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지성규 등 최근 잇따라 자사주 매입 나서
글로벌 증시 하락에 맞서 기업가치 제고에 주력

(왼쪽부터)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지성규 KEB하나은행장. 사진=각 사

[뉴스워치=강민수 기자] 금융권 CEO(최고경영자)가 자사주를 적극 매입하면서 주가부양에 올인하고 있다. 금융권 전반의 주가가 당초 예상보다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이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이런 CEO의 자사주 매입은 향후 실적 개선의 자신감을 피력하는 동시에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글로벌 증시에 맞선 방어적 대응으로 해석된다.

손태승·지성규, 잇단 자사주 매입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25일 손태승 회장이 자사주 5000주를 장내 매수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매입은 CEO로서 지주회사체제 전환 이후 M&A(인수합병)를 통한 비은행 부문 확대 등 긍정적인 요소가 더 많아 결국 기업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에 따라 자사주를 매수한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 22일 우리은행의 우리금융지주 보유 주식 블록세일(시간외 대량매매방식) 성공으로 그간 주가 상승의 걸림돌이었던 오버행 이슈를 완전히 해소했음에도 글로벌 증시 하락에 따른 연이틀 시장이 과도한 반응을 보이자 주가 부양의지를 다시 한번 피력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손 회장은 지난 2월13일 우리금융지주 신규 상장일에 이어 올 해에만 두 번째 자사주를 매입해 총 4만8127주를 보유하게 됐다.

앞서 지난 22일에는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이 취임 직후 주식 4000주(주당 매입가 3만7000원)를 매입했다. 이는 준비된 은행장으로서 향후 실적에 대한 자신감과 책임경영에 의한 주가부양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글로벌 경기 둔화 등에 대한 우려로 인해 하나금융지주의 주식이 내재가치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영 상황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회사의 주식이 자산 및 실적 대비 시장에서 낮게 평가되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그룹 경영실적에 대한 자신감과 주가부양 및 주주친화정책 의지를 대내외에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성과 평가에 ‘주가 관리’ 중요

이같이 금융권 CEO가 올해 초부터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이유는 한가지다. 주가 부양이다. 예상만큼 주가가 나오지 않는 게 문제다. 주가 관리는 CEO의 경영 성과를 평가하는 주된 요인 중 하나여서 낮은 주가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게 금융지주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실제 금융지주사의 주가는 지난해 연말부터 현재까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지난 25일 장중 한때 4만1700원까지 내리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불과 몇 달 전인 지난해 말 한때 주가가 5만원에 육박했다는 점에서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이에 윤종규 KB금융회장과 허인 KB국민은행장은 지난달 6일과 12일 KB금융 주식을 각각 1000주, 3062주 추가 매입했다.

앞서 신한금융은 지난해 12월27일 장중 한때 3만8950원까지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우리금융도 예상 보다 낮은 주가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 2월14일 1만6000을 고점으로 최근 1만3000원대로 주가가 내려앉은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글로벌 증시 하락의 영향으로 국내 금융권의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하고 있는 추세”라며 “앞으로도 CEO들은 경영실적 개선에 자신감을 투자자들에게 심어주면서 자사주 매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