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전수용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백재현 의원이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청 산하 공공기관인 중소기업연구원(이하 ‘중기연구원’)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 사례가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백재현 의원에 따르면 중기연구원은 2012년 사무실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규정을 어기고 절차를 진행했으며, 재정불균형이 예상 되는 상황에서도 불요불급했던 사무실 이전을 강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전 과정의 인테리어 공사 계약도 내부규칙에 어긋나게 일반경쟁입찰을 하지 않고, 지명경쟁입찰을 진행하고 같은 업체와의 수의계약을 통해 수차례 추가공사를 한 사실도 드러났다.

또한 중기연구원은 직원 복리후생 명목으로 골프장 회원권을 구입했으나 본래 목적에 맞지 않은 연구기금을 이용했고, 골프장 회원권 회사의 재정이 불안정해 투자 목적에 맞지 않았고, 멀다는 이유로 연구원의 이용률조차도 저조했다.

더불어 평균 연봉 2억대의 역대 원장의 경력을 살펴보니, 현직 김세종 원장 이전까지 모두 중기연구원에 강력한 영향력을 관련 부처의 고위 공직자 출신이었다. 이를 통해 도덕적 해이 행태의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중기연구원은 2012년 여의도에서 상암동 DMC 타워로 사무실을 이전했다. 그러나 이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관도 어기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태를 보였다. 중기연구원 정관에 따르면 사무실을 이전하기 위해서는 ‘주무관청과 사전 협의 → 이사회 안건 상정 및 승인 → 주무관청의 승인 →사무실 이전 실행’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하지만, 중기연구원은 이사회 심의·의결(’12.6.7.)전에 인테리어 업체를 선정 공고(’12.5.24.)하고, 이사회 다음날 계약체결(’12.6.8.)을 진행했으며, 주무관청의 승인을 받지 못하고 이전 추진했다.

사무실을 넓혀 이전함에 따라 운영 비용은 얼마나 늘어났을까. 중기청 제출 자료에 따르면 이전 전과 후를 비교해 봤을 때, 연간 4.3억 원이 넘는 임대료 및 관리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과연 중기연구원의 재정은 이를 감당할 만큼 튼튼했을까. 2012년을 전후로 한 중기연구원의 수입 대비 지출 현황을 살펴본 결과 이전을 사이에 두고 수입이 획기적으로는 사실을 확인할 수 없어 재원 부족이 예상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늘어난 공간은 꼭 필요한 시설도 아니었다. 중기청 확인 결과 이전 후의 상암동 사무실은 여의도 당시의 임대면적보다 310평을 추가로 임대해 사용했고, 추가 임대 면적 중 복도 면적 증가, 회의실, 탕비실 등 직원의 상시 근무공간이 아닌 공간이 과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기청 감사시 불필요한 공간이라고 판단한 공간에 대한 임대비용을 단순 계산할 경우 연 10억3239만원 중 1/4에 해당하는 사항이므로 2.5억 원 가량의 임대차액이 발생하게 된다.

사무실 이전 과정에서 맺은 인테리어 공사계약도 이상한 점이 많다.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회의 심의·의결(’12.6.7.)을 받기 전에 인테리어 공사 계약(’12.5.31.)을 체결 후 진행했다. 이는 정관의 주요 사항을 위한 행태다.

또한 중기연의 ‘공사 및 구매계약규칙’에 따르면 공사비용 4억 원 초과로 일반경쟁입찰에 의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함에도 지명경쟁입찰로 추진한 것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또한, 기재부 ‘계약예규’에 따르면 단기간 공사시에는 선금을 지급할 수 없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선금을 지급했다.

추가공사를 수차례 진행하면서 원래의 시공업체에게 수의계약으로 발주 처리한 것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인테리어 공사 기본설계를 전문가에게 의뢰하지 않고, 업무담당자가 기존 여의도 사무실의 사용 형태를 줄자를 이용해 측정한 후 이를 동일하게 이전하는 사무실의 공간 배치도로 적용했다고 한다.

그 결과 사무실 내 복도 넓이가 동일하지 않고 직원의 상시 근무 공간이 아닌 탕비실, 회의실 등 업무지원공간이 과다하게 됐다.

중기연구원이 직원 복리후생 목적으로 구입한 골프장 리조트 회원도 심각한 도덕적 해이 행태를 보여준다.

연구원이 밝힌 회원권 구입 재원은 연구기금 중 만기 도래 된 자금 3억7천만 원이었다. 당연히 연구기금의 본래 목적과는 전혀 관계없는 것이었다.

연구원은 기금 재투자시 이자소득이 미미하고, 이자소득 분을 직원복지를 위해 재투자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이 또한 회원권 구입 당시 골프장 회원권 회사의 재무상태가 순손실 발생 및 자본금대비 자본 잠식 상태였다는 점을 보면 납득이 되는 설명이라 볼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초기 구입 시에 비해 접근성 등의 문제로 이용률이 현저하게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연구원은 투자가치도 의심되고, 쓰지도 않는 골프장 회원권을 연구기금으로 구매한 셈이 된다.

중기연구원 내부에 이런 도덕적 해이 행태가 만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는 대부분의 역대 연구원장들이 퇴직한 고위공직자 출신이라는 점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김세종 원장 이전 제1대~제4대 연구원장이 모두 연구원과 유관한 부처의 고위공직자 출신이었다.

당연히 관리감독을 담당해야 할 부처에서는 이를 제대로 할 수 없었고, 연구원장들 역시 경영에 큰 힘을 쏟지 않아도 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역대 연구원장들의 평균연봉은 모두 2억대를 훌쩍 상회했다.

백재현 의원은 중기연구원의 이러한 행태에 대해 “조직 전체에 심각한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상태라 볼 수 있는 매우 충격적인 결과”라며, “중기연구원에는 올해에만 66억 원이 넘는 혈세가 지원되었는데, 이와 같은 모럴 해저드 현상이 단지 중기연구원에 국한되는 사례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매우 통탄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박근혜 정부가 공직 기강 전체를 제대로 다잡지 않는 이상 이와 같은 예산 낭비는 계속 될 것”이라며, “공공기관들에 지원되는 세금은 모두 국민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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