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 가계빚 1535조원…전세대출 등 은행대출 증가세는 확대
대선·총선·지선용 단기성과 집착한 내수부양 정책이 빚 더 늘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송정훈 기자] 지난해 말 가계빚이 1534조원을 넘어서면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정부의 강력한 대출규제로 가계 부채 증가 속도는 둔화했지만 여전히 소득 증가세보다 빨랐다. 이런 빚 증가는 단기성과에 집착한 내수부양 정책 등이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정부 강력규제에도 가계빛 1534조원 넘어

한국은행이 지난 22일 발표한 '2018년 4분기 중 가계신용'을 보면 지난해 말 가계신용 잔액은 1년 전보다 83조8000억원(5.8%) 증가한 1534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찍었다.

그러나 증가 속도는 잡혔다. 지난해 증가율은 2013년(5.7%) 이후 최저다. 가계신용 증가율은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가고 부동산 규제가 완화한 여파로 2015년(10.9%), 2016년(11.6%) 폭증한 뒤 2017년(8.1%)에 이어 지난해에 더 둔화했다.

연간 증가 규모로는 2014년(66조2000억원)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100조원을 밑돌았다. 가계신용은 은행이나 보험, 대부업체, 공적 금융기관 등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까지 포함한 포괄적인 가계부채를 말한다.

지난해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늦춰진 것은 대출규제 정책을 강화한 영향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지난해 9·13 부동산안정대책을 내놓으며 다주택자의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무주택자라도 실거주 목적이 아니면 규제지역에서 공시가격 9억원을 넘는 집을 살 때 대출받을 수 없도록 했다.

여기에 지난해 10월 말에는 대출 심사를 깐깐하게 하도록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도입해 돈줄을 압박했다.

소득증가보다 대출증가 속도 빨라 문제

부채 증가세는 잡았지만 여전히 소득보다 빠르게 늘고 있는 게 문제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가계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이 2017년(4.5%)과 비슷하다고 미뤄보면 가계가 벌어들인 소득보다 가계부채 증가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부문별로 보면 가계대출 잔액은 1444조5000억원으로 74조4000억원(5.4%) 증가했다.

그러나 그중 예금은행 가계대출은 713조1000억원으로 52조4000억원(7.9%) 늘면서 1년 전 증가세(43조3000억원, 7.0%)보다 오히려 가팔라졌다. 2∼3년 전 분양받은 아파트 입주가 이어지며 잔금 대출, 전세자금 대출 수요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아파트 입주 물량은 45만4000호로 전년 38만7000호보다 증가했다"며 "(기타대출에 포함된) 주택도시기금 전세자금대출이 은행 재원으로 전환되며 은행 가계대출이 늘어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각종선거에 대중인기영합 내수부양이 ‘원인’

이제 관심은 가계 부채가 사상 최대치까지 늘어난 원인이 무엇이냐에 모아진다.

최근 김영일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거시건전성 관리에 있어 단기성과 중심 정책 결정의 위험성’ 보고서에서 한국의 거시건전성 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거시건전성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사례로 가계부채를 꼽았다.

국내 가계부채는 2008년 3분기 713조원에서 2018년 3분기 1514조원으로 2배 넘게 늘었다. 이 기간 가계부채는 소득 증가세를 앞질렀다.

김 연구위원은 정책 결정자의 단기 성장률 집착 경향이 가계부채 등 거시건전성 관리 소홀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성장률 3% 달성’ ‘일자리(고용)창출’ 등 지표를 임기 중에 좋게 하려다 보면 거시건전성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1997∼1998년 외환위기, 2003∼2004년 카드 사태 때도 정책 결정자가 내수부양을 우선시하면서 위험을 키웠다는 것이다. 2014년 하반기 이후 대출 규제 완화로 가계부채가 급격하게 늘었을 때도 내수 활성화 기조를 우선시하는 바람에 거시건전성 정책이 후순위로 밀렸다고 김 연구위원은 주장했다.

김 위원은 “경기둔화 우려가 불거질 때마다 정부는 통화·재정 정책 등 전통적 경기 안정화 정책은 물론, 주택·금융까지 포함한 모든 정책수단을 총동원해 내수를 부양하려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통령·국회의원·지방 선거가 1∼2년 간격으로 이어지다 보니 단기 성과에 매몰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 연구위원은 “미래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돼도 당장의 대중적 인기에 부응하는 정책을 선호하게 되면 신용 과잉에 따른 위기 발발 가능성이 커지며 중·장기 경제정책 운용 범위는 더욱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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