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회의에 집중하느라 상황 파악 어려웠다" 해명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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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치=김도형 기자] 강원도 산불의 불똥이 자유한국당과 나경원 원내대표에게도 튀었다. 강풍을 탄 산불이 강원도 고성과 속초지역을 휩쓸고 있을 때 나 원내대표가 국회 운영위원회에 참석한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산불 대응에 나서도록 서둘러 자리를 뜨지 못하게 했다는 논란이 일면서부터다. 정 실장은 국가 위기대응 총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다.

이로 인해 나 원내대표와 한국당이 청와대 공격에 집중하느라 재난 수준으로 번진 산불 대응을 방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나 원내대표는 "회의에 집중하느라 산불을 알지 못했다"며 "상황 파악이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해명이 화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홍영표 운영위원장의 “정 실장, 조기 이석 요청” 

지난 4일 밤까지 진행된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홍영표 운영위원장은 "오후부터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안보실장을 좀 일찍 나가게 하고 싶었는데, 야당이 합의를 안해줬다"며 "지금 고성 산불이 굉장히 심각한 것 같다. 속초 시내에서 민간인들은 대피까지 시키고 있다"고 정 실장 이석을 요청했다.

홍 위원장은 "(정 실장은) 위기대응의 총책임자다. 그래서 양해를 구했는데도 (이석은) 안 된다고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안타깝다”며 “지금 대형 산불이 생겨서 민간인 대피까지 하고 있는데 대응을 해야 하는 책임자를 국회가 이석을 시킬 수 없다고 잡아놓는 게 옳은지 모르겠다”고 거듭 한국당에 요청했다.

이에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한 나 원내대표는 “(홍) 위원장께 심한 유감을 표한다. 위원장이 그 자리에 앉아있는 것은 운영위원장으로서다. 여당 원내대표가 아니다”며 “운영위원장으로서 공정하게 진행해 달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저희도 안보실장을 빨리 보내드리고 싶다. 그러면 (질의) 순서를 조정했으면 된다”며 “여당 의원들 말고 먼저 야당 의원들이 질의하게 했으면 (정 실장은) 조금이라도 빨리 갔을 것”이라고 홍 위원장에게 책임을 돌렸다.

정 실장은 다음 주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 준비를 이유로 일찍 이석하겠다고 양해를 구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이석이 불가했다. 이어 오후 7시쯤 발생한 강원도 산불이 거세게 번져 오후 10시 30분이 넘어 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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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질문이 중요하냐 생명이 중요하냐" …나경원 해명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야당 너무한다. 산불이 속초로 번져 주유소 폭발, 30명 고립, 기숙사가 위험한 상황인데 국회 운영위는 재난대비 책임자인 정 실장을 붙들고 질문에 질문을 하다 밤 10시50분에야 돌려보냈다”며 “질문이 중요하냐 생명이 중요하냐”고 비판했다.

같은 당 박광온 의원도 “산불의 재난사태에도 안보실장을 잡고 안 보내준 것은 ‘국회’가 아니라 ‘자한당’(자유한국당)”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의원들의 비판뿐만 아니라 전날 행동이 문제가 되자 나 원내대표는 5일 의원총회에서 "유감스러운 것이 당시 심각성을 보고하고 이석이 필요하다면 양해를 구했어야 했는데 그런 말이 없어서 상황 파악이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그는 “어제 산불이 났는데 국회 운영위를 했다. 오후 7시45분 정도 정회하게 됐는데 회의에 집중하느라고 산불을 알지 못했다"며 "(홍 위원장이) 전혀 산불로 인한 것을 이야기 하지 않고 한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정회하면 바로 이석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후 9시20분에 다시 회의를 개회했고 시간이 좀 지나자 저희에게 산불의 심각성이나 그 심각성으로 인해 안보실장이 이석하겠다고 요구한 바는 전혀 없었다”며 “9시30분쯤 홍 원내대표가 갑자기 불이 났는데 보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심각성을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이 부분에 대해 서너 분이 질의하면 끝나서 길어야 30분이라고 생각해서 가는 게 어떠냐고 했다”고 해명했다.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이 정 실장을 밤늦게까지 붙잡고 놔주지 않았다는 비판과 함께 나 원내대표의 해명이 화를 키우면서 비판 여론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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