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의원(사진 왼쪽)과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김도형 기자] 서울의 종로가 대한민국 정치 1번지라면 대구의 정치 1번지는 수성갑이다. 수성갑은 범어 1, 2, 3동, 만촌 1, 2, 3동, 황금1, 2동, 고산1, 2, 3동으로 총 12개동으로 구성돼 있다. 20대 총선 기준 유권자수는 26만명에 이른다.

수성갑이 정치1번지로 불리는 이유는 역사적 배경이 한몫한다. 대구가 ‘보수의 성지’로 불리기전 ‘동양의 모스크바’로 불릴정도로 정치적으로 진화한 도시였다. 대표적인 게 박정희 전 대통령의 형 박상희씨가 참여했단 대구 10.1 항쟁은 대구 좌파운동의 한맥을 긋는다.

특히 수성갑의 경우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지은 이상화 시인의 고향으로도 유명하다. 일제에 빼앗겼던 우리나라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나라 잃은 민중의 설움을 노래했다. 그 배경이 된 것이 수성구 일대 들판에서 농사짓는 일본인들이었다.

◇수성갑, ‘정치1번지’로 불리는 까닭보니

대구가 섬유산업 중심도시로 도시화되고 인공연못인 수성못 일대가 관광유원지로 탈바꿈하면서 수성구는 교육과 문화의 도시에 뛰어난 주거공간을 갖춘 지역으로 변했다. 특히 범어동 일대는 고층 아파트와 명문고가 자리잡고 있어 학원가로서 대구의 높은 교육열을 이끌고 있다. 최근에는 도시철도가 생겨 교통의 도시로 유명하다.

서울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갑의 역대 선거를 보면 신한민주당 신도한(12대 수성구.남구). 14, 15대 박철언(민주자유당, 자유민주연합), 16대 김만제 전 의원(한나라당) 등 여야 실세가 돌아가면서 지역을 다녀갔다. 17대 총선에서는 이한구 전 의원이 18대 까지 내리 3선을 했다. 특히 17대 총선에서 ‘미스트 쓴소리’로 유명한 조순형 전 의원이 민주당 간판으로 나섰지만 정치신인 이한구 의원에 밀려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당초 정치적 선택에 있어 다양성이 존재하던 대구가 ‘보수의 성지’로 불리는 계기는 전두환-노태우에 이어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는 대구 출신 혹은 TK출신 인사들이 권력을 거머쥐면서부터다. 그런 수성갑의 다양성 복구의 조짐은 2012년 4월 치러진 19대 총선에서다.

당시 경기도 군포에서 내리 3선을 한 김부겸 의원은 대구 수성갑으로 출마를 했다. 김 의원은 40.4%라는 놀라운 득표율을 보였지만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에게 12.3%포인트의 차이로 졌다. 12개 동에서 이 전 의원에게 뒤졌지만 근소한 차이였다.

김 의원은 2014년 대구시장 선거에도 나서 권영진 대구시장과 맞대결을 펼쳤으나 역시 득표수 15.7%포인트 차이로 낙선했다. 반면 대구 수성갑은 달랐다. 범어 2동과 만촌 1.2동, 황금2동 등 4개 동을 제외한 8개동에서 김 의원이 권 시장을 앞섰다. 특히 유권자수가 많은 황금 1동과 고산 1, 2, 3동에서 비교적 큰 차이로 승리했다.

결국 2016년에 치러진 대구 수성갑 선거에서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에 맞서 커다란 격차로 당선되며 TK를 대표하는 차기 지도자 반열에 올랐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을 1년 10개월간 복무했다. 정치권에서는 만약 김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도 승리할 경우 TK를 넘어 전국적으로 인정받는 대권 주자로 오를 것이란 전망이 많다.

◇김부겸 의원측, ‘지역밀착형보다 차라리 거물이...’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국당에서 고민이 많다. 현재 수성갑 당협위원장은 정순천 전 시의원이다. 여성 의원으로서 3번의 광역시의원을 거쳐 지역 사정에 밝고 ‘지역 일꾼론’, ‘토박이론’을 내세워 출마 준비를 하고 있다.

또한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이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두 번씩이나 수성구에서 구청장을 지낸 이 전 구청장 역시 최대 무기는 지역민과의 ‘친밀함’이다. 특히 김부겸 의원실에서는 이 전 구청장이 공천을 받는 것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출판기념회에 유튜브 방송까지 개설한 이 전 구청장은 김 의원이 장관직을 수행하는 동안 지역 곳곳을 누비며 밑바닥 민심을 다져왔다. ‘공중전’을 해야 할 김 의원 입장에서는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고 친말감을 높여온 이 전 구청장이 나설 경우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한국당 지도부가 ‘막말정치’라는 비난속에서도 ‘반문재인 전선’을 명확히하자 대구.경북 지역의 민심이 결집하며 분위기도 좋지 않다. 김 전 의원이 장관직을 마치자마자 지역에 내려가 한달간 12개동을 돌며 의정보고회를 개최하고 매주 화요일마다 회의를 수성갑 사무실에서 개최하는 이유다.

한편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의 수성갑 전략공천설도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두달 간 머물고 국내에 귀국한 김 전 위원장은 “당을 위해 희생하겠다”는 각오를 밝히고 있다. 출마는 기정사실화하면서 지역은 함구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당내에서는 내심 서울 종로나 대구 수성갑중 한곳에 전략 공천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약 황교안 당 대표가 종로로 출마할 경우 초중고를 나온 대구에 출마하고 출마를 하지 않을 경우 종로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많다.

◇김병준 ‘정치1번지’ 종로와 수성갑 사이 ‘고민’

김 전 의원장이 수성갑에 출마할 경우 경선을 통과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다. 하지만 만약 본선에서 여권 잠룡인 김 의원을 상대로 승리할 경우 TK를 대표하는 인물로 부상하고 동시에 차기 대권도 노려볼만하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설욕전을 벼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지사는 지난 총선에서 김 의원에게 대패한 이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바 있다.

이밖에 6·13 지방선거에서 수성구청장에 출마한 바 있는 남상석 전 한국당 대구시당 안보위원장과 한국당 복당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김경동 전 바른미래당 수성갑지역위원장, 김현익 변호사도 총선 출마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