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1996년 7월 1일은 코스닥 시장이 출범한 역사적인 날이다.

한국 장외주식 시장 활성화 방안으로 마련되어 출범한 공개적 시장은 기존 거래소에 국한된 시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받으면서 호황기에는 거래대금이 거래소를 앞질러 가기도 하였다.

이러한 코스닥 시장의 호황에 벤처기업들의 상장이 큰 역할을 하였고, 이를 계기로 동시에 장외주식 거래에 대한 활성화도 함께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몇 년 전 소위 ‘청담동 주식 부자’ 사건이 터지면서 방송, 신문 및 인터넷 매체 모두 연일 사건의 당사자 개인과 관련된 내용을 넘어 장외시장 전반의 실태와 문제점 및 해법을 나름대로 내놓았지만, 또다시 광주에 본사를 둔 필립에셋의 장외주식을 이용한 대형사고가 발생하였다. 이런 사고들이 나올 때마다 정부는 나름 대책을 강구하지만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

이러한 장외주식에 대한 사건들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왜 이런 피해 사례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지 필자의 입장에서 장외시장의 역사와 유통경로 및 현재 상황을 중심으로 정리하고자 한다.

1. 장외주식의 태생적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장외주식 시장이 시작된 배경을 살펴보자. 대기업들마저 자금의 상황이 심각했던 IMF 금융위기 당시 기업들이 명동 사채를 빌리기 위해 시장에 우량 주식들을 담보로 제공하였는데, 담보금마저 상환이 어려운 기업들은 명동 시장 사채업체들에 주식을 매각하였고 그 주식이 장외에서 거래되기 시작하면서 일반 개인들에게도 유통되기 시작한 것이 장외주식 시장 역사의 출발점이다. 이런 태생적 한계를 기반으로 출발한 장외주식은 거래관계상의 문제와 적정 주가의 산정에서 객관성이 떨어지는 등 거래상의 많은 논란이 야기되었고 이러한 문제점은 현재까지 진행형이다. 그렇다면 명동에서 거래가 시작된 이후 거래관계가 어떤 형태로 다변화되어 현재에 이르렀는지 살펴보자.

2. 현재 장외시장의 유통경로가 매우 큰 문제점 중 하나라는 점이다.

유통경로는 다음의 세 가지로 대별해 볼 수 있다.

(1) 온라인 판매

1998년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벤처기업 특별법의 제정과 함께 수없이 많은 VC(벤처캐피털)가 벤처기업의 초기 투자에 집중하였다. 그들이 보유한 장외주식들의 조합 만기가 도달하거나 일부 엑시트를 위해 주식 매각 창구로 활용한 곳이 바로 장외주식을 중개하는 업체들이다. 비교적 큰 자금을 보유한 장외 중개업체는 기관들의 매도물건을 매수하여 이것을 중소 장외 중개업체들에게 다시 매각하고, 이것을 매수한 중소업체들은 장외주식 정보제공 사이트에 물건을 올려 재 매각한다. 정보 사이트는 ‘매도, 매수 란’에 보유물건에 대한 가격을 제시하고 이를 보고 연락해오는 개인들에게 판매하는 방식을 이용한다. 이러한 일차적 방법의 유통경로 시장은 정보 사이트를 이용한 거래였기에 온라인을 통해 주식 판매의 유통이 주로 이루어진 시기라고 할 수 있다.

(2) 오프라인 판매

2009년 이후 보험을 판매하는 일부 직원들이 장외주식 판매 유통 시장에 들어오면서 온라인 판매 외에 오프라인 판매라는 방법이 동원되고 이로 인해 이른바 ‘듣보잡’ 주식들이 판을 치기 시작한다.

모 보험사 일부 직원들은 앞에서 말한 일차적 경로를 통해 정보제공 사이트에 올린 가격만으로는 중간 마진을 높일 수 없다는 현실을 알고 정보 사이트에 올라오지 않은 종목들을 마구잡이로 선정하여 판매 하면서 고가 판매 논란을 야기하였다.

오프라인 판매 시장에서 모 보험사 일부 직원들은 가격을 객관적으로 산정하지 못하는 장외주식의 허점을 악용하여 매입가보다 적정하지 않은 높은 가격으로 매각하여 중간 수당을 취하였고, 그 결과로 선량한 개인 고객들이 고가의 주식을 매수하여 피해를 보는 사례가 급증하기 시작하였다.

