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부터 현대 그리고 미래에도 베트남은 ‘신남방정책’ 교두보

▲ 베트남 하노이 시내./사진출처= 픽사베이

[뉴스워치=어기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신남방정책의 교두보인 ‘베트남’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10년만에 스즈키컵 결승을 진출하면서 7일 인터넷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는 ‘베트남’이 순위를 달렸다.

베트남 고위급 인사들이 최근 우리나라를 방문하면서 문 대통령을 비롯한 문희상 국회의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그들을 만났고,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그들을 환영했다.

또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베트남으로 달려가 우리와의 경제협력에 대한 깊은 논의를 했다.

그만큼 베트남과 우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그동안 베트남은 고구려, 백제, 신라 시절부터 고려와 조선 그리고 대한민국을 거치면서 수많은 관계를 맺어왔다. 수천년 세월 속에서 우위를 다져왔고, 이제 2020년 대(對) 베트남 수출은 10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오후 청와대에서 방한 중인 응우옌 티 낌 응언 베트남 국회의장을 만나 환담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고구려, 백제, 신라와 깊은 관계를 맺어왔던 베트남

‘신당서’(唐書)와 ‘삼국사기’에는 ‘흑치상지’(黑齒常之, 630년 ~ 689년)라는 인물이 기록돼 있다. 백제 의자왕 때 달솔(당시 지방귀족 계급)로 백제부흥운동을 이끌었던 인물이고, 부흥운동이 실패하자 당나라에 항복한 인물이다.

흑치상지를 필리핀 사람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당서’에는 백제 서부인으로 돼 있는 광서성(廣西省)에 있었던 흑치국(黑齒國) 사람이거나 흑치국을 봉(封)함받은 백제 사람으로 기록돼 있다.

광서성에 있던 흑치국이라는 기록을 볼 때 필리핀보다는 오히려 베트남 접경지역이거나 베트남 사람인 것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베트남에 가면 라후족이 있다. 인구는 대략 5400명 정도인데 라이차우성(省) 무옹테현에 거주하고 있다.

삼국사기 기록에 의하면 고구려가 망한 다음 당나라는 20만명의 고구려 사람을 붙잡아 당나라로 이주시켰는데 이들이 반란을 일으키자 볼모지 농우에 내팽개쳐 버렸다. 농우는 지금의 청해성(省) 동남부와 감숙성 남부를 말하는데 라후족이 살고 있는 장소와 일치한다. 이에 라후족이 고구려인의 후예가 아니냐는 학설도 제기되고 있다.

이밖에도 고대에도 베트남과의 교류가 빈번했는데 알려진 인물로는 6세기 백제의 겸익, 7세기 고구려 현유, 신라 혜업, 현태, 현각 등이 있고, 가장 유명한 사람은 8세기 혜초 등이다.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에는 베트남 관련 내용이 들어있다.

베트남 농촌마을 풍경./사진출처= 픽사베이

베트남 왕자, 고려로 망명하다

고려 고종(1213~1259년)에는 베트남에서는 왕조가 바뀌는 사건이 발생했다. 리 왕조(1009년~1225년)가 쩐 왕조(1225년~1400년)에게 멸망했다.

이에 리 왕조의 왕자 이용상(李龍祥)이 고려로 망명했고, 현재의 황해북도 금천군인 화산군(花山君)을 봉작으로 받고 화산 이씨의 선조가 됐다. 이용상은 고려를 도와서 식읍도 하사 받는 등 한반도에서 그 뿌리를 내렸다.

조선 학자 서거정, 베트남 사신과 헤어짐을 아쉬워하다

1460년 조선 학자 서거정은 명나라 통주관(通州館)에서 레 왕조 사신 양여곡(Lương Như Hộc, 梁如鵠)을 만났다. 헤어지는 것을 아쉬워한 두 사람은 시를 통해 서로의 감정을 교류했다.

이후 이수광은 1597년 진위사(陳慰使)로 명나라 북경을 갔는데 레 왕조의 사신 (馮克寬, Phùng Khắc Khoan)과 만남을 갖고 시를 주고 받았다. 풍극관은 고국(베트남)으로 돌아가 이수광 시를 소개했다.

베트남 하노이 시내./사진출처=픽사베이

나라 빼앗긴 아픔은 같고

베트남도 우리나라처럼 나라 빼앗긴 아픔이 있었다. 이후 1945년 베트남은 프랑스령 인도차이나로부터 독립했다.

우리나라는 1956년 정식으로 베트남 공화국과 수교를 했고, 이후 베트남에서 전쟁이 발발하면서 우리나라는 미국의 요청으로 군대를 파병했다. 하지만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고, 민간인 학살이 자행됐으며, 현재 고엽피 피해 후유증을 앓고 있는 군인들도 있다.

