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주주총회서 국민연금 11.56%, 외국인 등 23.34% 조양호 연임 '반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강민수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그룹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경영권을 잃게 됐다. 지난 1999년 CEO(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지 20년 만이다. 대한항공은 설마 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며 충격 속에 빠져든 모양새다. 잇단 ‘갑질’ 논란 속에 조 회장까지 낙마하는 등 CEO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한항공의 향후 경영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한항공, 조 회장 2.5% 부족해 낙마

대한항공은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빌딩 5층 강당에서 제57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 등 4개 의안을 표결에 부쳤다.

관심의 초점은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 가결 여부였다. 결과는 찬성 64.1%, 반대 35.9%로 부결됐다. ‘사내이사 선임은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대한항공 정관에 따른 것이다.

조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려면 찬성 66.66% 이상이 필요하지만, 이날 2.5% 남짓한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지 못해 경영권을 지켜내지 못했다.

이로써 조 회장은 1999년 아버지 고 조중훈 회장에 이어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지 20년 만에 대한항공의 경영권을 잃게 됐다.

특히 최근 한층 강화된 주주권 행사에 따라 대기업 총수가 경영권을 잃는 첫 사례로 기록됐다.

대한항공 주식 지분은 조 회장과 한진칼(29.96%) 등 특수관계인이 33.35%를 보유하고 있고,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11.56%다. 외국인 주주 지분률은 20.50%, 기타 주주는 55.09% 등이다. 기타 주주에는 기관과 개인 소액주주 등이 포함돼 있다.

조 회장의 연임안 부결은 전날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 행사를 결정하면서 어느 정도 예상됐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는 전날 회의에서 조 회장 연임안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 침해의 이력이 있다고 판단해 반대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외국인 주주와 소액주주 등도 조 회장에게 등을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국민연금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등은 조 회장 사내이사 재선임안에 반대 투표를 권고했다.

해외 공적 연기금인 플로리다연금(SBAF), 캐나다연금(CPPIB), BCI(브리티시컬럼비아투자공사) 등도 의결권행사 사전 공시를 통해 조 회장 연임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 같은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의 움직임도 외국인·기관·소액주주들의 투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설마가 현실로’ 충격

조 회장의 낙마로 대한항공은 충격에 빠졌다. 대한항공은 주총 직후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내부에서는 “설마 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며 당황한 모습이 역력하다.

대한항공은 조 회장이 자발적인 결단이 아니라 주주들의 결정에 의해 내몰리듯 사내이사와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게 됐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특히 조 회장이 대표이사직을 잃으면서 향후 경영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내부에서는 조 회장이 대표이사직을 잃게 되면서 경영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당장 오는 6월 대한항공 주관으로 서울에서 처음 열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 개최가 걱정이다.

IATA는 현재 전 세계 120개국 287개 민간 항공사들이 회원으로 가입한 항공 관련 국제 협력 기구다.

총회 의장은 주관항공사 CEO가 맡는 관례에 따라 조 회장이 의장 자리에 앉아야 하지만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도 고민이다.

사내 일각에서는 조 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나는 것이 오히려 대한항공의 경영 투명성을 강화해 회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이날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안 부결 소식이 알려지자 대한항공과 지주사인 한진칼 등 계열사 주가가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오늘 주총 결정에 따라 조 회장의 거취와 대한항공 경영 등 관련 사항을 절차를 밟아 논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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