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결에 가격 속임 '우려'…소비자 주의 당부

사진=홈플러스

[뉴스워치=유수정 기자] 대형마트 등 유통할인점의 ‘1+1’ 행사 가격 책정을 과장광고로 볼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이른바 ‘꼼수’가 기승을 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가 행사 직전 가격을 단기적으로 인상한 뒤 마치 큰 폭의 할인을 제공하는 것처럼 소비자를 기만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고법 행정2부(양현주 부장판사)는 대형마트의 할인 및 ‘1+1’ 행사 가격이 직전 판매 가격보다 저렴할 경우 제재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는 지난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가 할인판매 과정에서의 거짓·과장 광고로 국내 대형마트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한 것과 관련, 홈플러스와 홈플러스스토어즈 측이 시정명령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한데 따른 것이다.

당시 공정위는 ‘1+1’ 행사 제품의 직전 20일간 판매 가격 중 가장 낮은 가격을 종전거래가격으로 보고, 실제로는 두 개 산 것과 다름없는 금액을 마치 ‘1+1’인 것처럼 꾸며 소비자들을 혼란케 했다고 판단했다.

예를 들면 홈플러스는 세트당 4450원에 판매하던 칫솔 세트를 일주일 뒤 8900원에 팔다가 엿새간 9900원으로 또 다시 인상해 판매했다. 이후 진행된 1+1 행사 광고를 통해 두 세트를 9900원에 팔았다.

공정위의 판단대로라면 약 20여 일간의 기간 중 최저가였던 4450원이 해당 상품의 종전거래가격인 만큼, 실질적으로는 정가에 팔면서 ‘1+1’ 행사를 하는 것처럼 과장광고를 한 셈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소비자들은 종전거래가격을 ‘광고 전 근접한 기간에 실제 판매한 가격’으로 인식하는 것이 통상적”이라며 “공정위의 기준대로라면 일정 가격을 20일간 유지하지 않고는 원하는 광고를 할 수 없어 사실상 가격 책정의 자율권까지 침해된다”고 판단했다.

또 “‘근접 기간’이 아닌 ‘상당 기간 판매한 가격’ 등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표시광고법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게 된다”며 “이는 자유로운 가격경쟁이 위축되는 결과 및 가격 인하 억제로 오히려 소비자 후생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과 관련 “향후 대형마트의 꼼수가 만연해 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1+1’ 상품은 1개 가격에 1개를 덤으로 주는 개념으로 인식되는 것이 통상적”이라며 “일정 기간 판매가의 평균도 아닌 바로 직전 가격을 기준으로 결정한다면 행사 직전 높은 가격에 판매한 뒤 할인율이 높은 것처럼 꾸밀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재판부의 이번 결정과 관련 향후 대형마트의 가격 과장광고가 염려되는 만큼,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 역시 대형마트의 가격 속임을 우려하며 불만을 표하는 상황이다.

평소 대형마트를 애용하는 소비자 김혜정(31·여) 씨는 “대형마트의 ‘1+1’ 상품이 직전 가격을 기준으로 한다면 굳이 2개 가격을 지불하고 행사품목을 살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저렴한 것처럼 광고해놓고 실질적인 결정은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전국 단위 유통업체 135개 품목의 판매가격을 매주 조사해 제공하는 참가격 등을 활용하면 보다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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