(3) 밴드, 카페 및 증권사, 케이블 TV를 통한 판매

2013년경부터 장외주식을 외면하던 국내 증권사들이 중소 증권사를 중심으로 장외주식 판매 부서를 신설하여 별도 창구를 통해 고객들에게 신탁계정을 통한 거래 방법으로 주식을 매각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장외주식 시장에 진입하였고, 경제 관련 케이블 방송에서도 별도로 장외주식을 다루면서 일반인에게 알려지는 등 장외주식 시장이 대중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여기에 기존 온라인 판매와 오프라인 판매를 넘어 대형 증권사가 참여한 삼성 SDS의 상장까지 이어지면서 일반 개인투자자들이 급증하였고, 2014년 하반기부터 불기 시작한 바이오 및 화장품 관련 회사들의 등장으로 장외주식의 거래 급증이 이어지면서 이에 편승한 장외주식 관련 밴드와 카페들이 난립하게 된다. 역시 이 시기에 대형 사건이 발생한다. (특정한 사건은 법적 진행 절차에 있고 초기 단계이므로 여기에서 언급은 하지 않겠다)

3. 현재의 주식 유통 구조가 거품을 양산하는 건전거래의 저해요인이라는 점이다.

장외주식은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해 접근이 어려운 시장이다. 이로 인해 기업에 대한 초기 투자가 더더욱 어려운 곳이 바로 장외주식 시장이다. 정보를 가지고 있는 VC와 기관들 만이 창업하는 기업들에 대한 초창기의 기본 정보를 가지고 있고, 이 정보를 기반으로 초창기 투자를 한다. 그러한 연유로 장외주식 시장은 VC와 기관들의 장인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개인들이 승부하기에는 참으로 어려운 시장이라는 얘기다.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이런 최상위 정보와 초기 투자를 바탕으로 주식을 보유한 VC와 기관들의 독무대에서 장외 중개업체들은 그들로부터 주식을 받아 상장 전의 주식을 장외에 유통해 일부 이득을 취한다. VC 및 기관들은 조합의 만기 물량이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일부 물량을 엑시트 할 때 기관에서 기관으로 매도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장외 중개업체에 주식을 공급한다. 이러한 주식은 다시 개인들에게 판매되는 유통 흐름을 만들어 낸다.

개인들은 이러한 유통구조 속에서 VC와 기관의 물량을 직접 구매할 수 없게 된다. 더욱이 단주 물량이 아니라 통상적으로 적게는 10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이 넘는 대량의 물량이 거래되기에 개인들이 구매하기에는 더욱더 어렵다. 따라서 서로 연대하여 자금을 마련한 장외 중개업체들이 이러한 대량의 물건을 공동 구매하고 이를 중소 중개업자가 매입하여 다시 개인에게 판매하는 유통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장외주식의 매도 가격은 중간 마진을 취하기 위하여 그 누구도 공개하지 않는다. 이렇게 대형 중개업체에서 다시 중소 중개업체로 그리고 개인으로 이어지는 장은 현재 기본적으로 장외주식 정보를 제공하는 정보제공 사이트의 ‘매도, 매수’라는 공간을 통해 거래가 이루어지는데 기존 일반 고객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 중소 중개업체들이 개인에게 전화하여 판매하는 방법이 주를 이룬다. 이러한 유통 구조속에서 이루어진 중간 마진 상승으로 인해 장외주식은 상장 전 이미 높은 가격이 매겨지고 이로 인해 버블이 형성된다.

개인 매도자와 매수자 간 거래 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가장 빈번한 사고는 주식 매입 대금을 지급했는데 주식이 입고되지 않는 경우와 반대로 주식을 입고했는데 대금이 입금되지 않는 경우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중개업체가 매도자와 매수자를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한다. 매도자와 매수자를 연결하는 비용인 중개 마진을 수수료라고 표현한다. 중요한 점은 장외주식 가격이 객관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중간 마진의 범위도 일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장외 중개업체들이 장악한 정보제공 사이트에서 호가의 가격을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어 일반 개인들은 정보제공 사이트의 가격 정보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결과적으로 개인들은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가격에 구입하게 된다.

