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1990년대와 2010년 즈음까지 韓경제의 버팀목중 하나는 조선산업이었다. 지금이야 반도체가 지탱하고 있으나 그때만 해도 조선업이 국내 산업구조를 책임지고 있었던 것이다. 

세계 조선 1위 기업 현대중공업은 당시 전 세계 선박 건조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며 5대양을 호령했다. 아이러니 하게도 90년대 초·중반은 현대중공업 노조의 극한 파업이 휘몰아치던 때였다. 일명 '골리앗 크레인 농성'이다. 필자도 기자 초년병 시절 현대중공업 파업 현장 취재를 숱하게 뛰어 다녔다. 살벌한 노조 구호와 함께 쇠파이프, 최루탄이 난무하던 파업 현장 말이다. 지금도 당시를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최 강성 노조의 무시무시한 파업을 견뎌내며 한국 조선산업의 르네상스를 일궈낸 장본인이 현대중공업이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대우조선해양과의 회사적 합병 과정을 마무리했다. 양사의 합병은 세계 조선업 사상 유례없는 '메가 조선소'의 탄생을 기대케하는 역사적 낭보다. 과거 세계 1위 韓조선업의 부흥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짐은 당연하다. 10년 넘게 조선산업 취재를 경험했던 필자 입장에서도 양사의 합병은 한국 조선산업을 살릴 마지막 기회라는데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가 칼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 언론 기사의 컷이 눈에 확 들어왔다. "자구노력 막은 노조, 표만 바라본 정치권, 비전 없었던 정부". 총 8조80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성동조선과 STX조선 이야기다. 성동조선은 최근 세 차례에 걸친 매각 추진 불발로 파산의 기로에 섰다. 성동조선에는 8년여간 총 4조원이 넘는 국민 혈세가 투입됐다. 앞서 2016년 4월 STX조선해양은 3년 간 4조50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지만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가야했다. 이후 1년여만에 법정관리를 졸업하긴 했으나 여전히 회생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회사가 존폐 기로에 섰을때 뼈를 깍는 회생 노력없이 공적자금만 퍼 붓다보니 이같은 결과를 빚은 것이다.

현대중공업과 합병 대상인 대우조선해양은 올 실적이 국내 3대 조선사중 가장 악화됐다. 1분기 수주액은 11억달러로 지난해 22억 달러의 절반으로 줄었다. 목표 달성율은 13.1%(83.7억 중 11.0억)다. 대우조선해양에는 앞서 성동조선, STX조선에 투입된 공적자금의 2배가 넘는 무려 20조원의 국민혈세가 들어갔다. 만일 대우조선해양이 자력회생 불가능한 지경에 놓인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 몫으로 돌아갈 것임은 자명하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합병하는 과정에서도 노조의 극한 반대가 있었다. 노조 반발은 지금도 사그라들지않고 있다. 양사의 합병으로 韓 조선업이 부활할 것이라고 개런티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확실한 시발점이 될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노조가 이를 끝까지 반대한다는 것은 스스로 기회를 저버리는 것일 수 밖에 없다.

더 우려 스러운 것은 당국의 무관심이다. 양사 합병을 통해 국내 조선산업을 살리려는 의지가 전혀 엿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양사의 합병은 조만간 공정당국의 기업결합심사를 앞두고 있다. 이후로는 국제 경쟁당국의 결합심사도 거쳐야 한다. 이같은 과정에 놓였음에도 지금까지 정부 누구도 책임있는 방침을 내놓지않고 있다. 거대 노조의 눈치를 보거나 내년 총선에서 표를 의식한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 

올 1월 세계 선박 발주량은 214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78척)로 중국이 108만CGT(57척)이고 한국(58만CGT·12척), 일본(20만CGT·4척), 이탈리아 (24만CGT·3척) 등이다. 한국이 2위로 내려앉았지만 3위와의 격차는 크다. 중국을 제치고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지금이 韓 조선산업을 되살릴 마지막 기회다.

<뉴스워치 공동대표 겸 편집국장>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