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처 정 / 미얀마 기독교엔지오 Mecc 고문

▲ 미얀마 숲속에 난 작은 길

숲속으로 난 작은 길을 걷습니다. 미얀마는 더운 나라지만 숲과 나무가 많아서 다행입니다. 그늘진 길을 따라가며, 떠오르는 시편 귀절이 있습니다. “여호와 우리 주여 주의 이름이 온 땅에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시편 8편9절). 다윗이 자연과 만물에 대해 한마디로 압축한 고백입니다.

구약성경 시편 150편은 하나님께 드리는 시요 음악입니다. 시는 은유로, 곧 메타포(Metaphor)로 노래합니다. 성경에는 도처에 하나님의 세계와 자연, 인간과 이야기 속에 메타포가 있음을 느낍니다. 하나님의 은유법입니다.

시와 음악 하면, 한편의 영화가 생각납니다. 시와 삶의 메타포를 그린 영화 ‘일 포스티노(IL Postino)’입니다. 1994년 상영된 이탈리아 영화죠. 이 영화가 매니아들에게 관심을 모은 이유에는 3가지 요소가 있었지요.

노벨문학상을 받은 칠레의 국민시인이자 정치인 파블로 네루다의 1952년 망명시절을 다룬 점, 또네루다의 상대역이자 우편배달부로 나온 주인공인, 배우이자 감독 마시모 트로이시의 사망소식입니다. 이 배우는 중병에도 불구하고,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이 작품에 열정을 불태웠습니다. 실제로 10주간의 촬영이 끝나고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 영화 <일 포스티노>의 한 장면

가장 관객을 사로잡은 요소가 바로 시와 음악입니다. 곳곳에 네루다의 시가 지중해의 풍광과 어우러져 아름답게 살아납니다. 거기에 반복되며 흐르는, 애잔하면서도 파도치듯 흐르는 음악. 클라리넷과 밴도니언 악기의 연주. 음악도 그대로 시입니다. 오프닝 음악은 헥토르 율리시즈가 지휘하는 로마심포니 오케스트라입니다. 밴도니언이란 악기는 1860년대 아르헨티나 탱고음악과 함께 발명된 악기라고 합니다. 그 악기의 매력을 저도 처음 느꼈습니다.

이 영화를 서울 강남 한 영화관에서 제가 네 번 본거 같습니다. 첫날에는 시와 음악과 자막이 올라가는데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어 한번 더 보았고, 상영 마지막 날엔 음악하는 친구에게 보여주려고 갔는데 이 친구가 일어나지 않아 한번 더 보았답니다. 그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네루다가 이탈리아 나폴리 근처의 작은 섬으로 망명합니다. 실제로 추방당한 시절입니다. 그 어촌에서 가난한 청년 마리오를 만납니다. 청년은 시를 배우기 위해 우편배달부가 되고 편지를 전해주며 시를 배우고싶어 합니다. 그가 시를 배우려는 이유는 식당에서 일하는 처녀 베아트리체를 사로잡기 위해섭니다. 이렇게 둘은 시를 통해 우정을 쌓아갑니다.

네루다의 도움으로 두사람은 결혼을 하고, 네루다는 칠레의 정국이 변해 고국으로 돌아갑니다. 세월이 흘러 네루다 부부가 다시 마리오의 고향을 잠시 들르지만 마리오는 가족을 두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마리오는 시를 쓰진 못했지만, 네루다가 여길 그리워한다는 소식을 듣고 자연의 아름다운 소리를 녹음한 녹음기를 남겨놓습니다. 한사람을 통해 눈을 뜬 시적 감성으로.

바람소리/ 종소리/ 파도소리/ 갈매기 울음소리/ 벌집소리/ 파도 물러가는 소리/ 아들 소리

두사람의 우정을 그린 이 영화의 원작소설에는 사실 이탈리아의 섬이 아닌 칠레의 작은 마을 이슬라 네그라로 되어 있습니다. 원작소설에서 네루다와 마리오가 메타포를 이해하기 위해 서로 나누는 대화입니다.

“좋아, 하늘이 울고 있다고 말하면 무슨 뜻일까?”

“참 쉽군요. 비가 온다는 거잖아요.”

“옳거니, 그게 메타포야.”

▲ 미얀마 해변가의 풀밭에서

은유의 세계를 통해서 만나는 아름다움. 숲길을 걸으며 하나님이 창조하신 자연의 아름다움을 다시 생각케 합니다. 놀랍게 발전하는 과학의 숲에서 정작 자연을 바라보는 경이감은 잃어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어린아이처럼 귀를 기울일 수만 있다면, 자연속에서도 하나님의 섬세하심과 ‘진리의 메타포’를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 산들과 언덕들이 너희 앞에서 노래를 발하고 들의 모든 나무가 손뼉을 칠 것이며 잣나무는 가시나무를 대신하여 나며 화석류는 찔레를 대신하여 날 것이라 ---”(이사야 55장 12절-13절)

 

----티처 정 프로필-----

강원도 삼척시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일요신문 사회부장
경향신문 기획팀장
MBN 투자회사 엔터비즈 대표이사
현 희망마을 사회적 협동조합 고문
현 미얀마 고아와 난민을 위한 기독교엔지오 Mecc 고문으로 양곤에서 근무
e-mail: mpr888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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