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日수출규제에 WTO 제소 등 '강대강' 응수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김은정 기자]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반도체 제조 등의 핵심소재 수출 규제 조치를 11일 전격 발표했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의 한국 대법원 첫 배상 판결이 나온 지 8개월여 만에 본격 보복조치에 나선 것으로 한-일간 외교 분쟁이 양국간 통상 분쟁으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일본이 정치적 사안을 놓고 사실상 한국에 대해 무역 전쟁을 선포한 형국이어서 당분간 양국간 갈등은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1일 한국으로의 수출관리 규정을 개정해 스마트폰 및 TV에 사용되는 반도체 등의 제조 과정에 필요한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가 한국 수출을 규제하는 세 품목은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기판 제작 때 쓰는 감광제인 리지스트, 반도체 세정에 사용하는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이들 품목의 한국 수출 절차를 간소화하는 우대 조치를 취해왔으나 한국을 우대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오는 4일부터 수출규제를 가할 방침이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리지스트는 세계 전체 생산량의 90%, 에칭가스는 약 70%를 일본이 점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 이들 소재를 공급받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성윤모 산업장관 "日 수출규제에 깊은 유감…WTO제소 등 대응"

정부는 이날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해 WTO(세계무역기구) 제소를 비롯, 필요한 대응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서울 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수출상황점검회의 모두 발언에서 "오전 관계장관 회의를 통해 상황 및 대응방향을 면밀히 점검햇다'며 "향후 WTO 제소를 비롯해 국제법과 국내법에 의거해 필요한 대응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성 장관은 일본의 수출규제를 경제보복 조치로 규정하고 깊은 유감을 표했다.

그는 "우리 정부는 그간 경제분야에서 일본과 호혜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고자 노력해 왔으나, 오늘 일본 정부가 발표한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제한 조치는 우리나라 대법원 판결을 이유로 한 경제보복 조치"라고 말했다. 

성 장관은 이어 "이는 삼권분립의 민주주의 원칙에 비춰 상식에 반하는 조치라는 점에서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덧붙였다.

성 장관은 "우리 정부는 그간 업계와 함께 일본의 일방적인 조치에 대비해 수입선 다변화, 국내 생산설비 확충, 국산화 개발 등을 추진해왔다"며 "앞으로도 업계와 긴밀히 소통해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지원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우리 부품 소재 장비 등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산업부는 이날 곧바로 정승일 차관 주재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계 등과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수급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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