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시장 침체에도...미래 성장동력 확보 박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이 열린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부품연구동(DSR)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

[뉴스워치=김은정 기자] 삼성과 SK의 차세대 반도체 개발 경쟁에 불이 붙는 모양새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시장 침체가 깊어지며 韓경제의 미래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반도체 부문의 성장 없이는 경기 불황을 타개할 뾰족한 방도가 현재로선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과 SK 등 양대 반도체 메이커들이 차세대 반도체 개발 및 마케시아 확보로 韓경제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어 주목을 끈다. 

올 반도체 시장, 10년만에 최악 역성장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올 전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이 4462억달러로 지난해(4820억달러)보다 7.4%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2월 전망 보고서에서는 올해 2.9%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5개월 만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수정한 것이다.

올해 7.4% 역성장 전망이 현실화할 경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최대 암흑기'로 꼽혔던 지난 2009년(-11.0%) 이후 10년 만에 최악인 셈이다.

보고서는 올해 역성장의 이유로 1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요 감소와 재고 급증에 시스템 반도체 매출 부진까지 겹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낙연 국무총리(앞줄 왼쪽 두 번째)가 지난달 29일 한-중 산학협력의 대표적 사례인 반도체 수출기업인 중국 SK 하이닉스 충칭 공장을 방문해 공장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SK하이닉스, '고용량 SSD' 개발...차세대 비메모리 주력 모델 

IHS마킷은 이런 침체 상황이 올 2분기까지 이어진 뒤 3분기부터는 SSD와 고사양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낸드플래시의 수요 회복 등에 힘입어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반영하듯 SK하이닉스는 1테라비트(Terabit) QLC(쿼드러플 레벨 셀) 제품을 개발, SSD 컨트롤러 업체에 샘플을 제공하는 등 본격적인 고용량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시장 공략에 나선다고 9일 밝혔다. 

고용량 SSD는 구글이나 아마존과 같은 클라우드 네트워크 업체가 운영하는 서버나 데이터 센터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이며 컨트롤러는 낸드플래시 메모리에 데이터를 관리하는 비메모리 반도체로 컴퓨터나 특정 전자 장치와의 통신을 제어한다.

1테라비트 QLC는 현재 양산 중인 세계 최초 96단 CTF(Charge Trap Flash) 기반 4D(4차원) 낸드 플래시 메모리 기술에 자체 QLC 설계 기술을 적용한 제품이다. CTF는 전하를 부도체에 저장해 셀간 간섭 문제를 해결한 기술로 기존 기술보다 단위당 셀 면적을 줄이면서도 읽기·쓰기 성능을 높일 수 있어 대부분의 3D 낸드에 적용되고 있다.

QLC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최소 단위인 낸드 셀(Cell)에 4비트(bit)를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를 활용하면 하나의 셀에 3비트를 저장하는 TLC(트리플 레벨 셀) 대비 동일한 면적에서 집적도를 높일 수 있어 원가경쟁력을 갖춘 고용량 제품 구현이 가능해진다.

QLC 기술로 1테라비트를 구현하기 위해선 손톱 크기의 작은 칩에 총 2748억개의 셀 집적과 고도의 QLC 설계 기술이 필요하다.

SK하이닉스는 3D 기반 QLC보다 90% 이하로 면적을 줄인 1테라비트 QLC 제품으로 업계 최고 수준의 원가 경쟁력 확보가 가능해졌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QLC 비중은 올해 3%에서 2023년까지 22%로 확대될 전망이다. 또 기업용 SSD는 용량(GB) 기준으로 지난해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47.9% 성장하며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빠르게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SK하이닉스는 QLC용 소프트웨어 알고리즘과 컨트롤러를 자체 개발하고 있으며 향후 고객 수요에 맞춰 관련 제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 분야 133조원 투자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 및 생산시설 확충에 133조원을 투자하는 한편 전문인력 1만 5000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메모리 반도체 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우선 시스템 반도체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2030년까지 국내 R&D 분야에 73조원, 최첨단 생산 인프라에 60조원을 투자한다.

R&D 투자금액이 73조원 규모에 달해 국내 시스템 반도체 연구개발 인력 양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생산시설 확충에도 60조원이 투자돼 국내 설비·소재 업체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30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 참석, 인사말은 통해 "메모리에 이어서 파운드리(위탁생산)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당부하신 대로 확실히 1등을 하도록 하겠다"며 "굳은 의지와 열정, 끈기를 갖고 꼭 해내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비전 선포식에 참석, 치하를 한) 문재인 대통령께서 메모리반도체·시스템반도체·파운드리 등 반도체의 구체적 이름까지 말씀하시고 종합반도체 강국 비전을 제시하며 '메이드인 코리아'까지 말씀하실 때 무거운 책임을 느꼈다"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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