한편 대한민국의 여러 대통령들이 베트남을 방문하였으며, 베트남 전쟁에 대한 사과를 표명했다.

지난 6일 오후 국회 접견실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응웬 티 낌 응언 베트남 국회의장의 예방을 받으며 악수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1992년 베트남과 다시 수교...문학에 비친 베트남은

이후 월남이 패망하면서 국교가 단절됐지만 1992년 4월 2일 연락대표부의 상호개설 양해각서를 서명하고, 1992년 8월 17일 주(駐)베트남 연락대표부 공식업무가 개시됐고, 그해 12월 22일 외교관계가 재수립 됐다.

베트남이 우리 사회에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박영한 작가가 집필한 소설 ‘머나먼 쏭바강’ 때문이다. 머나먼 쏭바강은 1966년 파병된 백마부대의 소총수인 황일천 병장이 베트남에서 겪은 다양한 체험을 다룬 장편소설이다.

베트남 하노이 시내./사진출처= 픽사베이

장모님의 나라, 베트남

흔히 베트남을 장모님의 나라라고 부른다. 2000년대 들어오면서 국제결혼이 성황을 이르면서 우리나라 남성과 베트남 여성의 국제결혼 역시 증가하게 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남성과 결혼한 전체 외국인 여성 중 베트남 여성이 27.7%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008년에는 베트남 여성이 22.6%, 중국 여성이 38.6%로 중국 여성과의 결혼이 주류를 이뤘지만 그동안 베트남 여성과의 결혼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이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사진제공=연합뉴스

쌀딩크 박항서 감독

최근 베트남에서 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데 그 혁혁한 공은 아무래도 박항서 감독이다.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대표팀이 10년만에 스즈키컵 결승을 노리고 있다.

지난 6일(한국시각) 베트남 하노이 소재 마이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4강 2차전에서 필리핀 축구대표팀과 싸워 2-1로 승리를 했다.

이로 인해 베트남에서는 박 감독을 추앙하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박 감독은 FIFA 랭킹 102위인 국가대표팀을 맡았는데 3개월 만에 23세 이하 아시안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또한 지난 8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베트남 축구 역사상 최초로 4강 진출의 신화를 이뤘다.

이로 인해 베트남에서는 박 감독을 추앙하고 있으며 한류 열풍이 불고 있다. 실제로 베트남 현지 교민들은 박 감독 때문에 대접을 받고 산다고 할 정도로 박 감독의 인기는 상당하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쩐 뚜엉 아잉 베트남 산업무역부 장관과 소재부품, 자동차, 유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방안을 제시하는 '1천억불 달성 액션플랜'에 서명을 마치고 응웬 티 낌 응언 베트남 국회의장과 인사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미래로 나아가는 한-베트남 경제교류 활발

베트남과 우리나라의 관계는 미래지향적이다. 문 대통령의 ‘신남방정책’ 교두보로서 자리매김한 베트남에 투자를 하겠다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상당하고, 이미 투자를 한 기업들도 상당하다.

롯데주류는 베트남 다낭 국제공항 신(新)터미널 면세점에 소주 ‘처음처럼’을 입점했다. 국내 식자재유통 및 단체급식 업체인 아워홈은 지난 3월 3일 베트남 기업 HTM과 호텔사업 운영에 대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동원시스템즈가 베트남 박닌공장 증설을 완료하고 본격가동에 들어갔다. 효성 조현준 회장이 베트남을 섬유∙산업자재∙화학∙중공업 등 핵심 제품을 모두 생산하는 글로벌 복합 생산기지로 삼아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에 조 회장이 지난 2월 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응우웬 쑤언 푹(Nguyen Xuan Phuc) 베트남 총리를 만나 사업 협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을 논의했다.

동아제약(대표이사 사장 최호진)은 지난 1월 30일, 31일 열린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베트남 2018 인구정책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GS리테일과 베트남 손킴그룹이 손을 잡고 설립한 조인트벤처(이하 GS25)가 베트남 호치민시 핵심 도심인 1군에 GS25 Empress Tower점과 2호점 Mplaza점 등 연속적으로 오픈했다.

CJ그룹 손경식 회장은 지난해 12월 6일 저녁(현지 시간 18:00), 베트남 수상실에서 응우엔 쑤언 푹(Nguyen Xuan Phuc) 수상과 회동을 가졌다.

이같이 우리 기업들 역시 베트남이 매력적인 투자지로 떠오르면서 관심을 보이고 있기에 앞으로 우리나라와 베트남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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