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경제 기조 변화에 따른 49년만에 찾아

▲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을 방문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오른쪽)이 손경식 경총 회장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김도형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1일 한국경영자총협회를 찾았다. 이날 김 위원장이 경총을 찾은 이유는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에 대한 논의 때문이다.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위 수장이 경총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로 문재인 정부의 경제 기조 변화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김 위원장과 손경식 경총 회장은 서로 반갑게 대화를 나눴지만 그 내심(內心)은 어떤 마음을 갖고 있을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이날 회동은 달라진 경총의 위상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재계 주도권이 변화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상조 “진작에 봬야 했는데”...손경식 “모처럼 오셨으니”

이날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김 위원장은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손 회장에게 “진작에 찾아뵀어야 했는데 죄송하다”며 “회장님과는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라면서 인연을 강조했다.

이에 손 회장은 “모처럼 오셨으니 우리 경제에 중요한 위치에 계시니까 공정위 뿐만 아니라 다른 문제도 같이 말씀드리고 싶다”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이 손 회장을 만난 것은 공정거래법 개정 때문이다. 일감을 받는 상장 계열사의 총수 일가 ‘지분율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과 고발을 공정위만 할 수 있는 ‘전속고발권 폐지’ 등이 주요 골자다.

재계는 이번 개정안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법안이라고 반발해 왔다. 이런 이유로 이날 만남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재계의 의견을 청취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손 회장은 김 위원장을 만나기 앞서 기자들에게 최저임금과 탄력근무제 등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위상 달라진 경총

이번 방문은 경총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놓고 김 위원장과 손 회장이 논의를 한다는 것 자체가 경총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을 제치고 재계를 대표하는 집단이 됐다고 볼 수 있다.

경총은 사용자 단체로 주로 노사 문제를 다뤘지만 최근 기업지배구조 개편, 전속고발권 폐지 등 재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울러 공정위가 경제 검찰이라면 경총은 이제 재계 목소리를 대변하는 기관이기에 두 기관 수장의 만남은 경제 정책의 새로운 변화를 의미한다.

난감한 정부 그리고 재계

하지만 이날 만남은 두 기관에게 오히려 난감하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 경제민주화를 내걸면서 재벌 개혁을 강조했던 문재인 정부가 경총을 만났다는 것 자체가 기존 경제 기조의 변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일부 친문 지지층으로부터 반발을 불러오기 충분하다.

특히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정책 변화를 예고하면서 친기업 정책으로 선회하는 모습이다.

경총 역시 위상이 급상승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전경련과의 관계 설정이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재계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자처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공정위는 이번 방문 자체로 기업들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겠지만 재계는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기 때문에 문전박대를 하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재계 관계자는 “두 사람의 만남은 서로에게 이익이 될 수도 있지만 서로에게 독이 될 수도 있는 만남”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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