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영화관 등 비닐봉투 무상 제공…소비자 55% “필요 없어”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는 비닐 캐리어. 사진=그린헬스코리아

[뉴스워치=유수정 기자]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정부의 일회용품 감축 노력에도 불구하고 규제를 피해간 업체들의 일회용품 남용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5일 환경단체 그린헬스코리아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지역 롯데시네마, CGV 각 6개소의 비닐 캐리어 배포 실태를 조사한 결과 롯데시네마 6개소 중 4개소(김포공항·청량리·용산·구리), CGV 6개소 중 3개소(동탄·용산·미아)에서 비닐 캐리어(봉투)를 무상으로 배포했다.

이는 지난달 4일부터 15일까지 2주간 대학생 환경단체인 ‘지구를 지키기 위한 배움이 있는 곳(지지배)’와 함께 조사한 결과로 표본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경미 그린헬스코리아 국장은 “표본조사 결과 절반 이상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팝콘과 음료 판매 시 일회용 비닐 캐리어를 무상으로 제공했다”며 “전국적으로 조사할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8월2일부터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장 내 테이크아웃 일회용 컵 사용을 금지하고 단속에 나섰다.

또 새해부터 비닐봉투 사용억제를 위한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내놓고 전국 대형마트 약 2000여곳과 매장 크기 165㎡ 이상인 슈퍼마켓 1만1000여곳에서 1회용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했다.

그러나 규제를 피해간 곳곳에서는 여전히 일회용품 사용이 빈번한 상황이다. 영화관은 물론 맥도날드, KFC 등 패스트푸드점 역시 규제 해당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음료 포장 시 무상 비닐봉투를 제공하고 있다.

규제 대상이 아닌 편의점이 다회용 장바구니 및 종량제 쓰레기봉투 등을 도입해 비닐 사용량 줄이기에 적극 동참하고 대형마트가 롤 비닐 사용 감축까지 선언하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일회용 비닐 사용을 절제하고 있는 분위기가 무색한 실정이다.

실제 소비자들 역시 비닐봉투 캐리어의 무상 제공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린헬스코리아와 지지배가 여론조사기관인 두잇서베이에 의뢰해 서울 경기지역 일반인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4.38%p, 95% 신뢰수준) 응답자의 54.8%(274명)가 ‘(전혀)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매우) 필요하다’고 응답한 참여자는 23.4%(117명)에 불과했다.

또 ‘영화관은 비닐봉지 사용 금지 시설에 포함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52.4%(262명)가 ‘포함된다’고 답했다.

이에 롯데컬처웍스(롯데시네마) 측은 “법적인 제재 등이 없지만 환경에 대한 사회적 인식 등을 고려해 비닐 캐리어의 무상지급을 순차적으로 중지하는 과정에 있다”며 “현재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CGV 역시 “비닐봉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향후 영화관 별 순차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KFC 관계자는 “일회용품 절감 정책에 맞춰 대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경미 국장은 “소비자들이 별로 필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비닐 캐리어를 굳이 무상으로 제공할 필요가 없다”며 “향후 패스트푸드점의 무상 비닐봉투 제공 등에 대해서도 조사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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