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조1700억·올 1분기 6300억 손실...한전, 번번이 "탈원전 때문 아냐"

(김종갑 한전 사장. 연합뉴스 사진 합성)

[뉴스워치=김은정 기자] 한국전력이 지난해 이후 무려 2조원이 넘는 '적자 늪'에 빠졌다. 국내 최대 공기업이 심각한 실적 쇼크를 낸 것이다. 

불과 1년 6개월 전만 해도 흑자 기조를 이어가던 한전이 한순간에 적자 덩어리 공룡으로 추락한 이유를 두고 '탈 원전' 탓이라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된다.

한전은 그러나 번번이 '탈 원전'이 적자의 주 원인이 절대 아니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한전 같은 거대 공기업이 빚더미로 주저앉는다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밖에 없어 우려감만 증폭되고 있다.

한전, 올 1분기 6299억원 영업적자 발생 

한전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6299억원 규모의 영업적자가 발생했다고 14일 공시를 통해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1276억원)보다 손실이 5023억원 더 늘어난 것인데다 증권가 추정치 평균인 1542억원 흑자를 크게 밑도는 '어닝 쇼크' 수준이다.

1분기 매출액은 15조24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76억원 감소했고, 당기순손실도 7612억원으로 같은 기간 5107억원 줄었다.

별도 기준으로 봐도 1분기 영업손실은 2조4114억원으로 지난 2012년 2분기(2조4185억원) 이후 최악이다. 매출액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15조1000억원, 1조6500억원이다.

지난해 1조1745억원 순손실 낸 한전...부실 덩어리 전락?

한전은 지난해 1조1745억원 순손실(연결기준)을 기록했다. 2017년 1조4414억원 흑자를 냈던 것에 비하면 불과 1년 사이에 이익이 2조6159억원이나 급감한 것이다.

지난해 영업손실도 2080억원으로 6년 만에 적자로 반전했다. 한전은 국제 유가(두바이유 기준)가 배럴당 109달러까지 치솟은 2012년에 8180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한전은 자본시장에서 차입도 확대하고 있다. 한전은 올해 들어 두 달 동안 총 1조7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한전은 2014년 9월 현대차에 서울 삼성동 본사 부지를 10조5500억원에 매각한 후 무차입 경영 기조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2017년 2월 회사채 발행을 재개하면서 차입규모를 늘리고 있다.

나주 혁신도시에 위치한 한전 본사 전경. (사진=연합뉴스)

결국은 전기료 인상...서민들 고통

공기업 부실은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한전의 실적 부진은 전기요금 인상 우려로 이어진다.

정부는 당장 전기요금을 올리는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산업부도 이날 1분기 실적 악화로 전기요금 인상을 이야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현재 정부는 전기요금 개편안을 논의 중이며 이르면 상반기 중 결론을 내릴 전망이다.

앞서 지난해 7월 김종갑 한전 사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기를 만드는 연료비 등 원가를 '콩', 전기요금을 '두부'에 비유하며 "두부가 콩보다 싸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한전의 적자폭을 줄여보겠다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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