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사설] 대법원이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했다. 당초 이 부회장에게 선고됐던 2심의 집행유예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이 부회장은 이에 따라 자신을 집행유예로 풀어줬던 서울고법에서 2심 재판을 다시 받아야할 처지다.

표면상으론 재판을 다시 받는 형식이지만 대법원이 이재용 부회장을 집행유예로 풀어줬던 2심 판결을 배격하고, 오히려 1심 판결(징역 5년) 결과에 가까운 판단을 내림으로써 파기환송심은 이 부회장에게 또다시 집행유예를 선고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졌다.

이번 대법원의 상고심 판결 내용중 가장 주목 받는 부분은 삼성그룹 승계 과정의 댓가성 뇌물공여를 인정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대법원은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뇌물을 요구한 것이 강요에 해당할 정도는 아니었고 뇌물이 오갈 당시 삼성에 경영권 승계현안이 존재했다고 판단했다.

반면 지난해 2심 재판부의 판결 내용을 살펴보면 이번 대법원의 판단과 판이하게 배치된다. 집행유예 판결을 내리기 위해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판단을 집중적으로 한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다.

2심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며 풀어준 근거는 그룹 승계작업을 위한 댓가성 불인정이었다. 당시 이 부회장 2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양형을 판단하며 '정치 권력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뇌물을 공여했다'는 점을 고려요소로 삼았다. 박 전 대통령의 질책과 뇌물 요구의 강도가 매우 강했고, 공무원의 뇌물요구가 권력을 배경으로 한 강요에 해당하면 공여자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2심 재판부는 "승계작업이나 부정한 청탁의 존재가 인정되지 않아 뇌물공여에 대한 비난가능성과 책임을 이 부회장에게만 물을 수 없다"고 했다. 2심 재판부는 이 판단을 토대로 "이 부회장이 뇌물을 공여해 실질적으로 취득한 이익이 없고, 기업 현안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에게 청탁이나 요구를 하지 않았으며 전형적인 정경유착의 모습도 찾을 수 없다"며 집행유예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영재센터 뇌물을 건넬 만한 동기가 있었는지를 좌우하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 현안'의 존재 여부를 두고도 "승계 현안이 있다"고 봤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상고심에서 "최소비용으로 삼성 주요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권 강화라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승계작업을 진행했음을 알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재용 2심 재판부가 집행유예 근거로 제시한 요건의 상당수가 대법원 판단에 따라 더 이상 성립할 수 없게 됨에 따라 향후 벌어질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판단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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