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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치=김도형 기자] 국회 제출 91일째를 맞은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가 '초장기전'으로 돌입하는 모양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정경두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 북한 목선 국정조사 실시 등을 추경 처리와 연계하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도 전면 중단되면서 이달 내 추경 처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면서까지 추경 처리를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생각으로 전해지면서 추경의 조속한 처리는 요원할 전망이다.

◇민주당 "추경 포기는 아니지만 야당 변화 기다릴 것"

추경안 처리가 진통을 겪으면서 민주당 내부에서는 한때 추경을 아예 포기하자는 '강경론'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23일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원내대표단과의 오찬에서 "추경이나 일본 수출규제 대응만큼은 힘을 모아주면 좋겠다"고 특별히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에 공감대를 표하며 '추경 포기론'에는 선을 그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야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불신이 극에 달했다. 계속 새로운 조건을 거니 믿을 수 없고 받아들이기도 어렵다"며 "한국당의 태도에 원내가 격앙돼있다. 일일이 맞춰주면서 추경을 하는 것보다는 늦어지더라도 태도 변화를 기다려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른 원내 핵심 관계자도 "이미 장기전으로 돌입했다"며 "많이 늦어져 효과가 줄어든 예산도 있지만, 추경 처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원칙을 훼손하면서까지 추경을 처리할 수는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민주당도 속이 타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대로라면 이달 내 처리 불가는 물론, 정기국회 때까지도 추경 처리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편성된 두 번의 추경 모두 진통을 겪었지만, 국회에 제출된 지 45일 뒤에는 처리가 완료됐다.

지난 2017년 11조원 규모의 일자리·서민생활 안정 추경안은 6월 7일 국회 제출 후 7월 22일 본회의에서 처리됐고, 지난해 청년 일자리·위기 지역 대응을 위해 편성된 3조8천억원 규모의 추경안은 4월 6일 국회에 제출돼 5월 21일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그러나 이번 추경은 이미 지난 두 번의 추경 처리 기간의 2배를 넘었다. 2000년 이후 국회 통과에 가장 오랜 시간이 소요된 추경은 2조3천억원 규모의 2000년 추경안이다. 국회 제출에서 처리까지 106일이나 걸렸다.

이번 추경안이 다음 달 10일까지 처리되지 않으면 이를 넘어선 최장 기록의 오명을 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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