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소리에도 시민들은 그냥 지나쳐...“가뜩이나 힘든데”

▲ 구세군 자선냄비.

[뉴스워치=강민수 기자] 지난 13일 저녁 광화문광장 일대에서는 ‘땡그랑’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연말만 되면 나타나는 구세군 자선냄비의 종소리가 올해도 울려 퍼진 것이다. 빨간 옷에 빨간 냄비는 이제 구세군 자선냄비의 상징이 됐다.

1865년 영국 런던에서 실업자와 최하층 빈민을 위한 선교와 구호 기관으로 시작했으나, 곧 ‘하나님의 군대’라는 의미로 군대와 유사한 조직을 갖추면서 이름을 구세군이라고 부르게 됐다.

이들은 연말이 되면 자선냄비를 들고 시민을 향해 구원의 손길을 달라는 종소리를 내고 있다.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도움의 손길을 구하고 있는 구세군 자선냄비.

이날 날씨는 오전에는 눈이 내리고 오후 들어 칼바람이 불면서 매서운 추위가 강타했다.

그래서인지 구세군 냄비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지만 시민들의 발길은 매서울 정도로 빠르게 지나쳤다.

구세군 자선냄비 자원봉사자가 종을 흔들고 있다.

광화문 일대에서 구세군 냄비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김모씨(23)는 “올해 처음 자원봉사에 참여하지만 예전만 못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시민들의 발걸음도 종종걸음으로 지나칠 뿐이지 구세군 냄비에 관심을 두는 시민들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고 말했다.

구세군 자선냄비는 두 달 간 목표 모금액이 65억원인데 현재 15억원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이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목표치에 한참 모자라는 수치다.

동대문구에 사는 석모씨(45)는 광화문에 약속이 있다면서 “가뜩이나 어려워진 살림에 다른 이웃을 돌볼 틈이 없다”면서 그냥 지나쳤다.

그래도 일부 시민들은 자선냄비의 종소리에 지갑을 꺼내기도 했다. 아직까지 훈훈한 기운은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들이 자선냄비를 그냥 지나치고 있다. 기온 한파에 얼어붙은 것인지 경제 한파에 얼어붙은 것인지 모를 정도로 시민들의 무관심은 지속됐다.

한 시민이 구세군 자선냄비에 기부금을 넣고 있다.

광화문 광장에 있는 ‘사랑의 온도탑’은 지난달 20일부터 모금을 시작했는데 지난 13일 현재 15.9도를 가리키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653억원을 기록하고 있는데 전년 동기 854억원과 비교를 하면 76.5%의 모금실적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1억원 이상의 고액 기부자가 줄어들고 있다.

‘자선냄비’와 ‘사랑의 온도탑’ 기부금이 줄어들면서 사회복지시설이나 보육원은 더욱 추운 겨울을 날 것으로 보인다.

광화문 광장에 있는 '사랑의 온도탑'

지구 온난화 등으로 인해 매년 한파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으며 내년 경제 성장도 어두운 상황에서 기부마저 얼어붙으면서 사회복지시설이나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우리의 이웃은 더욱 한파를 몸소 느껴야 하는 상황이다.

이날 광화문 광장에는 “우리의 작은 정성과 관심도 어려운 이웃들에게 큰 힘이 됩니다”면서 구세군 자원봉사자들은 어김없이 종을 흔들어 대면서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그들이 흔드는 종소리는 단순한 종소리가 아니라 우리의 이웃이 우리에게 도움을 달라고 요청하는 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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