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김도형 기자] "공정과 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다시 한번 절감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의 키워드로 '공정을 위한 개혁'을 제시했다.

'조국 정국'을 거치며 형성된 국민 여론이 큰 틀에서 공정과 개혁이라는 시대정신으로 수렴된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판단인 셈이다.

이에 따라 2년 반 동안 문 대통령은 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은 물론 사회의 각 분야에서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이를 통해 '공정사회'를 실현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판단이다.

◇시정연설 내내 경제·공정 강조한 대통령

이날 시정연설에서 문 대통령이 가장 많이 사용한 '경제(29번)'였다. 또한 '공정'이라는 단어를 27번 언급했다.

예산안 설명을 위한 연설이었기에, '경제'를 가장 많이 사용한 셈이다. 이와 거의 비슷하게 공정을 언급했다는 것은 남은 임기 동안이를 국정운영의 좌표로 삼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정치권은 임기반환점을 맞아 현재의 민심을 점검한 결과, 국민들이 가장 열망하는 가치가 바로 '공정'이라는 문 대통령의 판단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른바 '조국 정국'을 거치며 이런 흐름이 더욱 강해졌다는 상황 인식이 엿보인다. 단순히 특권과 반칙, 불공정을 없앤다는 선언적 의미가 아니라 '제도에 내내된 합법적인 불공정과 특권까지 근본적으로 바꿔내자는 것'이 문 대통령의 시각이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엄중하게 들었다. 국민의 요구를 받들어 공정을 위한 개혁을 더욱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공정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새로운 각오로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의 사회정책 비전이 '혁신적 포용국가'인 만큼 '혁신'이라는 단어는 20번, '포용'이라는 14번씩 각각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공정이 바탕이 돼야 혁신도 있고, 포용도 있고, 평화도 있을 수 있다"고 언급, 다른 가치들의 뿌리가 되는 것이 바로 '공정'이라는 생각을 내비치기도 했다.

주목할 점은 '검찰'이라는 단어도 10번, '개혁'이라는 단어도 8번씩 포함됐다는 점이다. '권력기관 개혁 등을 통해서 공정사회를 이뤄가겠다'는 구상이 반영된 셈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검찰에 대한 개혁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검찰 내부의 비리에 대해 검찰이 스스로 엄정한 문책을 하지 않을 경우 우리에게 어떤 대안이 있는지 묻고 싶다"며 "권력형 비리에 대한 엄정한 사정기능이 작동하고 있었다면 국정농단 사건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때의 국정농단 사건은 문재인 정부가 스스로 '뿌리'라고 여기고 있는 '촛불혁명'의 기폭제가 된 사건이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이 이 사건을 언급했다는 것은 검찰개혁 과제를 무엇보다도 엄중하게 여기고 있다는 방증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어떤 권력기관도 국민 위에 존재할 수는 없다", "잘못된 수사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 "검찰은 더 이상 무소불위의 권력이 아니다" 등 검찰을 향한 '경고'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연설문에 포함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검찰개혁 작업을 '속도전'으로 처리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인권보호 수사규칙·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 등의 제정 시한을 '이달 안'으로 명시한 것이 그 사례로 볼 수 있다. 동시에 야당을 향해서도 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분리 등 검찰개혁 법안의 조속한 처리에 협조해달라는 메시지도 연설문에 담았다.

◇입시·채용·탈세 모든 분야 거론 눈길

문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국민의 삶 속에 존재하는 모든 불공정을 과감하게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입시제도 등 교육문제, 채용비리 문제, 탈세, 병역, 직장내 차별 등을 하나씩 거론하며 공정성을 바로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력기관 개혁 등 거대 담론에만 치우치지 않고,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불공정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여기에는 집권 3년차에 접어든 문 대통령의 국정동력에 대한 고민도 읽힌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정지지도 하락 추세가 이어지면서 여권 내에서도 국정동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번지고 있다.

이런 흐름을 반전시키고 후반기 국정장악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권력기관 개혁과 동시에 국민들이 실제로 삶 속에서 불공정이 개선됐다고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예산을 위한 시정 연설이었던 만큼 확대 재정을 강조한 것도 화제를 모았다. 이날 문 대통령은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

확장예산을 통해 민생·경제 분야에서 실질적 성과를 끌어내고, 경제에 활력을 높이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구상이다.

민생·경제를 위한 또 다른 관문인 국회 입법을 어떻게 돌파할지도 관심이 쏠린다.

문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보수적인 생각과 진보적인 생각이 조화를 이뤄야 새로운 시대로 갈 수 있다"며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약속대로 가동하고 여야 정당대표 회동을 활성화해 협치를 복원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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