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환경 악화 및 위기극복 강력한 의지 담고 있어

▲ 사진출처= 픽사베이

[뉴스워치=어기선 기자] 새해가 밝아오면 재계 총수 혹은 기업 CEO(최고경영자)들은 사자성어를 이용해 신년사를 발표한다.

신년사는 자신이 속한 조직에게 새로운 각오를 다지자는 의미가 있다. 이런 이유로 때로는 사자성어를 이용해서 발표를 한다.

사자성어는 그만큼 많은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도 예외는 아니라서 기업 총수 혹은 CEO가 사자성어를 쏟아냈는데 그 뜻은 경영환경 악화의 우려와 위기 극복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그런데 그 의미와 출처를 알고 보면 상당히 흥미롭기도 한 것이 바로 ‘사자성어’이다.

법고창신(法古創新), 연암 박지원과 문체반정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법고창신(法古創新)’을 제시했다. 법고창신의 뜻은 ‘옛 것에 토대를 두되 그것을 변화시킬줄 알아야 하고 새것을 들어 가되 근본은 잃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18세기 실학자 연암 박지원 선생과 연관이 돼 있다. 박지원 선생이 ‘연암체’라고 불릴 정도로 독자적인 문체를 구사하면서 정조 임금의 ‘문체반정’의 빌미가 됐다.

연암은 기존의 문체를 버리고 독자적인 문체를 구사했다. 이런 것이 ‘열하일기’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하지만 소중화(小中華)를 꿈꿨던 조정으로서는 연암의 문체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고, 결국 문체반정이 일어났다.

당시 정조 임금은 선비들에게 반성문을 쓰게 하는 등 연암의 문체를 따라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노력을 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연암의 문체에 대해 찬양을 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법고창신을 통해 온고지신(溫故知新)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암이 당대에는 탄압을 받았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갈망하면서 오늘날에는 위대한 실학자가 된 것처럼 끊임없이 새롭게 발전해야 한다는 점을 김 부회장이 설파한 것이다.

승풍파랑(乘風破浪), 어려운 환경에서도 꿈 잃지 않고 나아가야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제시한 사자성어는 '승풍파랑(乘風破浪)'이다. 승풍파랑은 남북조시대 송(宋)나라 예주자사와 옹주자사를 역임한 종각(宗慤)의 이야기다.

종각은 무예가 출중하고 용감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거센 바람을 타고 만리 거센 물결을 헤쳐 나가고 싶다(乘風破浪)”고 말했다.

이에 조용하게 은둔생활을 원했던 숙부 종병은 “너는 부귀하게 되지 못하겠구나. 우리 집안의 문풍을 무너뜨리다니”라고 한탄했다.

하지만 종각은 14세 때 집안에 쳐들어온 강도를 물리쳤으며 베트남을 정벌한 당시 송나라 군대가 코끼리 부대를 만나 곤경에 쳐했는데 송나라 군사들에게 사자처럼 꾸미게 해서 코끼리 부대를 격파했다.

승풍파랑은 종각의 말에서 유래한 것으로 원대한 포부를 비유하거나,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하여 온갖 난관을 극복하고 나아가는 것을 비유하게 됐다.

최 회장은 글로벌 무역전쟁과 내수경기 침체, 노사 환경 등의 변화로 인해 어려움이 있지만 슬기롭게 헤쳐 나가자는 취지로 승풍파랑을 선택했다.

공행공반(空行空返), No pains, No gains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공행공반(空行空返)’을 제시했다. 공행공반은 중국 속담으로 ‘행하는 게 없으면 돌아오는 것도 없다’는 말이다.

영어로는 ‘No pains, No gains’라고 표현된다. 우리나라 속담에는 ‘부뚜막 소금도 넣어야 맛이 난다’가 있다. 노동계에서는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말로도 표현된다.

구 회장은 “아무리 좋은 돼지꿈도 실행하지 않는 자에게는 한낱 꿈에 머물고 만다”면서 “목표와 계획을 가볍게 넘기기에는 우리 주변 상황이 너무나 엄중하고, 경기침체의 한복판에 선 올해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근고지영(根固枝榮), 뿌리 깊은 나무 바람에 흔들리지 않으니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은 신년사에서 ‘근고지영(根固枝榮)’을 꼽았다. ‘뿌리가 깊으면 가지가 무성해진다’는 말이다.

이는 조선 세종 때 만들어진 ‘용비어천가 2장’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용비어천가 2장에는 ‘불휘 기픈 남간 바라매 아니 뮐쌔 곶됴코 여름 하나니’라고 돼있다.

고대어를 현대말로 풀이를 하면 “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아니하므로, 꽃이 좋고 열매도 많으니”이다. 즉, 뿌리가 깊으면 열매가 좋다는 것과 근고지영은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최 회장은 “2019년은 그간 다져온 기반을 바탕으로 본격 성장을 시작하는 해”라며 “글로벌 일류기업이라는 원대한 비전을 향해 본격적으로 돛을 올리는 해가 되길 바란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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