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대표 문화 공간...서울시, 지정문화재 등록 추진

▲ 옥류동 바위 글씨./사진제공=서울시

[뉴스워치=어기선 기자] 서울시 종로구 옥인 1구역에 가면 ‘옥류동 바위’가 있다. 옥류동은 17세기 김수항, 김창협 같은 당대 최고 문인들이 시문을 짓고 송석원시사(松石園詩社), 일섭원시사(日涉園詩社) 등 문학모임이 이뤄진 조선시대 대표적인 문화공간이다.

옥인동은 ‘옥류동’과 ‘인왕동’을 합친 말로 그만큼 역사적 의미가 깊은 동네다. 옥류동 바위 글씨는 한국일보사가 1989년 출판한 책 ‘서울 육백년’에서 사진으로만 존재가 알려졌다. 옥류동 바위 글씨 사진은 책의 저자 김영상 선생이 60년 전에 찍었다.

그런데 동호회 ‘한국산서회 인문산행팀’ 제보로 종로구 옥인동 47번지 바위 능선 일대에서 실물이 처음 확인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번에 발견된 ‘옥류동’ 바위 글씨가 조선시대 문인들이 모였던 문화공간 ‘옥류동’과 같은 장소에 있었던 바위 글씨로서 사진 상의 글씨와 동일하다는 전문가의 자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시는 당시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유물로 문화사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판단해 시 지정문화재 등록을 추진하기로 했다.

시는 이 바위 글씨가 조선시대 대표적인 문화공간인 옥류동을 상징하고, 현재 ‘옥인동’이라는 동(洞) 이름이 ‘옥류동’과 ‘인왕동’을 합쳐 부르면서 생겼다는 사실을 지도보다도 더 생생하게 보여주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다만 ‘옥류동’ 바위 글씨가 세간에는 우암 송시열의 글씨로 알려져 있으나 김수흥, 김창협 등 글씨 주인에 대해 전문가의 의견이 분분해 추가적인 고증과 함께 이 일대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한편 종로구 옥인동은 오랜 갈등을 매듭짓고 역사문화형 도시재생사업을 막 시작한 지역으로 ‘옥류동’ 바위 글씨 발견이 역사문화마을도시로의 도시재생사업 추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시는 밝혔다.

종로구 옥인동 (관리형)주거환경개선사업구역은 2007년부터 재개발 사업 추진을 원하는 조합과 한양도성의 옛 기억을 보전하고자 하는 지역‧시민사회 간 대립으로 사업 추진이 장기간 지연돼 왔다. 그러다 2017년 역사·문화적 가치 보존을 위해 주택재개발 정비구역이 해제돼 조합에서 소송을 진행하는 등 갈등이 극도로 고조됐던 지역이다.

이에 시는 시·조합 간 갈등조정 심층면담(40회), 지역·시민사회단체 등 이해당사자 갈등조정간담회(15회), 총괄코디네이터 파견 등을 통해 시-주민-조합-시공사 간의 갈등을 해결하고, 주민과 조합의 요구를 반영한 역사문화형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는 재개발 갈등을 서울시의 중재와 조합, 주민들의 이해와 합의를 통해 해결한 첫 사례다.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진행되는 옥인동 도시재생사업은 ‘역사문화자원 재생’, ‘생활기반시설’, ‘공동체 활성화’, ‘건축물 정비·개량계획’ 등 4개 부문 16개 단위사업으로 추진될 계획으로 올해 153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김승원 재생정책기획관은 “역사문화자원 보존과 함께 주민들의 삶의 질과 지역의 가치가 높아질 수 있도록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착실히 진행해 옥인동을 역사문화형 도시재생의 성공 사례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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