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내달 중 발포주 ‘필굿’ 출시…‘필라이트’ 발 동동

(왼쪽부터)하이트진로 '필라이트', 오비맥주 '필굿'. 사진=하이트진로, 오비맥주

[뉴스워치=유수정 기자] 국내 최초의 발포주 ‘필라이트(FiLite)’로 부진한 맥주사업의 매출을 겨우 만회하던 하이트진로가 경쟁사인 오비맥주의 발포주 출시로 올해 실적에 적신호가 켜졌다.

발포주란 맥주의 주원료인 맥아의 함량 비율이 10% 미만인 제품으로, 기타주류로 분리돼 일반 맥주 대비 주세가 절반 이상 낮다. 이에 가격 경쟁력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이르면 2월 중순부터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을 통해 발포주 제품인 ‘필굿(FiLGOOD)’을 판매할 방침이다.

기존 맥주 대비 맥아의 비중을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시원하고 상쾌한 아로마 홉과 감미로운 크리스탈 몰트를 사용해 맛의 깊이를 더했다는 게 오비맥주 측의 설명이다.

실제 사전 소비자 조사 결과에서도 ‘가벼운 목 넘김’, ‘깔끔한 끝 맛’, ‘마시기에 편안한 느낌’ 등의 측면에서 높은 선호도를 얻었다.

가격 역시 ‘필라이트’와 동일한 12캔에 1만원(355ml, 대형마트 기준)에 판매된다. 도수 역시 4.5도로 같다.

일각에서는 맥주업계 1위인 오비맥주의 발포주 시장 진출과 주세법 개정 등이 맞물리며 발포주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막상 업계에서는 ‘밥그릇 나누기’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출시 초기에는 가성비 등의 이슈와 맞물리며 소비자들의 관심 및 선호도가 옮겨가는 듯 했으나 이내 원상복귀 됐다”며 “특히 발포주는 가정용 제품으로만 판매되기 때문에 큰 영향력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하이트진로는 발포주 시장의 확대로 인한 추가 고객 유입을 기대하기보다는 도리어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아야하는 처지에 놓였다.

자칫 잘못할 경우 매출 향상에 효자 노릇을 하던 ‘필라이트’를 메가 브랜드로 육성하겠다던 이들의 포부가 불과 1년여 만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업계 1위인 오비맥주의 공격적인 마케팅과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가 높게 나타날 경우 시장 판도가 변화할 가능성 역시 충분하다.

발포주의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은 2017년 기준 3%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출시 2년차인 지난해 두 배 가량의 점유율 향상을 이뤄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아직 10%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여기에 아직까지는 미온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롯데주류의 시장 추가 진출 가능성 역시 염두에 둬야 한다.

업계 독점으로 회사 전체 실적을 견인하던 ‘필라이트’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경우, 올 한해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실제 하이트진로는 부진한 맥주 판매 실적과 파업 여파 등으로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292억7563만원)이 전년동기(565억7942만원) 대비 48.2% 감소했다.

증권가에서는 4분기 실적 역시 녹록치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태헌 IBK 연구원은 전년 동기대비 9.9% 줄어든 208억원의 영업이익을 예측했으며, 하이투자증권 역시 5.9% 감소한 217억원 수준을 내다봤다. KB증권은 소폭 상승한 240억원이 될 것으로 예측했으나, 시장 컨센서스에는 하회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박애란 KB증권 연구원은 “‘필라이트’는 맥주 부문 내 매출 비중이 22.6%까지 확대된 것으로 추정될 만큼 레귤러 맥주 판매부진의 상당 부분을 상쇄시켰다”면서도 “위협적인 경쟁사의 시장 진입이 하이트진로에는 부담일 것”으로 내다봤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국내 발포주 시장 자체가 시작 단계일뿐더러 경쟁제품이 아직 출시되지 않은 시점에서 향후 점유율 변화 등을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출시 2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일 만큼 이미 필라이트는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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