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오피니언 외부칼럼
미얀마에서 온 편지(29) 작별에 대하여 #3. 그리운 아메, 아페티처 정 / 미얀마 기독교엔지오 Mecc 고문
▲ 미얀마에선 팔짱은 복종과 존경을 표현한다. 초등학생들 공부를 마치고

한 아이가 편지를 씁니다. 디야바데 아메. 그리운 엄마입니다. 아페, 즉 아빠라는 단어는 없습니다. 이곳 공동체 아이들 뿐만 아니라 주변 아이들 공동체에는 부모들이 없거나 아빠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빠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이 나라에도 이산가족들이 많습니다. 남북 분단의 아픔처럼, 가족들이 뿔뿔히 흩어진 ‘분단된 가정’의 아픔이 있습니다. 아빠들은 이웃나라로 먼저 떠나 난민으로 떠돌거나, 가난 때문에 가족을 버리거나 일찍 죽거나 했다고 합니다. 북부 지역의 특이한 현상입니다.

이 나라는 90%가 불교를 신봉하고 약 5% 정도가 기독교입니다. 대개 북부지방에 크리스챤 가정들이 많습니다. 그 지방의 많은 사람들이 이웃나라의 난민으로 살아갑니다. 국경을 접한 태국, 중국, 인도, 방글라데시. 최근엔 잘 사는 말레이시아에 약 30만명이 있습니다. 말레이시아는 국교를 헌법으로, 이슬람으로 정한 나라입니다. 종교경찰도 있어서 타종교는 엄격하게 다룹니다. 물론 ‘전도행위’만 하지 않는 선에서 종교는 자유입니다.

북부지방은 해발이 높고 산악지대여서 남부처럼 덥지 않습니다. 감자, 옥수수, 콩 등 밭농사와 계단식 논농사를 짓고 삽니다. 교회와 학교, 그리고 병원이 없거나 멀리 떨어진 마을이 많습니다. 이곳에 나이든 할머니들과 어머니들이 고향을 지킵니다. 제가 보기에 산세도 좋고 공기도 맑아 살기엔 참 좋습니다. 어머니들의 딱 한가지 소원은 아이들 교육입니다.

가난에 찌들고 아이들 교육을 시킬 수 없으니 그 아이들이 대도시로 보내집니다. 아이를 보낸지 5년이 넘고 10년이 넘은 아이들이 많습니다. 이런 아이들을 돌보는 공동체가 여러 곳 있습니다. 너무 멀고 가난해서 오갈 수가 없습니다. 도로와 통신도 열악합니다. 엄마가 그립던 아이들도 이젠 지쳐 감정이 메말라갑니다. 가끔 제가 어머니 없이 산 제 얘기를 하다 한 아이가 너무 울어서, 다시는 부모 얘기는 하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용기를 내라는 뜻이었는데…

▲ 오늘은 특별 음식이 있어 누나들을 돕는다.

제가 이 글을 쓰다가도 한두번 전기가 나갑니다. 요즘은 매일 폭우가 쏟아집니다. 이 나라는 양곤국제공항에도 정전이 될 때가 있었습니다. 공항에서 외국인들이 다 놀랐습니다.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서민동네는 하루에도 서너번 정전됩니다. 수력에만 의존하므로 전기 보급률이 너무 낮습니다. 사회기반시설인 통신과 도로도 심각합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나라가 이런 분야는 잘 하는데, 하고 생각합니다.

이 나라 국민들은 자존심이 강합니다. ‘우리에게 우월한 제품과 기술이 있으니 사업을 하자’는 식의 접근은 어렵습니다. 마음이 와닿도록 해야 합니다. 최근 대우인터내셔널, KD파워 같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마을에 꼭 필요한 것들을 지원하는 사회공헌을 통해서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정부도 신뢰하고 국민들의 인기도와 구매력도 대단합니다.

전기가 나가는 어슴프레한 밤. 정전에 익숙한 아이들은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전 수업을 멈추고 잠시 창밖을 내다봅니다. 폭우가 쏟아집니다. 늘어나는 아이들을 생각해봅니다. 요즘은 전기가 나가듯 이곳 공동체들의 후원도 자꾸 끊어집니다. 세계의 경기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습니다. 한국의 경기는 메르스까지 겹쳐 더합니다.

여기 공동체들과 난민학교들은 한국, 미국, 호주, 일본 등 나라에서, 뜻있는 기업이나 개인의 후원으로 운영됩니다. 선교사들과 현지인 봉사자들은 다 자비량들입니다. 어느 교단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요즘은 걱정들이 많습니다. 가장 중요한 한국의 후원이 끊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다들 조국을 위해 기도할 뿐입니다. 전기가 나갈 때 왜 그런 생각이 드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희 기독엔지오에서 일하는 스탭들에겐 꿈이 하나 있습니다. 난민과 고아 아닌 고아들이 북부 고향에 돌아가도록 하는 일입니다. 인재를 키우고 지역을 살리는 일입니다. 그곳에 작은 교회와 유치원을 곳곳에 세우는 일. 그러면 상급학교와 진료소가 이어서 필요하게 됩니다. 큰 병원이 없다 하더라도 1차 응급처치를 하고 대도시로 가면 됩니다. 의약품도 집결할 수 있습니다. 한자리에서 시작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 꿈을 실천하려면 목회자, 영어 및 한국어 교사, 간호사와 의사들이 필요합니다. 지원 시스템도 만들어야 합니다. 이들 모두가 선교사입니다. 이렇게 힘든 ‘꿈의 여정’ 속에서도 다행히 북부지방에 아주 작은, 대나무로 엮은 교회와 학교가 하나둘 세워지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곳의 자녀들을 사랑하신다는 증거입니다.

편지를 쓰던 아이가 제가 보기엔 너무나 짧게 편지를 마칩니다. 별로 할 얘기가 없나봅니다. 너무 오래 떨어지면 할 말이 없을 거 같습니다. 엄마와 같이 살면 매일매일 할 얘기가 많을 텐데요. 마지막 인사말만 깁니다.

<아메구 칫데. I love you. 엄마 사랑해요.> 제가 마지막 인사말은 엄마가 어느 나라인지 알겠냐고 물어봅니다. 그애가 다시 보태 씁니다. <아메구 칫데. I love you. 엄마 사랑해요(Korea).>.

 

----티처 정 프로필-----

강원도 삼척시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일요신문 사회부장
경향신문 기획팀장
MBN 투자회사 엔터비즈 대표이사
현 희망마을 사회적 협동조합 고문
현 미얀마 고아와 난민을 위한 기독교엔지오 Mecc 고문으로 양곤에서 근무
e-mail: mpr8882@hanmail.net

뉴스워치  webmaster@newswatch.kr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워치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