초기 투자자인 기관에서 장외 중개업체에 주식을 매각하는 것은 아무런 법적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한 장외 중개업체가 이를 개인들에게 매각하는 것도 개인 대 개인 거래이므로 금융감독원의 관리, 감독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중개업체가 지속해서 개인들에게 주식을 유통하는 경우 자본시장 통합법에 위배되기에 문제가 발생한다. 개인의 재산권에 대한 거래는 민법과 상법상 합법이지만 자본시장 통합법에 의하면 불법이다.

한국장외주식연구소장 소영주

그렇다면 주식시장에서 대박을 꿈꾸는 개인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거래소 및 코스닥에서 몇 배의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종합지수가 4,000포인트까지는 가야 하는데 현재 경제 상황을 보면 가까운 장래에 실현되기는 어렵다. 결국 대박을 꿈꾸는 개인투자자는 장외 주식을 지향하게 되는데 구매 시장은 비영리단체인 금투협에서 운영하는 ‘K-OTC’이다.

그런데 문제는 K-OTC 시장의 투자금액이 제한되어 있고 결정적으로 우량의 장외주식 종목들이 거의 없어 개인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못한다는 점이다. 개인 및 우량회사에 어필을 하지 못하다 보니 거래대금이 일일 27억 정도로 저조하다. 사설 장외시장의 일일 거래대금이 150억 정도에 이르는 점과 비교해 보면 그 규모가 얼마나 미약한지 알 수 있다. 이로 인해 장외주식 투자를 확대하려는 개인 투자자들이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으면서 가급적 세금을 정확하게 납입하려는 개인들의 최근 추세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등 세수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4년제 대학 갈 실력이 있는 학생이 특별한 메리트 없이 2년제 전문대 가지 않듯이 자금력과 기술력이 좋고 흑자 기조를 유지하는 우량 회사는 특별한 혜택이 없다면 금투협에서 제공하는 투자유치금에는 관심이 없고 결국 코스닥이나 거래소의 문을 두드린다.

이런 현실에서 장외주식을 제도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K-OTC 시장은 한계가 있다고 본다. 이 때문에 일반 개인들은 시골의사 박경철의 ‘이동통신 주식 대박’과 같은 회사를 기대하므로 장외주식을 취득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나름대로 이익구조를 이어가는 非제도권 시장인 장외 정보 제공 사이트를 이용하여(전화를 걸어) 투자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도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개인이나 장외주식의 ‘장’ 자도 모를 정도로 문외한인 개인들은 보험사 직원의 말 한마디에 큰 수익을 기대하며 기업의 분석도 무시하고 주식을 구입하거나 밴드나 카페에 가입하여 운영자나 회원들이 권유하는 주식을 구입하기도 한다.

근본적으로 장외주식의 태생적 한계는 2019년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그렇다면 장외주식의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은 어디에서 주식을 사야 하는가?

정부가 이런 태생적 한계에서 비롯한 사고를 막기 위해 제도권 시장을 만들었지만 그 시장이 제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는 이유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부조리를 없애기 위해 규제를 만들지만 이는 또 다른 규제를 만들고 그 규제를 넘지 못하는 개인들로 하여금 또다시 위험한 장외주식 거래를 하도록 유도한다.

사회의 큰 관심을 일으킨 대형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도 일반 개인들이 장외주식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10배, 20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유혹에 현혹되는 것도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상식적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이런 대형사건에 휘말려 들지 않았을 것이다. 장외주식 시장을 공부하고 최소한의 주식분석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상장사와 단순 비교되는 기업 분석표를 믿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개인들이 받아보는 기업의 자료들은 일차적으로 기업에서 만들어낸 홍보물이라는 것을 감안하지 않고 무턱대고 믿어버린 점도 문제이다. 빈약한 기초자료를 가지고 회사를 분석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미련한 일이다. 기업 IR 자료는 자료일 뿐이다.

밴드나 카페, 유사 투자 자문업이 만든 자료 또한 기업이나 VC 및 기관에서 만들어낸 장밋빛 전망을 담은 것에 불과하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상식적인 말이지만 이런 혼돈의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개인이 스스로 철저하게 공부하고 분석해야 한다. 공상이 아닌 현실에 기반을 둔 기본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장외주식연구소장 소영주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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