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실 없는 문재인 대통령 중재자 역할...연내 답방 사실상 물 건너가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 북한 국무위원장./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김도형 기자]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이제 갈등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미국은 북한의 핵심인물을 인권의 책임자로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에 북한은 원색적인 비난을 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운전자론’을 내세우면서 올해 초부터 북한의 비핵화 이행을 도출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이제 미국과 북한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모습이다.

6·12 싱가포르 회담 이후 미국과 북한은 별다른 관계 진전을 하지 않으면서 서로에 대한 눈치싸움을 벌여왔지만 최근 들어 그 강도가 거세지고 있다.

급기야 서로가 서로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운전자론이 사실상 실패한 것 아니냐는 섣부른 관측도 나오고 있다.

美 정부, 최룡해 등 제재 대상 지정

미국 정부가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한 핵심 인사 3명을 인권 유린 책임자로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미국과 북한의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진 현재 대북 제재를 가하면서 미국과 북한의 갈등은 최고조로 달하고 있다.

대상자는 최룡해 부위원장 겸 조직지도부장과 정경택 국가보위상, 박광호 노동당 부위원장 겸 선전선동부장이다.

미국 재무부는 최 부위원장에 대해 2인자로 보인다고 설명했고, 정 보위상은 인권 유린을 지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밝혔고, 박 부위원장은 사상의 순수성 유지와 총괄적인 검열 활동 등을 지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장관은 “재무부는 북한 주민을 억압하고 통제하기 위해 잔인한 검열, 인권 침해와 유린을 저지르는 부서들을 지휘하는 고위 관리들을 제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내년초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고위 인사를 제재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북한 인권 상황을 강조하는 의회 등으로 부터의 압박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미국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북한의 인권 문제와 관련해 그동안 관심을 가져왔다. 또한 북미정상회담 때 이 문제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수차례 제기해 왔다. 이런 압박을 인식한 트럼프 행정부가 핵심인사를 제재 대상에 포함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19일 밤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공연장을 나서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격노한 북한 “극악한 적대행위”

당장 북한 매체들은 반발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일 ‘낡은 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제목의 개인 필명 논평에서 “앞에서는 두 나라 사이의 적대와 대결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자고 확약하고 돌아서서는 대화 상대방의 존엄과 체제를 악랄하게 헐뜯으며 제재압박 책동에 광분하는 미국의 이중적 처사가 내외의 비난과 규탄을 자아내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북한 대외선전용 매체 ‘메아리’도 ‘노예무역으로 살찐 자들이 두드려대는 인권 북통’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존엄 높은 우리 국가의 영상을 흐려보려는 용납 못 할 정치적 도발”이라고 규탄했다.

물론 과거에 비하면 다소 유화된 표현이지만 6·12 싱가포르 회담 이후 가장 격한 분노를 표현한 메시지라는 평가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년초 북미정상회담을 열자고 하면서 북한 핵심 인사를 제재 대상에 포함시킨 것을 북한은 두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간자에서 난처한 문재인 대통령

이처럼 미국과 북한이 갈등을 보이면서 가장 난처한 사람은 문 대통령이다. 더군다나 최근 북한이 우리 정부에 섭섭하다는 표현까지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11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북한이 우리 정부에 화가 났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김 의원은 “지난달 북한의 아태평화위원회 리택건 부위원장을 비롯해 주요 인사들을 만났다”며 “9월 평양선언 이후 별다른 행동이 없으니 왜 이렇게 답답하냐, 결단력이 없냐 이런 이야기를 아주 거침없이 했다”고 밝혔다.

이는 자신들은 비핵화 이행 단계를 밟고 있는데 미국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고, 그 이유는 문 대통령이 중간자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이 미국을 설득해 제재 완화 혹은 북미 관계 정상화 등을 이뤄내야 하는데 쉽지 않은 현실에 대한 섭섭함을 북한이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화내는 시어머니 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옛말이 있듯이 북한으로서는 가만히 팔짱만 끼고 있는 미국보다 우리 정부에 대해 더 야속하게 느끼고 있다는 것을 김 의원의 발언을 통해 알 수 있다.

연내 답방 사실상 물 건너가

이에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청와대에서도 연내 답방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결국 북미정상회담 이후 답방을 할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이나 북한 수뇌부로서는 더 이상 문 대통령에게 모든 것을 맡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직접 미국과 대화를 해서 꼬여가는 북미관계를 풀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한반도 운전자론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여기에 미국 정가 역시 문재인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중순 미국을 방문했을 때 미국 정가에서는 우리 정부가 주한미군 철수 등을 강하게 요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등 한미동맹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고 미국 의회는 판단하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그동안 한반도 운전자론을 언급해 왔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우리 입장만 난처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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