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갈등 속 허위고소 정황 있음에도 무리하게 신상훈 기소”
서울중앙지검 수사 속도 낼 듯…공정성·방어권 보장이 ‘관건’

사진= 신한은행

[뉴스워치=송정훈 기자] 신한금융지주 측이 2008년 이명박 대통령 당선축하금 명목으로 3억원을 건넸다는 ‘남산 3억원’ 의혹에 대해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현저한 검찰권 남용 사례라며 진상 규명을 검찰에 권고했다. 이번 사건을 재수사 중인 검찰은 정·금(政金) 유착과 허위 고소를 주도한 의혹을 받는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을 조만간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 '남산 3억원' 의혹, 검찰 봐주기 수사로 '결론'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는 ‘남산 3억원’ 사건 최종 조사결과를 대검 진상조사단으로부터 보고받고 사건 실체에 대해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해 진상을 명백히 규명하라고 검찰에 권고했다"고 16일 밝혔다.

과거사위는 “이 사건은 라 전 회장과 이 전 행장 측이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을 축출하려는 의도로 기획한 허위고소라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다분했는데도 검찰은 이를 무시한 채 적극적으로 수사에 임해 신 전 사장을 기소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수사 도중 드러난 남산 3억원 의혹 등 정금 유착 진상은 철저히 수사하지 않아 실체적 진실을 밝히지 못했고 허위고소를 주도한 라 전 회장 측의 형사 책임도 묻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과거사위는 “공명정대하게 행사해야 할 검찰권을 사적 분쟁의 일방 당사자를 위해 현저히 남용한 사건으로 판단한다”고 결론 냈다.

남산 3억원 의혹은 2008년 이 전 행장이 라 전 회장 지시로 비자금 3억원을 서울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에서 누군가에게 전달했는데 돈을 받은 사람이 이상득 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이고 이명박 전 대통령 당선축하금 명목의 금품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 의혹은 2010년 신한금융그룹 경영권을 놓고 라 전 회장 및 이 전 행장 측과 신 전 사장 측이 갈려 고소·고발이 이어진 ‘신한 사태’ 수사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상조사단은 최종 조사결과에서 라 전 회장 측이 신 전 사장을 거짓 고소한 정황이 다분한데도 검찰이 근거가 희박한 허위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였고, 신 전 사장 측에 유리한 진술은 근거 없이 배척했다고 판단했다.

비서실 자금이 위성호 당시 신한금융 부사장(현 신한은행장) 주도로 이 전 행장 허락하에 라 전 회장의 변호사비로 사용된 점을 고려할 때 오히려 신 전 사장이 아닌 라 전 회장 측에 책임을 물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과거사위는 이날 최종조사결과 발표에서 “현저한 검찰권 남용이 확인됐다”며 이 사건 처리과정에서 검찰의 잘못이 있었다고 결론지었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노만석 부장검사)는 남산 3억원 의혹 및 위증 혐의 등에 대한 수사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왼쪽에서 첫 번째)과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지난해 7월 열린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 탄생 100주년 음악회'서 만나 인사를 나누는 모습. 사진=신한금융

검찰 수사 공정성과 사건 연루자 방어권 보장 '필요'

관건은 어떻게 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담보하느냐다.

과거사위는 지난해 11월 6일 이 의혹과 관련해 신한금융 전·현직 임직원 10명을 “신속히 엄정 조사하라”고 검찰 수사를 권고했다. 신한금융 사태와 관련해 재판 과정에서 라 전 회장, 이 전 행장, 위 전 부사장 등 전·현직 임직원 10명이 위증한 의혹에 대한 재수사를 권고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까지 한달 넘게 검찰은 대상자 10명 중 1명만 조사했다. 나머지 9명에 대해선 출석 조사는 물론 서면조사나 방문조사, 전화질의 등 어떠한 형태의 조사도 진행되지 않았다. 일방적으로 특정인의 진술에만 의존한 수사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는 사건 당사자의 방어권 미보장 논란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라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이 당시 신 전 신한금융 사장을 고소한 일이 무고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검찰 내 공방이 벌어졌다.

지난해 11월 중순께 조사단은 라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이 신 전 사장을 횡령·배임으로 고소한 게 거짓·허위 고소에 해당하기 때문에 검찰에 별도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는 조사보고서를 과거사위에 제출했다. 하지만 과거사위는 검찰이 혐의 없음을 처분하지 않았으며 결국 신 전 사장을 기소하고 대법원에서도 일부 유죄가 인정돼 벌금형이 선고된 만큼 무고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실제 검찰은 신 전 사장을 438억원대 배임, 15억원대 횡령, 8억6000만원대 금융지주회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지만 법원은 신 전 사장의 2억원대 횡령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때문에 유죄가 인정된 만큼 무고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들어 적폐청산을 명분으로 너무 과거에 신경쓰는 모습”이라며 “이번 남산 3억원 의혹은 검찰의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통해 빨리 해소해야 한다. 이런 의혹으로 금융사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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