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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 349일만에 풀려나…조건부 보석 허가주거지·접견·통신 대상 제한…사실상 ‘자택 구금’ 평가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대 다스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을 마치고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김도형 기자] 뇌물·횡령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항소심 중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내건 석방)으로 풀려났다. 이는 지난해 3월 22일 구속된 지 349일 만이다.

다만 법원은 석방 후 주거지를 자택으로 한정하고 접견·통신 대상도 제한했다. 사실상 자택 구금과 유사한 조건이라는 평가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6일 이 전 대통령이 청구한 보석을 조건부로 허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이 전 대통령은 올해 1월 29일 항소심 재판부에 보석을 청구했다.

이 전 대통령은 법원 인사로 항소심 재판부가 새로 구성돼 구속 기한인 4월 8일까지 충분한 심리가 이뤄지기 어려운 데다, 고령에 수면무호흡증 등으로 돌연사 가능성도 있다며 불구속 재판을 호소했다.

반면 검찰은 재판부 변경은 보석 허가 사유가 될 수 없고, 건강상태 역시 석방돼 치료받아야 할 만큼 위급하지 않다고 맞섰다.

병보석이 아닌 구속 만기시점 때문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 만기가 다가오는 점에서 보석을 할 타당성이 있다고 봤다. 다만 엄격한 조건을 전제로 달았다.

재판부는 "구속 만기일에 선고한다고 가정해도 고작 43일밖에 주어지지 않았다"며 "심리하지 못한 증인 수를 감안하면 만기일까지 충실한 심리를 끝내고 선고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속 만료 후 석방되면 오히려 자유로운 불구속 상태에서 주거 제한이나 접촉 제한을 고려할 수 없어 오히려 증거 인멸의 염려가 높다"며 "보석을 허가하면 조건부로 임시 석방해 구속영장의 효력이 유지되고, 조건을 어기면 언제든 다시 구치소에 구금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10억원의 보증금을 납입하고, 석방 후 주거는 논현동 사저 한 곳으로만 제한하고 외출도 제한했다.

재판부는 이 가운데 건강 문제를 이유로 한 이른바 '병보석'에 대해서는 "구치소 내 의료진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 측에서는 진료를 받을 서울대병원도 '제한된 주거지'에 포함할 것을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병보석을 받아들이지 않는 만큼 이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진료를 받아야 할 때는 그때마다 이유와 병원을 기재해 보석 조건 변경 허가 신청을 받고 복귀한 것도 보고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만약 입원 진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면 오히려 보석을 취소하고 구치소 내 의료진의 도움을 받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이 배우자와 직계 혈족 및 그 배우자, 변호인 외에는 누구도 자택에서 접견하거나 통신을 할 수 없다는 조건도 달았다.

매주 한 차례 재판부에 일주일간 시간별 활동 내역 등 보석 조건 준수 보고서를 제출할 것도 요구했다.

재판부는 "불구속 재판 원칙에 부합하는 보석 제도가 국민의 눈에는 불공정하게 운영된다는 비판이 있다"며 "이에 '자택 구금(Home Confinement)'에 상당하는 엄격한 조건을 붙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 긍정적 반응 보여

재판 내내 수척한 모습을 보이던 이 전 대통령은 이날 보석 결과에 입가에 옅은 미소를 숨기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법정에서 증인석에 서서 책상을 짚은 채 재판부의 보석 허가 결정 이유를 들었다. "불편하면 잠깐 앉아도 된다"는 재판장의 제안에도 계속해서 서 있던 이 전 대통령은 재판부 설명이 끝나갈 무렵 힘에 겨운 듯 의자에 앉았다.

재판부가 주거지 및 통신·접견 대상 제한 등 조건을 제시하고 변호인과 상의할 시간을 준다며 10분간 휴정하자, 구치감으로 들어가는 이 전 대통령의 얼굴엔 옅은 미소가 번지기도 했다.

변호인들은 만면에 웃음을 머금었고 검찰은 굳은 표정 일색이었다.

다만 재판을 지켜보던 지지자들은 "이런 조건은 난생처음 본다", "구치소는 면회라도 가지 이건 면회도 못 간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보석 절차를 밟기 위해 법정을 떠나 구치감으로 이동하는 이 전 대통령의 곁으로 이재오 자유한국당 상임고문 등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악수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옅게 웃으며 "지금부터 고생이지"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의 보석으로 그동안 공전 상태였던 항소심 재판도 새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가 보석을 허용함과 동시에 그간 출석하지 않은 증인들을 구인하기 위한 구속영장도 발부하는 방안을 거론함에 따라 재판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김도형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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