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접대’ 받는 정치인이 접대비 늘려...‘실효성’ 의문

[뉴스워치=백운악 기자] 여야가 기업 접대비 한도를 지금의 최대 2.5배로 늘리는 법을 연내 발의하기로 했다. 2016년 9월 ‘김영란법’ 시행후 축소된 기업의 접대비를 늘려 골목상권을 살리고 내수를 진작시키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25일 국세청에 따르면 2017년 기업의 총 접대비 규모는 10조6501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의 10조8952억원보다 2.2%(2451억원) 줄었다. 2004년 이후 13년만에 처음으로 연간 접대비 규모가 감소했다. 기업들의 자구노력과 ‘김영란법’ 시행등이 영향을 줬다.

무엇보다 야당이 아닌 여당 의원이 주도적으로 나서면서 눈길을 모으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초선, 분당을)은 26일 기업의 ‘접대비’ 용어를 ‘거래증진비’로 바꾸고 손금한도, 즉 사용한도를 늘리는 내용의 법인세법, 소득세법, 부가가치세법, 조세특례제한법 등 4개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기업 매출 상위 1%, 3조3423억..전제 30%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기업 접대비의 손금한도 적용률을 100억원 이하의 기업 접대비 비용 지출 한도를 0.5%로 늘리겠다고 했다. 또 100억원 초과의 경우 2.0배 수준으로 늘렸다. 500억 이하는 01.%에서 0.2%로, 500억원 초과는 0.03%에서 0.06%로 조정토록 했다.

예를 들어 매출 10조원 기업은 기본한도 (1200만원)에 매출액 한도 60억1200만원 내에서 접대비를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 기존 한도는 30억1200만원이었다. 2015년 매출 상위 1% 기업의 접대비 총액은 3조3423억원으로 전체의 약 30%를 사용했다.

김 의원은 “가계는 금융부채와 노후 걱정으로 씀씀이를 늘릴 여력이 없고, 내년 정부 예산은 이미 10% 가까이 늘었다”며 “마지막 수단인 기업을 통해서라도 침체된 내수를 살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업 접대비가 10%만 늘어도 1조원 이상의 자금이 플린다”며 “경제의 한축인 기업이 움직이면 골목상권 역시 빠르게 회복해 내수 증진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법안은 같은 당 정무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병두 의원을 비롯해 정성호 기획재정위원장, 노웅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등 기업유관 상임위 위원장들을 비롯해 김병기, 김영호, 김철민, 김한정, 박정, 서삼석, 심재권, 어기구, 유동수, 윤일규, 윤준호, 이원욱, 임종성,최운열 의원이 참여했다. 자유한국당에서는 김정훈, 김현아 의원,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 유성엽 민주평화당 의원, 손금주 무소속 의원 등이 공동발의했다.

‘고급 한식.일식.룸’ 매출만? 골목상권 살리지 ‘의문’

영세한 중소상인 위주의 ‘골목상권 살리기’라는 명목이지만 실제로 접대비가 영세상인에게 돌아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국회 인근에 근무하는 인사는 “기업들이 접대하는 인사들 다수가 국회의원, 보좌관, 정부부처, 기자에 경찰, 검찰, 국세청, 국정원 등 사정기관인데 고급 일식, 한식, 중식당에 가지 영세 상인한테 올 지는 의심스럽다”며 “접대라는 게 골프치고 비싼 카페나 요정, 고급 룸에서 이뤄질 경우 골목상권에 실제로 영향을 줄지도 미지수”라고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당장 민주평화당 문정선 대변인은 ‘소득주도성장 대신 접대주도성장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김병욱 의원이 기업접대비의 상향한도를 2.5배나 늘이는 법안을 발의했다. 명분은 골목상권의 활성화와 내수 진작”이라며 “예산 날치기에 이어 더불어한국당이 의기투합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문 대변인은 “기업접대비를 거래증진비로 바꾸자는 것도 속보이는 꼼수”라며 “국민들은 의아하다. 기업접대비를 늘인다고 민생경제가 살아나는가? 한국 접대문화의 핵심은 불공정이다. 접대를 통한 반칙문화에 다름 아니다”라고 공격했다.

이처럼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유치원 3법’은 연내 처리를 못하면서 자신들이 접대를 받을 공산이 높은 법안에 대해 구렁이 담 넘어 가듯 통과시키려는 데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어 향후 법안통과시 논란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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