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국제병원 개원 현실화...병원 사익화 추구 비판

▲ 원희룡 제주지사가 지난 5일 오후 제주도청 브리핑룸에서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조건부 개설 허가 방침을 밝히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김도형 기자] 원희룡 제주지사가 지난 5일 ‘녹지국제병원’ 개원(開院)을 허가했다. 이는 제주도가 영리병원 개원을 추진한지 13년만의 일이다.

국내 첫 영리병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그와 동시에 원 지사에 대한 비난 화살도 거세지고 있다. 특히 공론조사위원회가 지난 10월 개원 불허 권고안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원 지사가 허가 강행을 하면서 정치적인 비난까지 감수해야 한다.

원 지사는 영리병원의 확산은 관련 법을 국회에서 처리하지 않으면 없다면서 옹호를 하고 있지만 정치권 및 시민단체 그리고 의료계에서는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미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원 지사가 자진사퇴를 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영리병원이란 무엇이기에

우리나라는 현재 법체계 상으로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는 주체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의사’, ‘비영리법인’ 등이다.

영리병원은 말 그대로 영리법인이 병원을 설립하는 것으로 투자자들을 모아서 영리법인을 만들고, 영리법인이 영리법인을 개원해서 이윤이 발생하면 투자자들에게 배분하는 구조다. 또한 병원이지만 건강보험의 당연지정제 적용을 받지 않기에 영리병원은 의료비를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병원이란 개념이 ‘공공재’ 성격이 강하다고 판단하고 있기에 영리병원 개원은 그동안 금지됐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들어선 지난 2014년 8월 ‘6차 투자 활성화 대책’에서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 8개 경제자유구역에 영리병원 설립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정부는 제주도에 1호 영리병원으로 중국 산얼병원 설립을 추진했지만 투자적 성격 등의 문제로 9월 불허했고, 이후 2015년 4월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녹지그룹이 ‘녹지국제병원’을 제주도에 설립하겠다고 신청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왼쪽 두번째부터)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6일 제주도청 도지사 집무실에서 면담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영리병원에 대한 갑론을박

사실 그동안 영리병원에 대해서는 말들이 많았다. 정부는 경제자유구역 내에만 허용하기 때문에 현 보건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관광산업 활성화 등에 기여를 할 것이라는 기대도 했다. 우리나라의 성형기술 수준은 세계적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영리병원을 개원하게 된다면 성형수술 등에서 수익이 크게 창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보건의료 시민단체는 영리병원은 경제자유구역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대되면 의료의 사익화(私益化)가 추구될 것이라는 비판을 내놓았다.

이는 의료비 폭등과 의료 양극화 등으로 인해 의료체계가 완전히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무엇보다 사익화를 추구해야 하기 때문에 의료비 과다청구 혹은 병상이 늘어나는 등의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우여곡절 겪은 제주도

제주도에 영리병원 개원 허가가 나오기까지 상당한 우여곡절이 있었다. 제주도가 영리병원을 추구한 것은 13년전부터이다.

하지만 본격화된 것은 이명박정부 때인 2008년 7월 김태환 당시 제주지사가 영리병원 도입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반대 여론이 많게 되면서 ‘투자개방형 병원’으로 이름을 바꿔 추진했고, 우근민 지사 재임 시절인 2011년에도 영리병원 허용을 추진했지만 좌절됐다.

그리고 지난 4월 원 지사는 공론조사위원회를 구성했고, 지난 10월 조사위에서는 불허 방침을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 지사는 지난 5일 영리병원 허가를 강행했다. 원 지사가 이날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공론조사위 결정을 따르지 않은 것에 대해 죄송하다고 하면서도 경제살리기 동참, 관광산업 재도약, 외국 투자자본 보호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이유로 영리병원을 허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적 절차를 외면했다는 비난과 함께 공공의료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는 비판이 거세다.

녹지국제병원 조건부 개설 허가 발표가 난 지난 5일 오후 제주도청 정문 앞에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거세지는 비난 여론

제주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도의원 29명은 6일 성명을 내고 “대권 행보를 위한 정치적 결정”이라면서 맹렬하게 비판했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의료 공공성을 파괴하는 행위라면서 규탄했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크게 반발하면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인라 강지언 제주도의사회장과 함께 제주도청을 방문해 원 지사와 비공개 면담까지 했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원 지사에게 허가 철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이날 성명을 통해 “원희룡 제주지사가 결국 도민에게 공약을 파기하고 영리병원을 강행하는 최악의 선택을 했다”며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이처럼 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이 원 지사의 이번 결정에 대해 맹렬히 비판을 하면서 제주도는 들썩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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