사장, 이용욱 SK머터리얼즈 사장. 사진=SK그룹

SK C&C 등 계열사 4곳 CEO, 50대 ‘전진 배치’…세대교체 속도↑ 

실제로 SK C&C와 SK브로드밴드를 포함한 4곳 계열사 신임 사장단은 50대로 전진 배치됐다.

SK C&C 사장은 박성하(54) 수펙스추구협의회 전략지원팀장이 내정됐다.

SK브로드밴드 사장에는 최진환(51) ADT캡스 대표, SK머티리얼즈 사장에는 이용욱(52) SK주식회사 홀딩스 투자2센터장이 각각 임명됐다. SK루브리컨츠 사장에는 차규탁(56) 기유사업본부장이 선임됐다.

박성하 사장은 그룹 내 대표적 전략기획·투자통이다. 그룹 성장동력을 발굴해온 경험으로 AI·DT 시대 C&C 도약을 책임지게 된다.

최진환 사장은 AT커니컨설팅, 베인앤컴퍼니 등 글로벌 컨설팅사를 거쳐오며 기획·사업개발 관련 전문성이 높다고 평가받았다.

이용욱 사장은 SK이노베이션과 SK주식회사 홀딩스에서 법무, 인사, 전략, 투자 등을 두루 거쳤으며, 차규탁 사장은 에너지 전문가로 석유사업 마케팅, 신규사업 개발 경험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왼쪽부터) 조정우 SK바이오팜 사장, 진교원 SK하이닉스 사장, 진정훈 SK하이닉스 사장. 사진=SK그룹

이 밖에도 SK는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는 대표이사 사장, 박찬중 디스커버리 총괄을 디스커버리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진교원 SK하이닉스 DRAM개발사업담당이 개발제조총괄 사장을 맡게 됐고, 진정훈 SK하이닉스 글로벌 디벨롭먼트 그룹 담당이 사장을 맡게 됐다. 조돈현 수펙스추구협의회 HR지원팀장은 SK 기업 대학 SK유니버시티 사장으로 신규 선임됐다.

신규 승진 임원 ‘SK㈜’ 대거 배출…사업 중추역할에 기대감 높아

이번 인사의 또 다른 특징은 그룹 내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아왔던 SK㈜에서 신규 승진 임원이 대거 배출됐다는 점이다. SK㈜ 임원 승진자는 16명으로 지난해 9명에서 7명 더 늘어나는 등 약진이 두드러진다. 

SK이노베이션은 19명에서 7명, SK텔레콤은 22명에서 10명으로 50% 이상 감소한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아울러 신규 선임된 사업부문장 가운데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의 행보도 눈에 띈다. 

특히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은 SK이노베이션 최우선 목표로 손꼽힐 만큼 공들이는 사업 분야다.

지동섭 대표는 1990년 유공으로 입사해 SK텔레콤 미래경영실장과 전략기획부문장을 맡았으며, 2016년 말 SK루브리컨츠 사장으로 선임된 뒤, SK의 윤활기유 사업 해외수출을 담당해왔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배터리 사업은 해외 자동차 회사들과 지속적 협력관계 구축이 요구되는 만큼 배터리 사업가치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이번 인사에 반영했다”고 전했다.

지 대표는 그동안 CEO 직속이었던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부인 ‘E모빌리티 사업’을 총괄하는 한편 이번에 신설하는 ESS(에너지저장장치) 사업부를 이끌게 된다.

SK텔레콤은 전통적인 이동통신사업(MNO사업)을 ‘콥1센터(Corp1센터)’가, AI(인공지능) 등 신사업을 ‘콥2센터’가 각각 관할하는 등 사실상 사업부제 조직으로 전환됐다.

아울러 AI센터, ICT기술센터, DT(디지털전환)센터는 사업별 기술지원 기능을 ‘AIX센터’로 통합해 최고기술책임자(CTO)가 관할하게 된다.

한편 CIDO(Chief Innovation Design Officer)를 신설해 전사 차원의 핵심사안에 대해 CEO의 의사결정을 돕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직위는 사업부 간 조정과 전체적인 기술 및 서비스 개발 로드맵을 관장하게 된다.

SK텔레콤의 CTO로는 애플의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 ‘시리(Siri)’ 개발팀장을 맡았던 김윤 부사장이 선임됐다. 또 콥2센터장은 하형일 SK텔레콤 통합서비스혁신센터장이 역임됐다.

신규 임원으로 선임된 인사 중에는 인공지능(AI)과 신약 등 각 분야 젊은 전문가들이 포함됐다.

한편 올해 승진한 여성 임원은 7명으로, 그동안 발표된 여성 임원 인사 중 가장 많은 규모다. 이에 그룹 내 여성 임원은 27명으로 늘었다.

SK그룹 관계자는 “새로운 임원제도가 올해부터 반영되면서 젊고 혁신적인 임원들이 대거 주요 포지션으로 전진 배치됐다"며 "연공과 직급 간 벽이 사라지고 역량있는 임원이 적재적소 에 배치가 이뤄지면서 세대교체 속도가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