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북미 또는 남북미 회담 성사 여부에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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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치=김도형 기자] 미국 워싱턴DC에서 11일(현지시각) 한미정상회담이 열린 것과 관련, 전문가들은 한반도 정세는 '명암'을 동시에 보여준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이날에는 북한의 최고인민회의도 열렸다. 이에 전문가들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2월 27∼28일)이 사실상 '결렬'이라는 결과를 낳은 뒤, 40여일 만에 남북미 정상의 '간접대화'가 이뤄졌다며 한반도 정세 변화여부에 관심을 쏟고 있다.

다만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둘러싼 북한과 미국의 기본 입장은 하노이 회담장에서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럼에도 어느 쪽도 대화의 문을 닫으려 하지 않은 가운데, 남북대화를 통한 돌파구 마련이 시도되게 됐다는 점은 기대를 모은다.

트럼프 "빅딜 선호하지만 스몰딜 가능성도"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양한 스몰딜이 이뤄질 수 있지만 현시점에서 우리는 빅딜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빅딜은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이라며 기존 빅딜 선호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와 더불어 북한이 강하게 요구하는 대북 제재 해제와 관련해서는 "제재가 계속 유지되길 원한다"는 기본 입장을 재차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협상인 '스몰 딜' 가능성을 열어둬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 과정(북한과의 대화)이 계속 이어지기 위해 스몰 딜들(smaller deals)도 수용하겠는가'라는 기자 질문에 대해 "다양한 '스몰 딜'들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고, 단계적(step by step)으로 조각을 내서 해결할 수도 있다"고 답한 것이다.

다만 그는 "어떤 딜인지 봐야 할 것"이라고 운을 뗀 뒤 면서도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우리는 '빅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빅딜이라는 건 우리가 핵무기를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비핵화에 대한 목표는 여전히 강조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제재가 계속 유지되길 원한다"면서도 지난달 22일 '추가적 대북제재 철회 지시' 트윗을 거론, 신규제재 중단 입장도 재차 밝혔다. 북한 식량 원조 등 인도주의적 지원 문제에 대해 한미가 논의하고 있다는 언급도 내놨다.

이와 관련 외신들은 '하노이 노딜' 이후 기로에 선 비핵화 협상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추측해 눈길을 끌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과 관련, '스몰 딜'에 열려있음을 시사했다면서 "추가 비핵화 협상을 촉진할 수 있도록 북한과의 '점진적인 합의'에 여전히 열려있다는 것을 암시했다"고 풀이했다. 뉴욕타임스(NYT)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협상을 '소생'시키기 위한 일련의 스몰 딜 들, 즉 '단계적 접근법'에 대해서도 문을 열어뒀다고 풀이했다.

이외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세 번째 회담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단계를 거쳐(step by step) 열릴 수 있다고 답했으며, 남·북·미 회담도 계획에 있느냐는 질문에는 북한의 태도에 달려 있다는 점을 전제로 "역시 열릴 수 있다"고 답했다.

북한 자력갱생 주장하지만 대화 나설 것 관측

김정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첫 대의원회의를 앞두고 소집한 정치국 확대회의, 노동당 전원회의 등에서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경제건설 총력집중을 강조했을 뿐 미국을 향한 비난조의 격한 메시지는 내놓지 않았다. 대화의 판을 깨지 않으려는 태도가 역력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김 위원장은 지난 1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되어 오판하는 적대세력들에 심각한 타격을 줘야 한다"며 "자력갱생의 기치 높이 사회주의 건설을 더욱 줄기차게 전진시켜 나가야 한다"고 발언했다.

하노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를 제시하며 요구한 '민생경제 관련 유엔 제재 해제'에 미국이 호응하지 않는 상황에서 쉽게 양보할 수도 없고, 핵무력 증강을 향해 역진할 수도 없는 김 위원장의 '딜레마'가 '자력갱생' 구호를 통해 표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재 해제를 통해 경제건설의 속도전을 이룬다는 당초 목표가 하노이에서 좌절된 상황에서 북한은 미국과의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내부를 정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때문에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대북 메시지만 따져봤을 떄,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불러들이는데 충분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북미 모두 대화의 문은 열어뒀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북한 쪽에서도 직접적인 대화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지만 일각에서 우려하던 '새로운 길'카드를 꺼내들지 않았다는 점은 대화의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결국 북미 모두 쉽게 상대에게 양보할 생각은 없어 보이지만, 대화의 흐름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는 데는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북한 문제를 외교성과로 유지할 필요가 있고, 김 위원장도 작년부터 걸어온 길을 돌이키기엔 위험부담이 크다는 인식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당분간 미국은 미국대로 대북 제재 망을 유지하고, 북한은 북한대로 러시아, 중국 등 우방국들과의 관계를 다져 나가며 '자력갱생'의 길을 가려 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한반도 정세의 극적인 변화보다는 '현상유지'의 요인이 현재로선 더 커 보인다.

문 대통령 중재자 역할 주목

이런 분위기 속에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미대화 재개의 발판을 만드는 '촉진자' 역할을 다시 떠맡게 됐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조만간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남북정상회담 또는 남북접촉을 통해 북한의 입장을 가능한 한 조속히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한국이 생각하는 나름의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했을 테고,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일정 부분 동의했다면 문 대통령은 그것을 바탕으로 김 위원장을 설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자는 문 대통령의 의지를 북한이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남북정상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남북정상회담 장소·시기 등은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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