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김도형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3일 취임 후 처음으로 광주를 찾았다가 시민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한국당은 그러나 앞으로도 전국을 돌며 시민들과 만나는 등 장외투쟁을 이어갈 방침이다.  당장 4일에는 광화문광장에서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3차 규탄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항의에 물 세례 및 연설 방해까지 받은 황 대표

황 대표의 광주행은 여야4당의 선거제·개혁입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반발, 전날부터 진행된 규탄대회 '문재인 STOP 광주시민이 심판합니다' 참석 때문이었다.

전날 '경부선'(서울·대전·대구·부산)을 타고 내려간 뒤 이날 호남선(광주·전주)을 타고 다시 서울로 올라가는 일정 차 광주를 방문했으나 시민들의 거센 항의에 직면한 것이다.

이날 광주에서 시작한 호남선 투쟁은 시작부터 삐걱댔다. 행사 시작 시각인 오전 10시 30분이 가까워져 오면서 무대가 설치된 광주송정역 광장은 광주진보연대, 광주대학생진보연합 등 시민단체와 일반 시민 100여명으로 가득 찻다.

이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튼 채 '자유한국당은 해체하라', '황교안은 물러가라', '학살정당 적폐정당 자유한국당 박살 내자', '5·18 학살 전두환의 후예 자유한국당', '황교안은 박근혜다', '황교안은 광주를 당장 떠나라', '세월호 7시간, 감추는 자가 범인이다. 황교안을 처벌하라' 등 문구를 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이로 인해 황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당초 규탄대회를 열기로 한 광장을 벗어나 인도에서 '문재인 STOP, 전남 시·도민이 심판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건 채 행사를 시작해야 했다.

황 대표가 마이크를 잡고 "자유한국당 당원 여러분, 말씀 들어주세요. 말씀 들으세요"라고 입을 뗐지만, 시민들의 "물러가라"는 고성과 항의에 묻혀 연설을 이어갈 수 없었다.

결국 황 대표는 조경태·신보라 최고위원의 연설 이후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발언 내용은 문재인 정부가 행정부·사법부에 이어 선거법 개정으로 입법부까지 장악하려고 한다는 주장에 집중됐다. 이 과정에서 '독재국가'는 두 차례 언급됐다.

그는 "국회의원 300석 중 260석이 말이 되나. 그게 민주국가인가. 결국 이 정부는 독단으로 국정과 국회를 운영해 독재국가를 만들고자 한다"라며 "15만명 경찰과 2만명 검찰이 있는데 도대체 공수처가 왜 필요한가. 국민을 위해 필요한 게 아니라 정권에 필요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시민들의 항의와 고성 소리는 점점 커졌고, 황 대표는 연설을 마친 후 20여분간 시민들에 막혀 옴짝달싹 못 했다. 한국당이 미리 준비했던 '문재인 정부 규탄' 홍보물은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고 황 대표를 둘러싼 시민들과 경찰 간 밀고 당기는 몸싸움도 있었다.

일부 시민들은 황 대표를 향해 500㎖짜리 생수병에 든 물을 뿌려 황 대표의 안경에 물이 묻기도 했다. 황 대표는 우산을 편 채 근접 경호하는 경찰들에 둘러싸여 역사 안 역무실로 이동했다.

황 대표는 역무실 밖에서도 대기 중이던 5·18 희생자 유가족인 오월 어머니 회원들을 피해 플랫폼으로 이동, 전주행 열차를 탔다.

황 대표는 광주송정역 플랫폼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나라는 한 나라인데, 지역 간 갈등이 있었던 시대도 있었지만 이제는 하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단일민족이 나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광주시민들도 그런 생각을 가진 분들이 훨씬 많으리라고 보며, 변화하는 새로운 미래의 세계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경원 "선 궤멸 후 독재 중단하라"

한국당은 이에 아랑곳 않고 오히려 투쟁 수위를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특히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이 전날 적폐청산 의지를 밝힌 데 대해 "정치보복을 멈추지 않겠다는 오기"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민생경제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이 수사반장이고 청와대가 수사본부인 것을 누구나 다 아는데 자신과 생각이 다른 정당과 정치세력은 제거하고 좌파이념으로 무장된 사람들끼리 독재하겠다는 것으로써 좌파독재를 공식 선언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선(先) 청산·후(後) 협치'라고 했지만 '선 궤멸·후 독재'라고 읽는다"면서 "문 대통령이 '종북좌파라는 말을 하지 말아 달라'고 했지만 종북 혐의로 국회의원이 감옥에 가고 정당이 해산된 대한민국에서 사실상 문 대통령의 종북 옹호로밖에는 안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진보와 보수 차원에서 정권에 맞서는 게 아니라 정권의 헌법 파괴와 타협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나 원내대표는 "엉터리 검경수사권 조정안뿐 아니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한 우려도 확산돼 심지어 검찰이 공수처 위헌 의견까지 제출하려 한다"며 "또 연동형 비례대표제 역시 패스트트랙 지정을 한 지 일주일도 안 돼 여당 일부에서 의석수를 늘리자는 말이 나오는데 대국민 사기극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나 원내대표는 여야 4당의 대화 움직임에도 패스트트랙 철회로 응수했다. 그는 "한국당의 밥그릇 투쟁이라고 비아냥거리던 여당이 이제 와서 밥그릇을 늘려 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패스트트랙을 철회하고 사법개혁특위, 정치개혁특위를 통해 원점에서 논의를 다시 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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