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검찰 포토라인은 패스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 취재진 질문에 아무 말 없이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어기선 기자] 사법농단 의혹에 휘말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사법부 수장을 지낸 사람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라고 검찰 출석 전 대법원 정문 앞에서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이 갖는 혐의는 40여개로 검찰은 유죄의 증거와 증언을 최대한 찾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반면 양 전 대법원장은 자신은 사법농단 의혹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서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승태 “모든 책임은 제가 지는 것이 마땅”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 정문 앞에서 부덕의 소치라면서 “모든 책임은 제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는 재판에 부당하게 간섭을 했고, 법관 블랙리스트를 작성해서 불이익을 줬다는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 자리를 비롯해 국민 여러분에게 부디 법관들을 믿어주실 것을 간절히 호소하고 싶다”며 “절대 다수의 법관들은 국민 여러분에게 헌신하는 마음으로 사명감을 갖고 성실하게 봉직하고 있음을 굽어 살펴주시길 바란다”면서 혐의 자체를 부인했다.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것에 대해 시민단체를 비롯해 법원 노조들이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양 전 대법원장은 “제 마음은 전 인생을 법원에서 근무한 사람으로서 수사과정에서 법원을 한번 들렀다 가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해명했다.

1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입구에서 양승태 지지 관련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검찰 포토라인에 서지 않은 양승태

대법원 정문에서 입장을 밝힌 양 전 대법원장은 일문일답을 마친 후 오전 9시7분께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했다.

하지만 검찰 포토라인을 그대로 지나쳐 곧바로 들어갔다. 이를 두고 기자들이 항의를 하기도 했다.

이날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상대로 일제 강제징용 소송 등 재판 개입 의혹과 인사 불이익 의혹 등을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행정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사건 재판, 옛 통합진보당 의원지위 확인소송 등 부당하게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3억5천만원의 비자금 조성 혐의도 확인할 예정이다.

신문(訊問)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의 단성한·박주성 부부장검사 등이 교대로 진행한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검찰 출신 최정숙 변호사가 입회했다. 최 변호사는 “진술을 거부하지 않고 기억나는 대로 답변할 것”이라고 검찰 출석 전 기자들에게 전했다.

구속 여부는 과연

검찰은 의혹이 방대하기 때문에 수차례 추가 소환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양 전 대법원장은 오는 12일 검찰에 다시 출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조사 결과를 분석해 신병 확보(구속)가 필요한지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속영장 청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법원에서 기각을 한다면 검찰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검찰도 섣불리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보다는 보다 명확한 증거 등을 확보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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