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전대 ‘비박’이냐 ‘친박’이냐 따라 당운명 결정

▲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오전 국회 당회의실에서 비상대책위원회 회의가 끝난 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백운악 기자] 자유한국당이 12월 15일 당협위원장 79명중 21명의 현역의원을 물갈이 한 것은 대규모로 당 역사상 전례가 드문 일이다. 그러나 한국당내 분위기는 잠잠하다. 언론도 크게 보도하지 않고 있다.

교체 명단을 보면 김무성, 원유철, 최경환, 김재원, 이우현, 엄용수 의원 등 6명의 현역의원은 향후 당협위원장 공모 대상에서 배제했다.

나머지 김정훈, 홍문종, 권성동, 김용태, 윤상현, 이군현, 이종구, 황영철, 홍일표, 홍문표, 이완영, 이은재, 곽상도, 윤상직, 정종섭 의원 등 15명은 당협위원장 자격을 박탈했다. 나머지 58명은 원외당협위원장 출신이다.

성향별로 보면 친박계가 12명(최경환, 윤상현, 홍문종, 김재원, 원유철, 김정훈, 이완영, 윤상직, 이우현, 엄용수, 곽상도, 정종섭)이고 9명(김무성, 김용태, 권성동, 이종구, 홍문표, 이군현, 황영철, 이은재, 홍일표)이 비박계다.

대규모 현역 의원이 교체 대상이 됐지만 반발이 크지 않은 것은 개인별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21명 가운데 6명(김무성, 황영철, 윤상직, 김정훈, 이군현, 정종섭)은 이미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찻잔속의 태풍’에서 당 ‘화약고’ 될 수 있어

또한 재판이 진행중인 인사들중에서 1심에서 유죄를 받은 5명(최경환, 이우현, 이완영, 홍일표, 엄용수)이 포함됐다.

4명(원유철, 권성동, 홍문종, 김재원)은 1심 무죄를 받았거나 선고 전이지만 재판이 진행 중인 인사들이다. 결국 이들 15명을 제외한 실질적 물갈이 대상은 ‘6명’(김용태, 홍문종, 윤상현, 이종구, 이은재, 곽상도) 정도다.

반발이 크지 않는 1차 배경이다. 두 번째는 당초 친박계 인사들이 다수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영남권 중진’이 대거 교체 대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21명중 10명으로 가장 많지만 당초 기대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숫자다. 그 배경이 지난 11일 친박계의 전폭적인 지지로 당선된 나경원 원내대표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친박계 지지로 당선된 나 의원이 친박계 다수가 물갈이 대상이 될 경우 당내 분란이 더 커질 것을 염려해 당초 교체 폭을 대폭 낮췄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나 의원은 당협교체명단이 발표된 날 “의정활동을 통해 성과를 내실 경우 21대 공천에서 충분히 그 부분으로 가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기회를 열어줬다.

지금은 당협위원장직을 박탈당했지만 열심히 의정활동을 하고 재판에서 무죄를 받으면 다시 공천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바로 당협위원장직을 박탈당한 홍문종 의원이 ‘출판기념회’를 개최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홍의원은 그동안 ‘친박 신당설’을 흘리며 지도부를 압박했다. 홍 의원은 당협위원장 교체 발표를 한지 일주일도 안된 12월2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동이 튼다 자, 이제 가자’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물갈이 대상에 오른 인사로 보기는 힘든 행위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오히려 21명의 당협위원장 교체 명암은 내년 2월에 치러지는 전당대회에서 누가 당 대표에 오르느냐에 따라 최종 운명이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다.

원내대표 선거에서는 친박계가 잡았지만 내년 2월 전대에서 비박계가 잡을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친박계 공천 대학살이 현실화 될 수 있고 친박계 현역의원 명단이 대거 추가될 수도 있다. 그 1차적 자료는 21명 당협위원장 교체 명단이 될 공산이 높다.

신임 당협위원장VS 현역의원 공천권 두고 ‘사투’ 예고

반면 친박계가 잡는다고 하면 한국당은 재차 내홍에 빠질 수 있다. ‘보수대통합’을 명분으로 대폭 물갈이는 삼가하겠지만 ‘도로 친박당’이라며 신임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비박계가 반발할 공산이 높다. 21명은 분란의 씨앗이 될 수 있다.

교체 대상 지역에 임명된 신임 당협위원장들의 경우 원외인사로 채워진다. 그런데 당 지도부가 공정한 경선을 빌미로 현역의원과 경선을 하라고 할 경우 집단 반발은 불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총선 1년반을 앞두고 해당 지역 현역의원을 제끼고 원외당협위원장이 지역구에서 세를 키우고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불가능한 게 정치현실이다.

결국 키는 내년에 어떤 지도부가 들어서느냐다. 이에 따라 21명의 운명은 갈릴 공산이 높다. 이런 점에서 한국당 일각에서는 김병준-나경원號가 할 수 있는 최대한 물갈이 폭을 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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