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권 도용 브로커 ‘활개’…해외 진출 난항

유수정 산업팀장

[뉴스워치=유수정 기자] 빙수 프랜차이즈 설빙이 일명 ‘짝퉁’ 브랜드 탓에 10억원 가까운 거액을 배상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는 비단 설빙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국내 상표권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38부(부장판사 박영재)는 중국 상해아빈식품무역유한공사가 설빙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고 9억5640만원의 지급을 명했다.

설빙 측이 중국 내 다양한 유사상표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음에도 계약 상대에게 이로 인한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 피해를 입혔다는 이유다.

지난 2015년 상해아빈식품과 체결한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 라이센스비가 1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거의 전액을 배상해줘야 하는 셈이다.

‘마스터 프랜차이즈’란 사업자가 직접 해외로 진출하지 않고 현지 기업에 가맹 사업 운영권만 판매하는 방식이다.

설빙 측은 무죄를 선고한 1심의 판단을 뒤집은 항소심의 판결에 반발하며 대법원에 즉각 상고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설빙의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 사실상 주목해야 할 점은 국내 기업들이 중국 내 상표권 도용에 의한 피해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특허청에서 받아 발표한 ‘국내기업 상표 침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기업의 상표가 외국 브로커들에 의해 무단 선점된 건수는 2014년 11월 모니터링을 시작한 이후 지난해까지 3000여건에 육박한다.

중국 내 상표 거래사이트에 게재된 한국기업 브랜드별 판매가격을 토대로 추정된 피해액만 하더라도 250여억원 수준이다. 해외 진출 지연 등에 따른 유무형 피해까지 포함하면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외국 브로커에 의한 상표 무단선점은 기업적·전략적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지 대리인을 고용해 법률적 사항에 대처하고 국내 기업이 현지에서 출원과 대응을 하지 못하도록 원천 봉쇄하는 것은 예삿일도 아니다.

심지어 중국 내 상표거래 사이트를 통해 제3자에게 판매를 시도하며 국내 기업을 심리적으로 압박하기까지 한다.

설빙 사태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어떻게 나던 결론적으로 설빙이 중국 상표권 침해로 인한 피해 업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정부가 내놓은 공동방어상표 사용 업무협력이 사실상 유명무실한 대책이 된 시점에서 정부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대안이 없다면 피해 업체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정부는 해외 진출을 통한 경쟁력 확보를 기업에 권유하기 이전 국내 상표권 보호에 우선적으로 앞장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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