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행원 미래 위해”...“돈 때문에 파업 아니다”

▲ KB국민은행 총파업을 알리는 모니터.

[뉴스워치=어기선 기자] KB국민은행이 19년만에 총파업에 들어갔다. 노사는 핵심쟁점인 페이밴드(호봉상한제)와 임금피크제 등의 의견을 나눴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지난 7일 노사 협상이 결렬되면서 결국 파업을 결행하게 됐다.

이날 밤부터 잠실학생체육관에 모인 노조 조합원 9천여명(노조 추산)은 파업의 결의를 다졌다. 국민은행 전체 조합원은 휴직자 등을 포함해 1만4000여 명이다.

이들은 7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8일 경고성 파업을 단행했다. 8일 정오 현재까지 노조 조합원들은 자리를 꿋꿋하게 지키면서 총파업의 의지를 빛냈다.

이날 오전 9시 총파업이 시작됐다. 지도부의 등장과 더불어 구호를 외치는 등 투쟁의 뜻을 세상에 알렸다.

KB국민은행 박홍배 노조위원장과 지도부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밥그릇 챙기기 아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는 이날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총파업을 공식 선언했다.

박홍배 위원장은 “사측이 겁박해 조합원들의 파업참여를 방해했다”면서 사측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사측은 이번 파업을 직원들의 밥그릇 챙기기식 파업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 김모씨(36)는 “우리의 파업은 결코 돈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 행원의 미래를 위한 것이다”고 의지를 다졌다.

휴식시간 커피를 마시던 조합원 이모씨(34)는 “이번 파업에 대해 여론이 싸늘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고객분들은 다소 불편하시겠지만 미래를 위한 파업이라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직원들을 돈 때문에 파업하는 파렴치한으로 몰아세운 사측의 행태는 KB를 공멸로 이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KB국민은행 노조 깃발이 등장하고 있다.

핵심쟁점은 페이밴드와 임금피크제 도입

주요 쟁점은 앞서 언급한대로 페이밴드와 임금피크제 도입 시기, 성과급 등이다. 페이밴드는 성과에 따라 차등연봉을 지급하는 제도인데 사측은 확대 도입을 요구했지만 노조는 완전 폐지를 주장했다.

노조 측은 연차가 쌓여도 승진을 하지 못하면 임금인상을 제한하는 제도이며 신입행원을 대상으로 도입했던 제도이라면서 신입행원의 미래를 위해서 반드시 페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또한 임금피크제 도입 연령 시점을 만 56세로 1년 늦출 것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부점장과 팀장급으로 이원화된 진입시기를 동일하게 맞추어야 한다고 반대 의견을 보였다.

성과급은 사측이 보로금(보수 및 퇴직금 규정에 명시되지 않고 은행장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항에 대해 경영협의회에서 결의될 경우 지급하는 것), 미지급 시간외수당 등을 합쳐 300%를 제안했지만 노조는 임금피크제 등의 조건이 달려있어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런 내용을 갖고 지난해 연말부터 노사가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협상이 결렬되면서 이날 총파업을 강행하게 됐다.

KB국민은행 노조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측, 총파업 영향 최소화 비지땀

한편, 사측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전국 영업점 운영현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면서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겠닫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파업에도 불구하고 전국 1058개 영업점을 오픈한다. 또한 영업점에서 일부 업무가 제한 될 수 있어 거점점포 또는 인터넷뱅킹 및 모바일뱅킹, ATM의 정상 운영을 통해 고객 불편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거점점포의 경우 영업점 규모와 고객의 접근 편의성을 고려해 총 411개점(서울 145개점–수도권 126개점–지방 140개점, 지역별 거점점포 명세 참조)을 운영한다.

이와 함께 객장 혼잡, 대기시간 증가 등을 대비해 본부 직원 등을 영업현장에 파견해 원활한 업무처리가 가능하도록 적극 지원한다. 특히, 스마트상담부의 상담인력을 확충해 고객 불편을 줄일 방침이다.

특히, 주택구입자금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수출입–기업 금융업무 등 영업점에서 일부 제한이 발생할 수 있는 업무는 거점 점포를 통해 처리 가능하다.

KB스타뱅킹, 인터넷뱅킹, ATM 등의 비대면 채널은 파업과 무관하게 정상 운영되기 때문에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대부분의 금융서비스를 모바일이나 인터넷에서 이용할 수 있다.

또한, 8일 영업시간 중 발생하는 금융거래수수료도 면제된다. 은행거래수수료 중 타행송금수수료 등 자동화기기 이용 수수료, 창구 거래에서 발생하는 제증명서발급수수료–제사고신고수수료 등 수신 및 여신 관련 수수료, 외화수표 매입 등 외환 관련 수수료가 해당 된다.

가계/기업여신의 기한연장–대출원리금 납부 등 이번 파업으로 인해 당일 정상적으로 처리되지 않은 업무는 연체 이자 없이 신속한 서비스를 통해 고객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총파업으로 고객 불편을 끼쳐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고객 불편이 최소화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KB국민은행 노조가 걸어놓은 현수막.

금융당국, 고객 불편 최소화

이에 금융당국은 위기대응 시스템을 가동하고 고객 불편을 최소화 하라고 요청했다. 금융위는 이날 확대위기관리협의회를 열었다.

금융당국은 기존 위기상황대응반을 위기관리협의회로 한단계 격상하고, 비상대응계획을 점검했다.

김용범 부위원장은 “은행은 국민경제의 핵심 인프라로 파업은 국가적 손실을 가져온다”며 “고객불편을 최소화하고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신속하게 이행해 달라”고 주문했다.

KB국민은행 박홍배 위원장(가운데)과 지도부가 기자간담회를 가지고 있다.

박홍배 “중노위 조정 절차 재개 신청 검토”

한편, 박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현재 종료된 중앙노동위원회의(중노위) 조정 절차를 재개하도록 사후조정을 신청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추가 파업이 변함없는 계획은 아니다. 교섭과 투쟁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파업의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실제 이런 쟁점보다는 실적만 중요하게 생각하고 직원을 존중하지 않는 경영진에 대한 분노가 조합원들이 파업에 참여하게 된 이유”라고 반박했다.

또한 “은행원의 파업이 부적절하다면 법률이 은행 노동자들에게 단체행동권을 부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KB국민은행 박홍배 위원장이 연단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조합원, “끝까지 투쟁하겠다”

이날 파업 현장에서 만난 조합원 송모씨(31)는 “우리의 뜻이 관철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이날 오후 3시에 종료되는 파업이지만 앞으로도 파업은 계속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노조는 2차 파업도 예고를 했는데 오는 31일과 다음날 1일 이틀에 걸쳐 파업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3월말까지 추가 파업과 집단휴가 등 준법 투쟁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조합원 송모씨는 “2차 파업 때에도 참여를 하겠다. 우리의 미래와 신입행원의 미래를 위해서 반드시 이번 투쟁은 승리를 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노동가수 최도은씨가 민중가요 '불나비'를 열창하고 있다.

노조, 9천명 vs 사측 5천명

한편, 이날 노조 측과 사측은 참여 조합원의 숫자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사측은 5천여명이 참여했다고 주장했지만 노조 측은 9천여명이 참여했다고 반박했다.

잠실학생체육관 의자 숫자가 7천여개 정도 되고, 중앙 행사석이 2천여석 정도 되기 때문에 9천여명이 참여했다는 것이 노조 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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