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 1년을 맞았다. 이 총재는 지난해 4월1일 이례적으로 여야의 축복 속에 임기를 시작했다. 2012년 한은법 개정에 따라 처음 실시된 한은 총재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기획재정위원회는 그 흔한 도덕성 논란이나 정치적 공방 하나 없이 당일 '적격' 의견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35년간 한은에서 근무한 정통 '한은 맨'인데다 인품과 도덕성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의 기대도 컸다. 당시 그는 청문회 답변에서 통화정책 성패의 관건으로 시장과 국민의 신뢰를 꼽았다. '불통' 이미지가 강했던 김중수 전 총재와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취임 1년이 지난 지금 이 총재에 대한 시장의 시선은 사뭇 달라졌다. 한국은행은 지난 1년간 3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 1%대 시대를 열었다. 정부의 노력에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고 디플레이션의 위험까지 감지되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는 시의적절한 조치로 판단된다. 문제는 과정이다. 이 총재는 취임 이후 금리 동결이나 인상 쪽에 무게를 두는 듯하다가 7월 들어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며 갑자기 '인하 깜빡이'를 켰고 불과 한 달 만에 실제로 금리를 인하했다. 이달 초 기준금리를 1.75%로 낮출 때도 시장에서 '깜짝 인하'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 총재는 취임 초 "금리를 조정할 필요가 있으면 2~3개월 전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깜빡이'가 오락가락했고 '차선 변경'의 타이밍을 예측하기 어려웠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대한 간섭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는 정부 관계자와 정치권의 발언도 한국은행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총재가 정부, 정치권과의 소통에 무게를 두는 바람에 정작 가장 중요한 시장과의 소통에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다. 오죽하면 집권 새누리당의 대표적인 경제통인 유승민 원내대표가 이달 초 한은의 금리 인하 결정 후 "정치권에서 금리나 환율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앞서 금리 인하를 압박한 인사들을 겨냥했겠는가.

한국은행의 독립성은 이 총재나 한국은행의 차원을 넘어 국가 안위에 관한 사안이다. 평상시에는 별 문제가 없는 듯 보이지만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때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시장 안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평소 '한국은행이 정치권의 압박으로 단기적인 대증처방에 집착한다'는 인상을 줄 경우 위기 상황에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내놓은 수단들이 의심을 받게 된다.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백약이 무효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대한 의구심은 이 총재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와 정치권은 국가백년대계라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발언을 자제해야 한다. 물론 이 총재 본인도 정부와 협력과 견제라는 두 축의 균형을 조화롭게 유지하되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도 등 떠밀려 하는 모양새가 되지 않도록 시장과 선제적으로 소통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말 것을 당부한다.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