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노총, 경사노위 거부...탄력근로제 확대적용·최저임금 결정기구 개편 등 차질

▲ 지난 28일 오후 서울 강서구 KBS 아레나홀에서 열린 민주노총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들이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에 반대하는 수정안에 대해 표결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김도형 기자]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가 지난 28일 무산됐다. 양대 노총 중 하나인 한국노총 역시 오는 31일 경사노위 회의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같은 날 밝혔다.

양대 노총이 경사노위 참여를 사실상 거부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은 표류를 하게 됐다.

특히 당정은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탄력근로제 확대적용 및 최저임금 결정기구 개편 등의 내용을 담은 노동법 개정안을 처리할 의지를 내비쳤지만 힘들게 됐다. 만약 처리 강행을 하게 될 경우 양대 노총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 위기 상황에서 개정안 처리가 시급한 상황이어서 시일을 늦출 수도 없는 입장이다.

29일 오전 서울 강서구 KBS 아레나홀에서 열린 민주노총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김명환 위원장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안건 처리를 하지 못한 채 산회를 선포한 뒤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무산된 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

민노총은 이날 서울 강서구 KBS아레나홀에서 대의원대회를 열어 경사노위 참여 여부에 대해 논의를 했다.

이날 오후 6시부터 1000여명의 대의원이 참여한 가운데 격론을 펼쳤고 수차례 정회를 한 끝에 자정을 넘기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사실상 경사노위 참여가 무산된 것이다.

민노총 집행부는 ‘경사노위 참여’ 원안을 제시했지만 대의원대회 과정에서 ‘경사노위 불참’, ‘조건부 불참’, ‘조건부 참여’라는 세가지 수정안이 나왔다. 이 세가지 수정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졌지만 부결됐다.

김명환 위원장은 산회를 선포하면서 다음달 2019년도 새로운 사업계획에 대한 논의를 하는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이날 경사노위 참여가 무산되면서 집행부의 리더십에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원안 표결은 아예 이뤄지지도 않았고 수정안 역시 부결되면서 집행부와 일선 대의원 간의 갈등은 더욱 증폭되는 모습이다.

더욱이 이날 제시된 세가지 수정안이 모두 부결이 됐다는 것은 경사노위 참여를 놓고 민노총 내부에서도 서로 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사노위 불참’은 강경파에 의해 제시된 안건이고, ‘조건부 불참’은 금속노조가, ‘조건부 참여’는 8개 산별대표자가 내놓은 안건이다. 이 세가지 안건 모두 부결됐다는 것은 어느 특정 세력이 민노총의 주도권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앞으로 김 위원장이 집행부를 끌고 가는데 상당히 험난하다는 것을 예고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한국노총, 31일 회의 불참

이런 가운데 같은날 한노총이 오는 31일 경사노위 회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노총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건물에서 상임집행위원회를 열어 이같이 결의했다.

불참 이유에 대해 “경사노위의 사회적 대화 중단을 경고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강경한 노선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31일 회의를 참석하지 않고 정부의 행보에 따라 향후 일정을 고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노동계에 따르면 한노총이 불참한 이유는 문재인 정부의 친기업 행보에 대한 반발의 성격이 강하다.

지난 25일 경사노위 제도개선위 전체회의에서 사용자 측은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폐지, 사업장 내 파업금지, 단체협약 유효기간 확대 등을 제시했다. 이에 한구노총은 논의 도중 회의장을 박차고 나왔다.

한노총은 “경사노위가 31일 회의에서 이러한 사용자측 주장을 공익위원안으로 채택하려는 개악 음모를 드러내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오후 청와대에서 양대 노총 위원장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문 대통령. 앞쪽 등 보이는 이는 이용선 시민사회수석./사진제공=연합뉴스

양대노총의 경사노위 불참, 2월 임시국회에 영향

이같이 민노총과 한노총이 모두 경사노위 참여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2월 임시국회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지난 22일 새해 첫 당정협의회의를 열어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과 탄력근로제 확대적용 등의 내용을 담은 노동법 개정안을 2월 임시국회에 내에 처리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물론 전제조건은 경사노위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만약 경사노위에서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독자적으로 국회에 넘기겠다는 뜻도 밝혔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경사노위에서 이달 말까지 탄력근로제 확대에 대해 결론을 못 내면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물론 이날 발언은 경사노위에서 합의안이 도출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압박용 발언으로 해석되기 충분하다.

하지만 만약 경사노위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국 국회에서 처리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양대 노총이 경사노위 불참을 선언한만큼 당정은 2월 임시국회에서 당정이 추구하는 노동정책을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대 노총과의 갈등 불가피

이처럼 당정은 임시국회에서 탄력근로제와 최저임금 결정 개편안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양대 노총과의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최근 당정이 양대 노총을 바라보는 인식이 상당히 변화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 2017년 대선 전후 문재인 정부는 양대 노총에 화해의 제스처를 꾸준하게 보내면서 친노동 정책을 구사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초까지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에 상당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금은 퇴임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민노총을 겨냥해 “더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고 주장한 것도 이런 점을 대변한다.

즉 문재인 정부가 더 이상 양대 노총에 끌려다니지는 않겠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따라서 2월 임시국회에서 노동법 개정 추진이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에 노동계 역시 대규모 대정부 투쟁을 준비하는 등 갈등은 점차 고조되고 있다. 해법이 없이 서로에 대한 갈등만 점차 증폭되는 분위기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아무래도 노동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와의 갈등은 올해 봄의 최대 화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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