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36일...눈덩이처럼 커지는 의혹들

▲ 청와대가 민간인을 사찰하고 여권 유력 인사의 비리 첩보를 알고도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온 김태우 수사관이 지난 3일 오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어기선 기자]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의 민간인 사찰 의혹 폭로는 그야말로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청와대라는 커다란 산에서 ‘개인 비위 의혹’이라는 조그마한 눈덩이를 굴렸지만 언론을 타고, 검찰을 타면서 민간인 사찰 의혹이라는 커다란 눈사태를 만들어 대한민국을 덮어버렸다.

김 전 감찰반원은 지난 3일에 이어 4일에도 검찰에 출석했다. 그리고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이 김 전 반원에 대한 영장을 청구할 수도 있다는 분위기다.

그와는 별개로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의혹은 점차 청와대를 옥죄고 있는 형국이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물 만난 물고기 마냥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해 집중포화를 날리고 있다.

지인 연루 사건 캐묻다

지난해 11월 28일 청와대 특감반원이 지인 연루 사건을 캐묻다 적발됐다. 김 모 수사관이 경찰청 특수수사과를 방문해 자신의 소속을 밝히고 지인이 연루된 사건의 수사 정황을 캐물었다.

이런 사실이 이튿날 알려지면서 청와대는 특감반원 전체를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11월 30일에는 비위 적발된 김 전 반원이 타부처로 승진을 시도한 사건이 발생했고, 12월 5일 문재인 대통령은 특별감찰반 개선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 12월 14일 김 전 반원은 여당 인사 비위를 찾아내다가 쫓겨났다고 폭로를 했고, 그 다음날안 15일 우윤근 주 러시아 대한민국 대사관 대사는 “김태우의 일방적 주장”이라면서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17일 김 전 반원은 “민간기업 불법감찰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했고, 이튿날인 18일 “윗선 지시로 노무현 정부 인사의 가상화폐 투자를 조사했다”고 주장했다. 19일에는 도로공사 커피기계 납품 특혜 의혹 등을 제기했다.

이에 같은 날 청와대는 김 전 반원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발을 했다. 그러자 20일 자유한국당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검찰은 김 전 반원 스폰서 의혹의 건설업자 압수수색을 단행했고, 다음날인 21일 김 전 반원은 드루킹 특검 추천 전 10여명의 신상조사를 했다고 세상에 공개했다.

26일 검찰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압수수색했으며 같은 날 자유한국당은 환경부가 산하기관 임원 동향 문건을 작성했다고 폭로했다. 그리고 특감반 민간인 사찰 의혹과 관련해서 2차 고발을 했다.

27일 대검은 김 전 반원의 해임 중징계를 요청했으며 31일 임 실장과 조 수석은 민간인 사찰 의혹으로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했다.

그리고 지난 3일과 4일 김 전 반원은 검찰에 출석해서 관련 혐의에 대해 조사를 했다.

청와대가 민간인을 사찰하고 여권 유력 인사의 비리 첩보를 알고도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온 김태우 수사관이 지난 3일 오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김태우 “靑 범죄행위 드러나길”

김 전 반원은 지난 3일 서울동부지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았다. 김 전 반원은 “저는 16년간 공직생활을 하면서 위에서 지시하면 그저 열심히 일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다”면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김 전 반원은 청와대 업무를 이야기하면서 “업무를 하던 중 공직자에 대해 폭압적으로 휴대폰 수사를 하고 혐의 내용이 나오지 않으면 개인 사생활까지 탈탈 털어서 수사하는 걸 보고 문제의식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1년 반 동안 열심히 근무했지만 이러한 문제의식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해 왔고, 이번 일을 계기로 언론에 폭로하게 됐다”고 폭로 이유를 설명했다.

김 전 반원은 “반부패비서관인 박형철 비서관이 제가 올린 감찰 첩보에 대해 첩보 혐의자가 자기 고등학교 동문인 걸 알고 직접 전화해 감찰 정보를 누설했다. 이게 공무상 비밀누설이지 어떻게 제가 공무상 비밀누설인지 이해가 안 된다”면서 “청와대에 이런 범죄 행위가 낱낱이 밝혀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태우, 비밀누설 혐의 적용은

김 전 반원의 비밀누설 혐의 적용에 대해서 법조계는 혐의를 벗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했을 때 2년 이하의 금고나 5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한다.

공무상 비밀누설혐의에 대해 대법원은 “직무상 비밀이란 반드시 법령에 의해 비밀로 규정됐거나 비밀로 분류 명시된 사항에 한정되지 않는다”고 폭넓게 해석했다. 즉, 군사적으로나 외교적으로 비밀에 부쳐야 하는 내용뿐만 아니라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내용도 업무상 비밀로 판단한 것이다.

다만 비밀은 실질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인정돼야 하고, 공무원의 비밀엄수 의무 침해로 인해 국가 기능이 위협받을 정도가 돼야 처벌이 가능하다고 대법원은 한정했다.

김 전 반원은 일단 ‘특감반원’이라는 직책으로 첩보 업무를 수행했다. 이런 첩보를 세상에 공개했기 때문에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청와대 특별감찰반에 들어갈 경우 비밀엄수 의무와 대통령 비서실 정보보안 규정 등을 준수해야 한다는 계약서 등을 작성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혐의 적용은 더욱 높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김 전 반원이 특감반원이 아닌 일반 공무원 신분이었다면 비밀누설 혐의가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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