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 '자유의 집'서 북미 3차회담…68분 함께하며 53분 단독 회담

30일 판문점서 극적으로 회동한 남 북 미 3국 정상들. (사진 왼쪽부터) 트럼프 美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김은정 기자] 남·북·미 3국 정상이 30일 판문점서 역사적 회동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美 대통령 사상 최초로 북한땅을 밟았다. 이날은 세계 평화에 길이 남을 이정표가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한 직후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위해 헬기에 몸을 실었다. 판문점 인근 최전방 초소 오울렛을 거쳐 미군 부대인 캠프 보니파스에서 한미장병을 격려한 두 정상은 곧장 판문점으로 향했다.

◇트럼프-김정은, 판문점서 역사적 회동

판문점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혼자 판문점 군사분계선에 서 있었고 곧장 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두 정상이 경계석을 사이에 두고 세 번째 만남을 갖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두 정상은 오후 3시45분 군사분계선에서 손을 맞잡은 뒤 군사분계선을 넘어 판문각 방향으로 20걸음을 걸은 뒤 잠시 포즈를 취했다가 다시 돌아와 환하게 웃으며 기념촬영을 했다. 시간은 1분 가량에 불과했지만 미국 대통령이 남북 군사분계선을 넘은 역사적인 월경의 순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갔다가 되돌아 오는 장면. (사진=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사상 처음으로 우리 땅을 밟은 미국 대통령이다. 좋지 않은 과거를 청산하고 앞으로 좋은 앞날을 개척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남다른 용단"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고 얘기했고 이렇게 만나 기쁘다"며 "지난 몇 년간 우리는 많은 진전을 이뤄냈다. 우리는 훌륭한 우정을 갖고 있고, 짧은 시간에 연락했는데 만남이 성사돼 기쁘다"고 화답했다.

이어 북미정상은 자유의 집에서 양자회담을 가졌다. 이날 만남은 하노이 담판 결렬 이후 122일 만에 맞는 사실상의 3차 북미 정상회담이었다.

회담장에는 성조기와 인공기가 나란히 배치돼 1·2차 회담(싱가포르·하노이)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만나도 짧은 회동에 그칠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북미 두 정상은 1시간 가량(53분) 회담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께 이런 역사적 순간을 만들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 김 위원장과 함께 있는 시간을 저는 기쁘게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어 비공개 회담을 이어간 북미 정상은 차기 비핵화 협상 재개를 놓고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정상이 회담을 끝낸 뒤 자유의 집 별도 공간에서 기다리던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 김 위원장과 합류했고, 세 사람은 군사분계선까지 함께 걸어가 각각 포옹과 악수로 김 위원장을 환송했다.

이때가 오후 4시 53분으로 북미 정상이 군사분계선에서 처음 만난 순간부터 따지면 68분간 두 정상은 함께 있었던 셈이다.

◇트럼프 "2∼3주내 실무팀 구성해 북미협상 착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주도로 2∼3주 내 실무팀을 구성해 실무 협상을 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서 김 위원장과 회동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복잡한 많은 일이 남았지만 우리는 이제 실무진의 논의를 지켜볼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시에 "우리는 각각 대표를 지정해 포괄적인 협상과 합의를 하겠다는 점에 대해 합의했다"고 말했다.

실무 협상을 이끌 대표로는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지명했으며, 실무팀 명단은 폼페이오 장관이 갖고 있다고 전했다.

새로운 실무 팀을 꾸리는 이유에 대해서는 "과거 상대보다 새로운 상대와 더 좋은 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구촌도 주목한 이날..."역사적 순간, 엄청난 진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의한 사상 첫 남북미 정상 회동과 관련, 외신들은 일제히 "역사적 순간" "엄청난 진전" 등의 평가를 내놓았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무장지대(DMZ)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으로 이동한 것을 긴급 뉴스로 타전하고서 그가 북한 땅을 밟은 첫 미국 지도자라고 전했다.

CNN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북 양쪽 땅을 번갈아 밟은 것이 "역사적인 순간"이며 북미 관계에서의 "엄청난 진전"이라고 규정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장기간 냉전 체제의 긴장을 상징하는 선인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땅을 밟았다고 설명하고서 이날 북미 정상의 만남이 "희망과 평화를 표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AF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나고 경계를 넘나들며 남북 양측 땅을 함께 밟은 과정을 소개하고서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합류해 3자 회동이 이뤄진 것에도 주목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한반도를 60년 이상 갈라놓은 비무장지대(DMZ)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난 현장이었다고 소개하고서 전 세계 TV로 중계된 이들의 만남이 "중단된 핵 대화를 다시 활성화하기 위해 전례 없이 카메라(언론) 친화적으로 친선을 보여준 것"이라고 풀이했다.

일본 공영 NHK는 정규방송을 중단하고서 동시통역을 가미해 생중계했고 교도(共同)통신은 트럼프 대통령, 김 위원장,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과 움직임을 수시로 보도하는 등 판문점 회동에 큰 관심을 보였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와 관영 신화통신 등 관영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군사분계선인 '38선'에서 김 위원장과 짧은 만남을 가졌다고 신속하게 보도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은 문 대통령, 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이 '사상 최초'라고 부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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