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쪽부터)올리브영, 신세계몰, 이마트몰에서 판매하는 아모레퍼시픽 제품. 사진=올리브영, 쓱닷컴 홈페이지

[뉴스워치=유수정 기자] 유통업계가 대형 할인행사를 넘어서 연중상시저가(EDLP, Every Day Low Price) 체제까지 도입하고 가격 경쟁에 나섰지만 일각에서는 도리어 소비자 혼란만 부추긴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기자와 가까운 경기도 일산에 사는 주부 A씨는 최근 헬스앤뷰티(H&B) 매장인 CJ올리브영의 대규모 정기 세일인 ‘올영세일’ 기간을 이용해 아모레퍼시픽 브랜드에서 제조된 한 로션제품을 구매했다.

해당 제품은 행사 기간에 한정해 기존 판매가 대비 무려 50%나 할인한다고 표기돼 있었다.

굳이 필요한 제품은 아니었지만 할인율을 보니 ‘이럴 때 사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이에 덧붙여 세일 기간을 활용해 자신이 합리적인 소비를 했다며 자랑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장을 보기 위해 신세계 이마트몰을 접속해 둘러보던 중 올리브영에서 구매한 제품의 할인 가격과 동일한 1만4900원에 판매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마트몰에는 별다른 세일 표기가 없었다.

A씨는 “올리브영이 판매가격을 부풀린 뒤 할인하는 것처럼 판매한 것이 아니냐”며 “기간 한정으로 할인하는 줄 알고 급하게 샀는데 속은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를 전해들은 뒤 기자 역시 아모레퍼시픽 공식몰과 대형마트 온라인몰, H&B 스토어 온라인몰 등을 통해 동일 상품을 검색했다.

그러나 올리브영에서 기존 판매가로 표기한 3만원은 아모레퍼시픽 공식몰에서 판매하는 가격과 같았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정가로 인식되는 본사 가격정책과 동일했기에 판매가격을 부풀려 홍보한 것은 아닌 셈이다.

공정위가 정한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표시광고법)’에도 위반되지 않았다. 종전거래가격(행사 직전 가격)이 명시한 기존 판매가와 동일했기 때문이다.

신세계가 함께 운영 중인 신세계몰에서 판매하는 상품 역시 올리브영과 동일하게 기존가 3만원과 50%의 할인율을 명시하며 최종 판매금액을 1만4900원으로 표기했다. 이마트몰의 경우에만 특별한 할인 표기 없이 1만4900원의 판매 가격만을 명시했다.

최종적으로 해당 기간 판매 가격은 모두 같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가격 혼란을 겪을 수 있는 일이었다.

몇 백원 단위의 가격 차이는 유통사의 프로모션 혹은 마진율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인식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시중 가격이 50%나 차이난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특히나 비단 해당 제품에 국한된 사례뿐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이 문제로 자리한 실정이다.

이는 정상가격의 개념을 둔 유통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법적으로 정가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재판매가격을 담합한다거나 통일시키는 것이 도리어 불법이라는 것이다.

특히 재판매가격을 책정하는 것은 유통업체의 자율권인 만큼 납품업자가 권고 이상으로 판매금액을 강제하거나 시정토록 명령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사 매장의 판매 가격을 책정하는 것은 유통업체의 자율적인 마케팅 전략”이라며 “소비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어느 곳이 옳고 그르다고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 할인을 표기하고 광고함에 있어 기존 판매 가격 데이터가 없을 경우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며 “이에 업계에서는 ‘매장가 대비’, ‘최초 판매가 대비’ 등의 교묘한 문구를 활용해 꼼수를 쓰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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