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경기적 요인이 아니라 다양한 구조적 요인 때문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를 마친 뒤 기업인들과 함께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문재인 대통령, 구광모 LG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어기선 기자] 최근 경제는 성장하고 있는 반면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GNI) 3만달러를 넘어서면서 다른 선진국에 비해 양호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서민들이 생각하는 경기와 실제 경제 지표간 온도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차이는 단순히 경기적 요인이 아니라 다양한 구조적 요인에 기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소기업 간 불균형, 일자리 창출 한계, 체감물가 격차 등이 체감경기를 끌어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구조 전반에 걸쳐 개편을 하지 않는 이상 경제성장에 따른 과실을 서민들이 제대로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결코 나쁘지 않은 경제 성적표

최근 들어 언론에서 지속적으로 우리 경제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실제로 우리 경제가 결코 나쁘지는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5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2019년 한국경제 희망요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은 3만1500달러로 추정된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 이상인 국회는 총 35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2개국이며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 이상이면서 인구 5000만명 이상인 국가는 7개국(우리나라·미국·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일본)이다.

또한 연구원은 인구 5000만명 이상인 7개국을 대상으로 소득 3만달러 진입시기의 이전과 이후 2년씩 총 5년간의 거시경제지표를 보면 우리나라가 양호하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역사상 가장 양호한 외환건전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신용등급이 유사한 다른 국가에 비해 매우 양호한 편이라고 밝혔다.

원인 1. 업종별 기업규모 간 가동률 격차

하지만 경제성장과 체감경기가 괴리가 발생한 것도 현실이다. 

한국은행 조사통계월보에 게재된 김형석 한은 거시재정팀 차장팀의 ‘경제 내 상대적 격차에 따른 체감경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거시지표는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상대체감지수는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이는 단순히 경기적 요인만이 아니라 경제 내에 누적된 다양한 구조적 요인들에 기인하고 있어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다. 통계청이 지난 2017년 법인세를 납부한 영리법인에 대한 ‘영리법인 기업체 행정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영리법인이 거둔 영업이익 가운데 대기업의 몫이 61%로 집계됐고, 기업당 영업이익도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732배를 달했다.

전체 영리법인이 66만6163개인데 반해 대기업이 2191개로 0.3% 비중을 차지하고 중견기업이 3969개(0.6%), 중소기업이 66만3개(99.1%) 등이다.

즉 0.3%의 대기업이 우리나라 경제의 절반 이상인 61%의 법인세를 담당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경제력 집중이 심각하다는 것을 뜻한다.

더욱이 영리법인 매출액은 살펴보면 대기업 매출액이 전체의 48%를 담당했다는 점에서 대기업 경제력 집중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반면 영리법인 임직원 숫자를 살펴보면 전체 1005만2000명 중 대기업은 204만7000명으로 20.4%, 중견기업은 125만2000명으로 12.5%, 중소기업은 675만3000명으로 67.2%를 차지했다.

즉 대기업에 경제력은 집중된 반면 임직원 숫자는 중소기업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소득 불균형은 불 보듯 뻔하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1일 경북 구미에 있는 중소기업 케이알이엠에스의 공장을 방문해 사측 관계자와 견학하고 있다./사진제공=중소기업벤처기업부

원인 2. 대·중소기업 간 소득 격차

통계청이 공개한 ‘2017년 임금근로자 일자리별 소득 결과’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임금근로자 월평균 세전소득이 대기업이 488만원, 중소기업이 223만원이었다. 중소기업 월급이 대기업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2016년 대기업이 476만원 중소기업이 213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1년전보다 2만원 격차가 벌어졌다.

또한 대기업 50대 임금근로자 월평균 소득은 657만원인 반면 중소기업은 245만원으로 412만원 격차를 보였다.

성별로는 대기업은 여성근로자 월평균 소득이 남성의 56.7%, 중소기업은 68.3%로 중소기업일수록 소득 격차가 벌어졌다.

이런 현상은 결국 구직자들은 대기업으로 몰리게 되는 현상을 낳고 중소기업은 구인난을 겪게 만들고 있다. 중소기업의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에 구직자들이 몰리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근로자 연봉과 복지 처우 개선이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처럼 대기업에 경제력이 집중된 상태에서는 개선될 수 없다.

원인 3. 성장률에 비해 일자리 창출 능력은 하락세

우리나라 경제의 또 다른 문제점은 경제성장률에 비해 일자리 창출 능력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탄성치는 0.136을 기록했다. 고용탄성치란 취업 증가율을 실질국내총생산(GDP) 증가율로 나눈 값으로 경제가 1% 성장할 때 일자리가 얼마나 늘어는지 알 수 있는 지표다.

금융위기인 2009년 -0.518 이후 9년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2012년 0.762와 비교하면 6년 사이 5분의 1 토막이 난 셈이다.

이는 우리나라 산업이 반도체에 의존한 성장을 한 반면, 반도체는 취업유발계수가 낮기 때문이다. 취업유발계수는 10억원을 생산할 때 직간접적으로 늘어나는 취업자 숫자를 말한다.

반도체 등 전자업종의 취업유발계수는 5.3명(2014년 산업연관표 기준)으로 제조업 중 가장 낮다.

반면 도소매업(20.2명), 음식점·숙박업(25.9명), 사업지원서비스(28.3명) 등 서비스산업은 취업유발계수가 상당히 높다.

따라서 서비스산업을 육성해야 하는데 국회에서 서비스산업발전법 등이 낮잠을 자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 자영업 숫자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높다. 2017년말 기준 전체 취업자 가운데 자영업자(약 570만명) 비율이 21.3%다. 반면 자영업자 소득을 보여주는 가계 영업잉여는 2016년 기준 전체 가계소득의 12%에 불과하다.

즉 자영업 비중이 상당히 높은데 반해 소득은 형편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이유로 자영업의 생존율 역시 낮은 편이다.

원인 4. 생활물가와 소비자물가 격차

또 다른 원인으로는 생활물가와 소비자물가의 격차다.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기대비 0.8%를 기록한 반면 한국은행의 1월 소비자동향조사를 보면 지난 1년간 소비자들은 물가가 2.4% 오른 것으로 인식했다.

실제 물가상승률과 체감 물가상승률간 격차가 1.6%포인트로 벌어진 것인데 이는 지난해 1월(1.7%포인트)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처럼 소비자물가와 생활물가 간 격차가 벌어지는 이유는 소비자들이 자주 구매하는 품목과 통계작성에 포함되는 품목의 범위가 달라서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는 460개 품목을 대상으로 하는 반면 생활물가는 소비자들이 주로 구입하는 생활필수품으로 한정된다. 

소비자들은 교통비, 농산물, 외식비, 공공요금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통계상 물가보단 체감물가가 더 탄력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특히 월급은 오르지 않은 상황에서 물가가 상승을 하게 된다면 서민의 주머니 사정은 더욱 나빠지게 되면서 그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산업구조의 변화 등 절실

이 같은 원인으로 인해 경제는 성장하고 있지만 서민들의 체감경기는 싸늘하기만 한 것이다. 

때문에 산업구조의 변화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에서 벗어나 중소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 취업유발계수가 낮은 반도체 산업 구조에서도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 성장도 필요하지만 혁신성장을 통해 산업구조의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경제계 관계자는 "지표만 보면 우리 경제는 결코 나쁜 편은 아니다"며 "결국 핵심은 대기업 위주의 경제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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