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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에서 온 편지(27) 작별에 대하여 #1. 마지막 샨 공주, 이방인 잉게 사전트티처 정 / 미얀마 기독교엔지오 Mecc 고문

1964년 봄. 양곤항 부두에는 30대 중반의 한 유럽여성이 어린 두 딸과 함께 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짐이라곤 세 개의 트렁크가 전부입니다. 자신의 고국 오스트리아로 황급히 돌아가야 하는 그 부두에서, 그녀는 회한의 눈물을 흘립니다. 샨의 마지막 왕자였던 남편의 마지막 말이 떠오릅니다. 62년 네윈의 군사 쿠데타가 일어났을 때,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딸들과 함께 고국으로 돌아가라’는.

53년 미국 유학중 콜로라도에서 만나 결혼 후, 새로운 삶을 위해 이곳 양곤항으로 들어오던 날이 그녀의 머리속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그날 양곤항 부두에 배가 도착했을 때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꽃다발을 흔들고, 환영하는 연주가 울려퍼지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남편에게 ‘누군가 대단한 분이 배에 타고 계시군요’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흔드는 피켓에는 남편의 이름 사오짜셍이 적혀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나중에야 남편이 한 왕국의 왕자였고, 부두에 나온 군중들은 왕자의 백성들이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미국 콜로라도 대학을 다닐 때 그를 샨 왕국의 왕자라는 사실은 대학의 학장밖에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이렇게 샨의 공주, 오스트리아인 잉게 사전트는 남편의 나라를 떠나갑니다. 남편이 체포된 후 생사도 알지 못한 채. 기약없는 작별, 그녀의 슬픈 로맨스는 이렇게 막이 내립니다.

미얀마 샨주(Shan State)의 산골짝 마을 씨뻐(Hsipaw)에 가면 지금도 궁전이 하나 있습니다. 이른바 샨 팰리스. 62년까지 왕국의 사오파가 살았던 곳입니다. 샨족들은 버마족과 달리 작은 나라로 나누어 사오파가 다스렸습니다. 가장 강력하고 번영한 왕국이 바로 씨뻐였습니다.

잉게 사전트와 사오짜셍은 유학중 해외학생들을 위한 파티에서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그녀는 그의 따뜻하고 친절한 마음씨에 반했습니다. 그곳에서 간략하게 식을 올리고 남편을 따라 당시의 버마로 오게 됩니다. 샨의 백성들은 이방인인 그녀를 친절하게 대해주었습니다. 그녀 역시 왕국을 위해 부지런히 일했습니다. 사오짜셍은 왕국의 땅을 서민들에게 나눠주고, 학교를 세우고 농업기술을 가르치고, 광물자원을 개발하며 정열적으로 일했습니다. 가장 번영된 왕국으로 만들었습니다.

1962년 네윈의 군사 쿠데타는 평화롭던 샨의 왕국들을 불행한 역사 속으로 가져갔습니다. 지역의 군주였던 샨족의 사오파들을 모두 체포한 것입니다. 부족의 세력이 강해지고 분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남편은 동생과 함께 체포되었고 그녀는 궁전에 연금되었습니다. 그녀는 다행히 오스트리아 시민권이 있어서 다행히 화를 면할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오스트리아에서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94년 버마에서 지낸 나날들을 돌아보며 회고록을 출간하게 됩니다. 제목은 <Twilight over Burma>. 부제로 <My Life as a Shan Princess>를 달아 놓았지요. 책의 수익금은 미얀마 난민들을 위해 기부했으며, 그녀는 난민들의 식량과 의료를 지원하는 단체를 설립해 꾸준한 활동을 해왔습니다. 유엔이 주는 국제인권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공식적으로는 아직 실종입니다. 그녀는 미국에서 재혼하였습니다. 그녀는 회고록에서 남편은 네윈 정권에 의해 살해되었다고 말합니다..

두사람이 살던 지금의 궁전은 1924년 미얀마 티크목재와 대리석으로 화려하게 지은 집입니다. 지금은 사오짜셍 왕자의 조카 부부가 살고 있습니다. 조카 역시 13년형을 선고받았지만 복역중 사면되어 이 집을 지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후손들이 사는 이 팰리스는 지금은 개인 저택이므로 방문객들을 이들이 일일이 맞고 있습니다.

미얀마에는 공식적으로 135부족이 살고 있습니다. 부족마다 그들만의 언어가 있습니다. 양곤이라는 현대적인 도시에서도 부족들의 연례행사가 열립니다. 평화협정으로 길고긴 내전은 막을 내렸지만 최근 샨주 북부에서는 정부군과 반군의 충돌로 133명이 사망했습니다. 

 

----티처 정 프로필-----

강원도 삼척시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일요신문 사회부장
경향신문 기획팀장
MBN 투자회사 엔터비즈 대표이사
현 희망마을 사회적 협동조합 고문
현 미얀마 고아와 난민을 위한 기독교엔지오 Mecc 고문으로 양곤에서 근무
e-mail: mpr8882@hanmail.net

뉴스워치  webmaster@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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